소비자는 ‘갤럭시’를 또 집을까

갤럭시노트7 폭발사고가 일어나자 소비자는 ‘왜?’라면서 원인을 물었다. 삼성전자는 리콜을 실시했다. 원인은 ‘아직 모른다’면서. 소비자는 이후 삼성전자를 믿고 제품을 구매할 수 있을까. 아마도 아닐 것이다. 되레 ‘이것도 폭발하는 거 아냐?’라고 반문할지 모른다. 삼성의 넥스트 전략이 필요한 이유다.

▲ 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7 폭발사고 대응 전략을 잘못 짰다는 지적이 많다.[사진=뉴시스]
스마트폰 시장은 삼성전자와 애플의 ‘양강 구도’다. 글로벌 IT전문 시장조사업체 가트너가 밝힌 올해 2분기 스마트폰 글로벌 시장점유율은 삼성전자와 애플이 각각 22.3%와 12.9%로 1ㆍ2위를 차지했다. 반면 LG전자의 시장점유율은 샤오미(4.5%ㆍ5위)보다도 낮아 기타로 분류됐다.

또다른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가 발표한 올해 1분기 시장점유율 조사결과를 토대로 유추하면 LG전자의 시장점유율은 3~4%대로 추정된다. LG전자의 시장점유율은 최근 몇 년간 5%대를 넘어선 적이 없다. 2009년만 해도 LG전자의 휴대전화 세계시장 점유율은 11.1%(2분기ㆍIDC 기준)였다. 북미시장에선 22.6%(SA 기준)로 삼성전자에 이어 2위였다. 그랬던 LG전자가 이렇게 몰락한 이유는 무엇일까.

LG전자의 제품에 큰 하자가 있었던 건 아니다. 신제품이 나올 때마다 아쉬운 점이 노출되긴 했지만 치명적이지는 않았다. 사실 LG전자의 발목을 잡은 건 ‘고정관념’이었다. 스마트폰 운영체제(OS)를 모바일에 최적화되지 못한 MS의 윈도를 적용해 안 좋은 첫인상을 남겼다는 점, 공급자 위주로 하드웨어 스펙으로 접근했다는 점 등 초기 불만이 ‘LG전자 스마트폰은 쓸 만하지 않다’는 관념으로 이어졌다는 거다.

2012년 이후 LG전자가 G시리즈, V시리즈 등 최고의 스펙으로 무장한 신제품을 론칭했음에도 번번이 시장에서 밀려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들 제품이 소비자의 마음속에 ‘LG 스마트폰은 괜찮다’는 관념을 심는 데 실패했다.

한 IT전문가는 “시장과 소비자 LG전자에 ‘스펙이 아니라 소비자를 신경 쓰라’고 주문하는데, LG전자는 계속 스펙만 강조한다”고 지적하면서 원인을 이렇게 설명했다. “휴대전화 판매장에 간 소비자들이 LG전자 스마트폰을 집어들 수 있게 만드는 동력이 필요했다. LG전자에 실망한 소비자들의 마음을 끌어당기는 그 ‘무엇’이 있어야 했다. 다만 그게 뭔지 몰랐거나 알았어도 실천하지 못한 거다. 그러니 제품 스펙이라도 높여야 하지 않겠나.”

▲ 삼성전자의 진짜 위기는 향후 출시할 스마트폰이 시장에서 외면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사진=뉴시스]
글로벌 휴대전화 시장에서 큰 패배를 맛본 노키아의 임원이었던 그는 “노키아 역시 그랬다”면서 이렇게 부연했다. “충성고객이라는 말처럼 소비자는 브랜드를 잘 바꾸지 않는다. 하지만 이는 역으로 한번 실망하고 돌아선 소비자가 잘 돌아오지 않는다는 얘기도 된다. 어쩌면 LG전자뿐만 아니라 지금의 삼성전자가 귀 기울여야 할 조언일지 모른다.”

LG전자를 반면교사 삼아야

삼성전자는 위기다. 지난 11일 갤럭시노트7를 3차례나 리콜한 이후에도 폭발사고 이슈가 계속 터져 나오면서 결국 단종 결정을 내렸다. 출시(8월 2일)한 지 고작 70일 만이다. 시장은 손실액 규모를 약 8조원으로 예측하고 있다. 1차 리콜에 따른 손실이 약 1조원, 단종ㆍ교환ㆍ환불에 따른 손실이 약 2조6000억원, 갤럭시노트7를 정상적으로 판매했을 때 얻는 수익의 손실까지 합친 수치다.

문제의 핵심은 여전히 삼성전자는 폭발사고의 원인조차 제대로 밝히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애초 삼성전자는 ‘배터리에서 비롯된 공정상의 문제’라고 결론 내렸지만, 최근 ‘설계상의 문제’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 폭발사고 논란은 더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아직 조사 중”이라면서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설계상의 문제라면 삼성전자가 이후 출시할 모델에도 ‘폭발하는 스마트폰’이라는 꼬리표가 붙을 수 있다. 삼성전자가 최근 ‘갤럭시노트’ 브랜드를 전면 재검토하는 것도 이 때문으로 보인다. 결국 삼성전자가 폭발사고 이슈에 휩싸였을 때 ‘발빠른 대응’을 내걸었지만, 리콜에만 치중하면서 ‘호미로 막을 걸 가래로도 못 막고 있다’는 얘기다. 일부에서는 “삼성전자가 판매 중단과 제품 회수부터 하고, 조금 늦더라도 원인을 정확하게 파악해 소비자들을 안심시켰더라면 갤럭시노트 브랜드를 전면 재검토하는 수준까지 오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임왕섭 브랜드컨설턴트는 “브랜드 전략 관점에서 보면 위기 대응의 기본은 즉각적인 사과, 발 빠른 원인 분석을 통한 후속 정보 제공, 그다음이 리콜”이라면서 “삼성전자의 전략은 순서가 완전히 뒤바뀐 셈”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중국 공항에 ‘갤럭시 스마트폰을 들고 탑승하지 말라’는 문구가 붙어 있을 때조차 최고책임자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사과는 없었다. 그는 “삼성의 조직문화는 윗선에서 지시를 하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지만, 그 의사결정이 있기까지는 시간이 많이 걸린다”면서 “이번에도 그랬을 가능성이 높은데 이번에 삼성의 약점이 명확히 드러난 셈”이라고 말했다.

갤럭시 브랜드 없앤다고 해결될까

삼성전자는 글로벌 기업이다. 스마트폰 최대 판매지역은 미국이고, 폭발사고는 미국에서 촉발했다. 미국 정부와 미국 소비자들은 안전을 매우 중대하게 취급한다. 때문에 삼성전자가 이번 폭발사고를 명확하게 규명하고, 투명하게 모든 것을 밝히지 못한다면 삼성전자 마크를 달고 출시될 스마트폰은 성공을 담보해주지 못할지도 모른다. 임왕섭 컨설턴트 역시 이렇게 강조했다.

“갤럭시 브랜드를 없앤다는 얘기가 나온다. 한심한 발상이다. 그 브랜드에 들인 돈이 얼만가. ‘삼성전자=갤럭시’라는 인식을 지우겠다는 건데, 큰 착각이다. 이번 사태는 그렇게 해결될 게 아니다. 폭발사고의 원인 분석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면 삼성은 절대 ‘폭발사고 스마트폰 제조사’라는 딱지를 뗄 수 없을 것이다. 벌써 갤럭시S로 불씨가 번지고 있지 않은가.”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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