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희의 비만 Exit | 살과 사랑 이야기

▲ 지방 다이어트와 황제 다이어트는 다를 게 없다.[사진=뉴시스]
집에 돌아와 거실에 앉자마자 아내가 내게 묻는다. “지방만 먹고 살을 뺀다는데 맞는 말이에요?” 그러고 보니 얼마 전 ‘포화지방이 체중감량에 도움이 된다’는 내용이 화제를 불러일으켰다는 소리를 들었다. 대답을 기다리는 아내의 통통한 얼굴을 보니 내 입에서 “그래! 맞아”라는 말이 나오길 기다리는 듯하다. 아내의 말 이면에는 당연히 “현미식 등 채식 위주의 식습관을 강조하던 당신의 주장은 대체 뭐냐”는 의혹도 숨어 있으리다.

하지만 운동 생리와 영양을 전공하고, 칼럼을 쓰는 필자의 입장에서 보면 이 관심은 새로울 것이 없다. 필자가 일관성 있게 주장하는 것은 이렇다. “음식의 종류보다 그 양과 질이 문제다.” 곡류가 살찌니 육류를, 지방은 열량이 높으니 곡류를 먹자는 이분법적 시각 자체가 문제라는 얘기다.

자연에서 올라온 먹거리조차 이것은 되고, 저것은 안 된다는 극단적이고 이분법적 사고는 경계해야 한다. 몸에 좋다는 특정 제품도 마찬가지다. 시류에 따라 좇는다면 시장과 제품의 균형성이 무너지고 결국 이것이 우리의 몸을 병들게 한다.

대다수 사람은 ‘육식을 맘껏 즐기고 살을 뺄 수 있다’면서 저탄수화물 식이를 강조한 앳킨스 다이어트, 일명 황제 다이어트를 또렷이 기억할 것이다. 한때 종교처럼 추앙받던 이 다이어트는 심혈관계 질환을 포함한 각종 부작용이라는 카운터펀치를 맞고 나가떨어진 지 오래다.

특정 음식을 선호하는 방식으로 지속적 다이어트가 성공한 예는 찾아보기 힘들다. 이론적으로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 예를 들어 고구마나 바나나를 먹고 다이어트에 성공했다고 치자. 이내 우리는 그 다이어트 방법 앞에 해당 음식들을 갖다 붙인다. 하지만 상식적인 선에서 생각해보자. 무엇인가 먹는다는 것은 에너지를 보탠다는 의미인데, 어떻게 바나나를 먹고 살이 빠지겠는가. 바나나 때문에 살이 빠진 게 아니라 하루에 섭취한 에너지의 총합이 적었을 뿐이다.

지방이나 단백질을 먹고 살이 빠진다는 단순한 논리는 많은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대사과정에서 간과 신장에 많은 무리를 줄 뿐 아니라 그램당 9㎉나 되는 에너지를 뿜는 지방을 운동을 통해 해소하는 건 프로 선수가 아닌 한 요원한 꿈에 불과하다.

필자는 ‘지방 다이어트’ 역시 시류를 타고 떠도는 유행에 불과하다고 본다. 대부분 유행은 지속 시간이 다를 뿐 명멸하듯 지나간다. 국내 다이어트 시장은 수조원대다. 그만큼 거대한 경제적 규모를 가졌다는 건데, 그럴수록 유행은 사업적 요인과 결부될 것이다. 개인이나 특정 기업 또는 그 주장을 들고 나온 사람들의 배후에 건강이나 다이어트 등을 빌미로 경제적 이익을 취하려는 의도가 없는지 잘 따져봐야 한다는 거다. 다이어트에 요행은 없다.
박창희 다이어트 프로그래머 hankookjoa@hanmail.net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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