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소비자원의 위해제품사례 전수조사 결과

▲ 시장 환경이 개선되지 않으면 소비자들의 안전은 장담할 수 없다.[사진=뉴시스]
당신은 해외직구로 물건을 사는가. 그렇다면 그 제품이 해외시장에서 ‘리콜된 것인지’ 체크해 본 적 있는가. 그럴 리 없다고? 천만의 말씀이다. 국내 소비자를 괴롭힌 위해제품 가운데 해외에서 리콜된 제품은 50%에 육박했다. 반대로 말하면 해외에서 리콜된 제품이 우리도 모르게 국내시장에서 유통되고 있다는 것이다.

평소에 커피를 즐겨 마시는 박유경(가명ㆍ31)씨. 그는 종종 온라인 쇼핑으로 해외 커피 브랜드 제품을 구입해 마신다. 그날도 여느 때처럼 온라인 쇼핑몰에서 해외 브랜드 커피를 둘러봤다. 이번에는 베트남 쭝웬(Trung Nguyen)의 G7 커피(블랙인스턴트커피 2 in 1)를 마셔볼 요량으로 장바구니에 커피를 담았다. 구매 버튼을 누르기 전 어떤 맛일지 궁금했던 박씨는 인터넷 검색을 하던 중 ‘해외 리콜’이란 기사를 접하게 됐다. ‘해당 제품에 들어 있는 우유 성분을 표기하지 않아 알레르기를 일으킬 위험이 있다’는 이유로 해외에서 리콜 처분이 내려졌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국내 온라인 쇼핑몰에서 아무렇지 않게 판매되고 있는 것이 왠지 꺼림칙했던 박씨는 얼른 장바구니를 비웠다.

온라인 쇼핑과 모바일 쇼핑이 활성화하면서 해외직구를 이용하는 소비자가 해마다 늘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직구 시장은 약 1조7300억원 규모였다. 전년 대비 1.0% 줄었다고 하지만 여전히 큰 시장이다. 특히 건강식품(23.0%), 기타식품(27.0%), 전자제품(20.0%) 품목은 전년 대비 높은 증가세를 기록했다.

문제는 해외직구 품목이 늘어난 만큼 소비자 피해 사례도 증가했다는 점이다. 그중에는 해외에서 리콜제품으로 판명된 것들도 있다. 더스쿠프(The SCOOP)가 한국소비자원 소비자위해감시시스템(CISS) 사이트에 수록된 ‘위해정보 처리속보(2010~2016년 10월 13일)’를 전수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위해사례(자동차ㆍ관련 용품 제외) 250건 중 45.2%에 해당하는 113건이 해외에서 리콜된 제품이었다. 나머지 54.8%(137건)는 소비자가 사용 중 상해를 입거나 제품에 문제가 생겨 CISS에 신고한 것을 조사한 케이스다. 소비자에 위해를 입힌 제품 중 해외 리콜제품이 그만큼 많다는 방증이다. 역으로 돌려보면, 해외 리콜제품이 온라인 시장에서 버젓이 유통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온라인거래, 해외 리콜제품 활개

국내에 유통되다 적발된 해외 리콜제품의 수가 가장 많은 품목은 ‘가구ㆍ가구설비’로 나타났다. 이 품목은 총 17건이 위해사례로 적발됐는데, 그중 해외 리콜제품이 12건으로 비율은 70.6%에 달했다. ‘영유아 끼임 위험’ ‘부품을 삼켜 질식할 위험’ ‘낙상 위험’ 등 상해를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가 다수를 차지했다.

그다음은 식료품ㆍ기호품(61.9%), 스포츠ㆍ취미용품(61.5%), 의류ㆍ보석류(50.0 %), 가전제품ㆍ정보통신(48.1%), 문구ㆍ완구용품(48.0%) 등이었다. 식료품ㆍ기호품은 전체 21건의 위해사례 중 13건이 해외 리콜제품이었다. 우유나 땅콩 등 알레르기를 일으킬 수 있는 성분을 제대로 표기하지 않아 알레르기 위험이 있거나 살모넬라균이 검출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들 제품은 국내에서 모두 판매중지 처리됐다.

스포츠ㆍ취미용품은 39건 중 24건이 해외 리콜제품이었다. 품목의 특성상 부품이 불량이거나 파손될 우려가 있어 리콜 처분이 내려진 제품이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해당 제품들에 대해서는 무상수리 또는 무상교환 조치가 내려졌다. 의류ㆍ보석류는 총 6건 중 3건이 해외 리콜제품이었는데, 2건은 판매중지, 1건은 무상교환이 이뤄졌다. 250건 중 52건으로 위해사례가 가장 많았던 가전제품ㆍ정보통신에선 25건이 해외 리콜제품이었다. 합선 또는 감전 우려, 과열로 인한 화재 우려가 대부분의 이유를 차지했다. 이들 제품 역시 5건의 교환을 제외하곤 모두 판매가 중지됐다. 25건의 위해사례 중 12건이 해외 리콜제품이었던 문구ㆍ완구용품도 모두 판매중지 처분이 내려졌다. 어린이에게 질식 또는 부상을 줄 우려가 있어서다.

▲ 해외직구가 보편화됐지만 해외 리콜제품을 막는 데는 한계가 있다.[사진=뉴시스]
그렇다면 해외에서 리콜된 제품이 국내에 유통되는 사례가 많은 이유는 무엇일까. 한국소비자원은 그 이유를 ‘온라인 유통’의 특성에서 찾고 있다. “해외 리콜제품들은 국내에 공식 수입사나 유통사가 없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보니 국내 유통 사실을 확인하더라도 온라인 유통을 차단해 판매중지 조치를 내리는 게 전부다.” 수입제품이 들어오는 루트가 너무 많아 완벽하게 차단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소비자안전국 안전감시팀 관계자는 “개인사업자를 계도하는 것보다 시장을 개선하는 게 우선”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온라인 거래에서 안전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 온라인 판매중개업자가 먼저 안전기준을 세우고 그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개인사업자들을 받지 않으면 된다. 그러면 개인사업자는 더 좋은 제품을 제조ㆍ판매할 수밖에 없다. 그런 환경이 조성되면 오프라인도 자연스럽게 따라갈 것이다.”

시장이 안전을 주도하는 방향으로 나가는 것이 최선이자 최상위 방법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시장이 DNA를 바꾸려면 오랜 시간이 걸린다. 시장이 쉽게 개선될 가능성도 높지 않다. 그렇다면 양심불량의 개인사업자는 판을 치고, 눈 뜬 채 뒤통수를 맞는 소비자는 갈수록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안타깝지만 소비자 스스로 ‘조심하는 게’ 상책이라는 거다. 당신이 방금 온라인에서 구입한 수입제품이 해외에서 리콜된 것일 수도 있다는 얘기다.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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