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 사각지대에 놓인 생필품

▲ 소비자들은 “드러난 게 이정도인데 수면 아래는 어떻겠느냐”며 불안해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소비자고발 프로그램을 보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 거기 나온 것들을 안 쓰고, 안 먹겠다고 마음먹으면 도대체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 과장된 듯싶다가도 주위를 돌아보면 온통 위험한 것 투성이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마음 놓고 사용할 수 있는 게 과연 얼마나 될까.

가습기 살균제 문제가 채 해결되기도 전에 이번에는 치약이다. 전체 치약 브랜드 중 약 4%가 가습기 살균제 성분인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론ㆍ메틸이소티아졸론(CMITㆍMIT)을 사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식품의약안전처(이하 식약처)는 9월 30일 국내 68개 업체에서 생산되는 치약 3679개 제품을 대상으로 전수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 아모레퍼시픽의 ‘메디안’ ‘송염’, 부광약품 ‘안티프라그’, 금호덴탈제약의 ‘자일덴트’ 등 10개 업체가 판매하는 149개의 제품에서 CMITㆍMIT 성분이 검출됐다. 식약처는 “회수 대상인 149개 제품의 CMITㆍMIT 함유율은 양치할 때 치약을 삼키더라도 안전에는 문제가 없다”면서도 해당 성분을 사용한 것을 확인한 만큼 제품을 회수하고, 업체에는 행정처분을 내릴 예정이라고 전했다.

물티슈 안에 벌레가?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이른바 ‘생필품’이 위험하다. 위해요소가 발견되는 사례가 줄줄이 터지고 있어서다.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소비자들은 이런 일이 터질 때마다 ‘혹시 내가 사용하는 것도?’라면서 마음을 졸일 수밖에 없다.

직장인 오가영(가명ㆍ30)씨는 부피가 크거나 무거운 제품을 주로 온라인 쇼핑몰에서 구매한다. 현관 앞까지 배달해주는 데다 가격도 상대적으로 저렴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얼마 전 온라인몰에서 산 물티슈가 말썽을 일으켰다. 유통기한이 5개월이나 남았는데 뚜껑을 열어보니 곰팡이가 피어 있었던 거다. 오씨뿐만이 아니다. 물티슈와 관련된 위해 사례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2013년 한 해 46건이던 물티슈 위해 사례는 올 상반기에만 48건이 접수됐다. 과거 영ㆍ유아들의 전유물이나 마찬가지였던 물티슈가 다양한 소비층으로 확산되면서 피해사례도 증가한 것이다.

2013년부터 올 상반기까지 한국소비자원 소비자위해감시시스템(CISS)에 접수된 물티슈 관련 위해사례는 총 210건이다. 물티슈 안에 벌레ㆍ부유물 등 ‘이물’이 있다는 신고사례가 81건(38.6%)로 가장 많았고, 부패ㆍ변질됐다는 사례도 71건(33.8%)이나 됐다. 사용 후 피부 부작용이 발생(12.4%)했거나 악취(4.8%)가 난다는 사례도 있었다.

소비자 신고사례가 증가하자 한국소비자원은 최근 물티슈 관련 위해정보를 분석했다. 그 결과, 시중에서 유통ㆍ판매 중인 물티슈 27개 중 2개 제품이 기준치를 벗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영ㆍ유아 물티슈인 ‘맑은느낌’에선 살균ㆍ보존제인 CMIT(0.000 6%)ㆍMIT(0.007%)가 검출됐다. 포장에 성분을 기재하긴 했지만 ‘사용 후 씻어내는 제품’이 아니기 때문에 CMITㆍMIT를 사용할 수 없다. 한국소비원은 해당제품에 자발적 회수를 권고했고 업체도 이를 받아들여 회수를 진행하고 있다.

‘몽드드 오리지널 아기물티슈’에선 기준치인 100CFU/g를 초과하는 40만CFU/g의 일반세균이 검출됐다. 한국소비자원 소비자안전국 식의약안전팀은 “물티슈의 안전성을 확보하고 더 이상의 소비자 피해를 막기 위해 기준치를 초과한 해당 제품의 자발적 회수와 시정을 권고했다”면서 “소비자들도 제품을 사용할 땐 성분을 꼼꼼하게 확인할 것”을 당부했다.

문제는 물티슈가 피부에 직접 닿는 제품이라는 거다. 그런 의미에서 피부에 직접적으로 주입되는 반영구화장 문신 염료는 더 큰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실제로 지난해 2월 정지연(가명ㆍ38)씨는 반영구화장 시술을 받았다가 병원신세를 졌다. 아이라인 시술 후 양쪽 눈에서 이물감이 느껴졌고 시야도 흐려졌다. 증상이 지속돼 정씨는 결국 병원 치료를 받게 됐다. 같은해 4월 안정희(가명ㆍ38)씨도 반영구화장 시술을 받다가 문신용 염료가 눈에 들어가 병원 치료를 받아야만 했다.

한국소비자원의 소비자위해감시시스템에 접수된 반영구화장 관련 위해사례는 2013년 총 18건이었다. 하지만 2015년에는 31건으로 2013년 대비 72.7%나 증가했다. 가장 많은 피해 유형은 ‘부작용(71.4%)’이다. ‘시술 부주의’ 사례도 20.8%로 나타났다.

위해사례가 끊이지 않자 당국은 지난해 9월 26일부터 반영구화장 문신 염료를 ‘위해우려제품’으로 지정해 유해물질 함량 등을 제한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반영구화장용 문신 염료는 피부에 주입돼 인체 내에 장시간 잔존하기 때문에 반드시 안전성이 담보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제성 없는 ‘권고’ 괜찮나

소비자를 불안에 떨게 하는 것은 비단 물티슈와 반영구화장 문신 염료만이 아니다. 매년 여름이면 수입 냉동과일의 대장균군 초과 검출 소식은 단골손님처럼 찾아온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소비자들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 “수면 위로 드러난 게 고작 이정도인데 드러나지 않은 수면 아래 위해요소들은 얼마나 많겠느냐”고 토로하는 이유다.

정부는 일단 ‘달래기’에 나섰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 이후 치약ㆍ물티슈에서도 살균제 성분이 검출되자 올해 말까지 일상생활에서 자주 쓰는 제품을 전수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위해가 우려되는 제품을 적발하면 해당 제품을 회수하거나 제품명을 공개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번에도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식 조치라는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사태는 늘 그렇듯 벌어졌고, 소비자는 ‘제발 내가 되지 말길’ 바라는 마음으로 여전히 떨고 있기 때문이다.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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