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완식의 재테크연구소

▲ 산술적으로 돈의 액수만 불리는 게 재테크의 전부는 아니다.[사진=아이클릭아트]
1% 금리의 시대. 적금으로 1년에 1200만원을 만들려면 월 평균 100만원이 필요하다. 어떤 재무설계사는 “빠듯하다”면서 소비를 줄이라고 권한다. 소비를 줄이지 않고도 목돈을 모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필자의 생각은 이렇다. “재테크에서 중요한 건 숫자(수익률)가 아니라 어떻게 모으느냐다.”

“미래를 대비하고 싶은가? 돈을 모아 부자가 돼라. 돈을 모으고 싶은가. 그럼 최대한 소비를 줄이고 아껴라.” 미디어나 SNS에서 재무설계 전문가들이 내놓는 재테크 조언이다. 과소비를 하는 사람이 돈을 모으기는 쉽지 않다는 점에서 소비를 줄이라는 조언은 백번 타당하다. 소비를 줄여야 저축이나 투자를 할 수 있는 여력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조언을 소위 재무설계 혹은 재테크 전문가들이 내놓는다는 건 문제다. 아껴서 돈을 모으라는 말은 초등학생도 생각할 수 있는 전략이다. 전문가라면 소비 욕구를 어느 정도 충족하면서 돈을 모을 수 있는 전략을 알려줘야 한다는 얘기다.

더구나 ‘소비를 줄이고 돈을 모으라’는 것이 모든 욕망을 꾹꾹 참아 누르면서 한푼 두푼 모으라는 의미라면 그게 현실적인 조언인지도 의문이다. 커피 한잔 값을 아끼고, 지인과의 술 한잔조차 계산해야 한다면 그건 스스로 삶의 질을 낮추라는 것과 다름없다. 삶의 질을 낮추면서 찾아올 스트레스는 어떻게 할 것인가.

물론 아끼고 모아서 경제적 수준을 끌어올리는 방식의 재테크가 없었던 건 아니다. 하지만 그건 1970~1980년대에나 통했던 전략이다. ‘자린고비 전략’을 사용하면 부의 축적 속도는 빨라질지 몰라도 삶이 행복하진 않을 가능성이 높다. 효율성을 강조하는 저축 혹은 투자 제안이 달라져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전문가는 ‘행위의 자제를 통한 재테크’보다 ‘행위의 횟수제한을 통한 재테크’ 방법을 알려줘야 한다.

그렇다면 행복한 재테크의 방법은 뭘까. 무엇보다 무조건 ‘모은다’는 생각을 버리는 게 좋다. 기간을 정해 놓고, 그에 맞는 계획과 방법을 찾는다면 좀 더 효과적인 재테크가 가능하다. 쉽게 말해, 산술 개념을 버리라는 건데, 그러면 심리적 안정감뿐만 아니라 목표의식이 생길 수 있다.

예를 들어 직장인 A씨가 5년 안에 3000만원을 모을 계획을 세웠다고 치자. ‘소비를 줄여서라도 돈을 모아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의 계획은 이런 식이다. “1%대의 적금을 이용했을 때 월 납입금은 얼마, 현재 마련할 수 있는 여유자금은 얼마다. 때문에 모자라는 돈은 다른 소비를 줄여 충당해야 한다.” 하지만 재테크 전략을 가진 사람은 다르다. 이율이 1%대에 불과한 적금보다는 최소한 4~5%의 수익을 낼 수 있는 펀드상품에 가입해 5년 동안 운영하려 할 것이다.

“재테크의 정의부터 바꿔라”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이율이 1.5%인 적금으로 3000만원을 모으려면, 현금 약 2906만원(세후이자 약 94만원)이 필요하다. 매월 약 48만4000원을 불입해야 하는 규모다. 반면 수익률이 4.0%인 채권 중심 펀드를 활용해 3000만원을 모으려면 현금 2723만원(이자 약 277만원)을 넣어야 한다. 월로 계산하면 약 45만4000원을 불입하는 셈이다. 결과적으로 월 불입액이 3만원 차이나는 셈인데, 2000원짜리 아메리카노를 15잔 먹을 수 있는 돈이다.

이처럼 ‘어떻게 모으느냐’에 따라 월 불입액은 물론 삶의 질이 달라진다. 물론 펀드의 경우 원금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리스크가 있다. 하지만 채권 비중을 높여 원금손실 부담을 낮춘 펀드의 5년 운용 수익률이 4~5%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재테크에서 ‘어떻게 모으느냐’는 정말 중요한 가치임에 틀림없다.

사실 재테크에서 ‘종잣돈 100원으로 120원 또는 150원을 만들 수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개인의 목표에 따라 달성 가능한 계획과 전략을 세우고, 얼마나 효과적으로 그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느냐가 훨씬 중요하다. ‘목표 자금을 만들기 위해선 매월 얼마가 필요하니 다른 소비를 줄여라’는 건 좋은 재테크 전략이 아니라는 거다.

이런 맥락에서 보험상품 판매에만 눈이 먼 가짜 재무설계 전문가들도 생각을 고쳐먹어야 한다. 비상자금 한푼도 없이 생활을 할 수 있는지, 이자가 높다는 이유로 비과세상품에만 돈을 쏟아붓는 게 과연 타당한지, 각종 보험상품이 왜 필요한지 등을 다시 한번 숙고해야 한다는 거다. 재테크는 산수算數가 아니라 삶의 질이다. 목표액ㆍ수익률 등을 맞추는 게 아니라 내 삶의 수준을 높이는 것이다. 재테크 관념을 바꾸는 게 어쩌면 재테크의 시작일 지 모른다.
윤완식 프라이빗 재무컨설팅 대표 nopagess@nate.com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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