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필품 위험보고서❹ 데이터 없으면 시장도 없다
생필품 위험보고서❹ 데이터 없으면 시장도 없다
  • 고준영 기자
  • 호수 211
  • 승인 2016.10.20 08: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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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유해물질 관리시스템 보니 …

▲ 유럽의 리치제도를 모태로 도입한 화평법에 구멍이 많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사진=뉴시스]
국내 소비자들이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잇따른 생활용품의 위해성 논란으로 국산품의 신뢰가 바닥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해외제품은 괜찮을까. 무엇보다 확실한 성분표시와 관리체계로 ‘내가 쓰는 제품에 무엇이 들어있는지’는 쉽게 알 수 있다. 유해물질이 발견될 경우 처벌 기준도 강력하다.

가습기 살균제, 물티슈, 치약 등. 생활화학제품의 위해성 논란이 연이어 터져 나오고 있다. 논란이 되고 있는 제품들이 흔히 사용하는 생활용품인 만큼 사람들의 불안감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특히 제품의 안전성에 민감한 주부들은 생활용품을 직접 만들어 쓰거나 온라인을 통해 해외제품을 구매하자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더이상 국산 생활화학제품을 믿지 못하겠다는 건데, 그렇다면 해외 제품은 우리나라 제품과 무엇이 다를까. 유럽의 사례를 살펴보자.

유럽은 화학물질 안전관리 시스템이 탄탄하고 신뢰할 만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유럽화학물질관리청(ECHA)이 도입하고 있는 리치(REACH) 제도 덕분이다. 리치는 2003년 처음 발표돼 2007년 6월부터 시행된 제도다. 유럽연합(EU) 내 연간 1t 이상 수입ㆍ제조되는 모든 화학물질을 등록하고 그 위해성을 평가해 사용을 허가ㆍ제한하는 관리규정이다. 쉽게 말해, ‘노데이터 노마켓(No data no market)’의 원칙을 고수한 사전 인증 제도다. 사전에 등록되지 않은 성분이 포함돼 있을 경우엔 시장에 나올 수 없다는 거다.

한편에선 ‘우리나라도 이와 비슷한 제도를 갖고 있다’고 반박한다. 리치제도를 모태로 2015년에 도입한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화평법)’을 두고 나오는 말이다. 하지만 리치에 비하면 구멍이 많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재순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연구원은 “리치는 위해성 자료 고시 의무를 1t 이상의 모든 화학물질로 규정하고 있지만 화평법은 100t 이상의 화학물질만 고시 의무가 있다”고 설명했다. 위해성 등록 평가 항목도 화평법(최대 51개)이 리치(최대 61개)보다 10개가량이 적다.

현 연구원은 “해외의 경우 생활화학제품에 성분표시가 확실하게 기재돼 있다는 점도 우리나라와는 다르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는 화장품을 제외하고는 성분표시 의무가 없어 계면활성제, 합성보존제 등 통합적인 기능 명칭이 표시돼 있을 뿐 구체적인 성분이 명시돼있지 않다. 사후 처벌의 기준과 강도 역시 다르다. 지난 5월 미국에서 발생한 존슨앤존슨 사태는 대표적 사례다.

난소암에 걸린 여성이 자신이 수년간 사용해온 미국 제약회사 존슨앤존슨의 제품 베이비파우더와 여성위생용품을 발병 원인으로 지목했다. 재판 결과, 해당 제품에 들어있는 탈컴 파우더가 발암 유발 물질로 판명됐고 존슨앤존슨은 패소했다. 주목할 건 미 법원이 존슨앤존슨에 내린 손해배상액 5500만 달러(약 625억원)다. 기업이 해야 할 의무를 다하지 않고 반사회적 손해를 끼쳤을 경우 엄중한 처벌을 내리고 있다는 얘기다.

반면 우리나라의 처벌 수위는 솜방망이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화평법과 화관법(화학물질관리법) 위반 시 과징금은 매출액의 최대 5.0%로 미국의 처벌 수위에 비하면 징벌적 요소가 미약하다. 이마저도 ‘고의적ㆍ반복적’일 경우라는 단서가 달려 있다. 물론 해외 제품이라고 안전이 보장돼 있는 건 아니다. 실제로 위해성 물질이 검출된 사례도 많다. 하지만 강력한 규제와 처벌로 재발 가능성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하루빨리 안전 관리ㆍ감독 제도를 재정비해야 하는 이유다.
고준영 더스쿠프 기자 shamandn2@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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