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필재의 人sight | 최영삼 ㈜거마 대표

최영삼(74) ㈜거마 대표는 아파트에 살면서 쓸 만한 자전거가 버려지는 게 안타까웠다. 국유지 빈터에 자전거수리소를 차렸다. 이 일터에서 지금 9명이 일한다. 평균 연령은 68세. 그는 찬바람이 불면 ‘내 나이가 어때서’라고 수놓은 조끼를 전 직원이 맞춰 입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 최영삼 ㈜거마 대표는 쓸 만한 자전거가 버려지는 걸 안타까워했다.[사진=지정훈 기자]
“버려지는 자전거는 그저 고철일 뿐입니다. 수리해 다시 타면 자원 재활용이 되죠. 폐자전거 거저 수거해 와 우리가 수리해 팔면 마진이 90%입니다. 문제는 판로예요.” 최영삼 ㈜거마 대표는 “국가가 나서 폐자전거 재활용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자원을 재활용하니 친환경이고, 아이템이 자전거라 친환경입니다. 이래저래 국가적으로 큰 이득이잖습니까?”

버려진 자전거를 고철로 팔면 ㎏당 100원 받기도 힘들다고 한다. 거마가 수리해 팔면 부품 값으로 최다 1만5000원을 들이고도 약 10만원 받을 수 있다. 보통은 대당 7000~8000원의 수리 비용이 든다. “지자체도 공유지에 적은 비용으로 중고 자전거 매장을 차릴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합니다. 전용 판매장을 마련하고 싶지만 임대료가 너무 비싸요. 자전거 타기 운동을 벌이면서 중고 자전거 보급에 힘쓰면 환경도 보호하고, 여러 가지로 좋잖아요.”

그에 따르면 우리나라가 대만 등 외국에서 수입하는 자전거는 연간 약 7만대에 이른다. 그중 70%가 수명을 다하기 전 버려진다고 최 대표는 말했다. 울산의 사회적기업 ㈜거마는 이렇게 버려지는 자전거를 수거해 수리한 후 중고품으로 되판다. 가격은 새 자전거의 30% 수준. 원자재 격인 폐자전거를 무상으로 수거해 오니 수익 모델이 좋은 셈이다. 문제는 중고품이라고 사람들이 외면하는 것이다. “비록 중고 자전거지만 품질은 신품 못지 않습니다. 수거해 온 자전거를 해체한 후 못 쓰게 된 부품은 전부 새 거로 갈거든요. 우리나라 사람은 수리를 해도 신품의 제 색이 나야 잘 사갑니다. 일종의 허영심이죠.”

1년 남짓 타고 마는 어린이 자전거는 사람들이 아예 중고품을 사지 않는다. 아이를 하나나 둘 키우다 보니 새 자전거를 사주고 싶은 것이다. 어쩌다 젊은 부모들이 중고 어린이 자전거를 사러 오면 그래서 그냥 주기도 한다. “어린이 자전거와 어른 자전거 간에 가격차가 거의 안 납니다. 그렇게 비싸게 주고 산 아이 자전거를 사람들이 거의 다 버려요. 어린이 자전거야말로 중고품을 활용하는 게 바람직합니다.”

거마는 10월 말까지 저소득 아동들에게 자전거 100대를 기증하기로 했다. 지역을 순회하며 자전거 수리 봉사도 한다. 부품을 교체할 때만 부품 값을 받는다. 수리를 받으려 기다리는 줄이 길 땐 20m에 이른다. 최 대표는 자전거를 수리하는 동업자들은 거마를 안 좋아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자신들의 일자리를 위협하고 거마 탓에 수리비를 비싸게 받을 수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 이유다.

폐자전거 수리 사업 아이디어는 최 대표가 냈다. 아파트에 살면서 관찰해 보니 멀쩡해 보이는 자전거가 숱하게 버려졌다. 궁리 끝에 현재 거마가 자리 잡은 국유지 빈터에 자전거 수리소를 차렸다. 임대료는 다른 땅의 4분의 1 수준이다. 2012년 예비사회적기업이 됐다. 지역사회 공헌형 사회적기업. 주요 고객은 기업들이다. 회사 내 이동 수단으로 중고 자전거를 사 간다. 사내용인 셈이다.

회사 설립 후 약 2년간은 적자가 났다. 그 후 적자를 면했지만 현상 유지 수준이다. 최 대표 포함해 구성원은 9명. 60대가 4명, 70대가 4명, 나머지 한 사람은 사무를 보는 50대 장애인이다. 평균 연령 68세. 실버 비즈니스가 따로 없다.

본래 자전거 수리 기술 보유자는 이 가운데 두명에 불과했다. 지금은 4명이 전문인력, 두 명이 보조자다. 구성원 중 두 사람이 여성. 최 대표는 찬바람이 불면 ‘내 나이가 어때서’라고 수놓은 조끼를 전 직원이 맞춰 입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오늘도 나이 지긋하신 분이 찾아와 자전거 수리를 배울 수 없느냐고 묻고 갔습니다.”

자전거를 수리하는 일은 힘은 들지만 비교적 안전한 일이다. 직원 급여는 월 130만원 수준. 최저임금보다 조금 더 받는다. “직원들이 봉급을 올리자고 하면 내가 그러지 말고 일자리 하나 더 만들자고 합니다. 자전거를 수리해 자원 재활용도 하고 사회적기업답게 더불어 살 길을 찾아야죠.”

✚ 저는 자전거를 못 탑니다. 이런 사람도 자전거 수리 기술을 배울 수 있나요?
“누구나 배울 수 있어요. 기계를 좀 만질 줄 알면 6개월이면 다 배웁니다. 나도 기술자 출신이 아니에요. 그런데 기술을 배워 지금은 간단한 수리를 많이 합니다.”

✚ 거마의 사업 모델을 다른 지역에 이식할 수도 있겠습니다.
“다른 지역에서도 하면 좋죠. 자원 재활용에 노인들 일자리도 창출됩니다. 다른 지역에서 이 사업을 하겠다고 하면 그동안 축적한 노하우를 다 가르쳐 줄 용의가 있어요.”

그는 우리나라엔 아직 없는 자전거 출장 세차가 앞으로 유망해 보인다고 말했다. 세차 후 자전거에 기름칠을 해 주고 윤활유도 보충해 주는 것이다. 비싼 수입 자전거는 2000만원짜리도 있다고 하니 수요가 꽤 있을 법도 하다. “자동차와 달리 자전거는 기계 세차가 없어요. 전부 손세차죠. 잘하면 청년 일자리가 만들어질 수도 있어요. 이 사업을 전국화할 수도 있죠.”

퇴근 전 막걸리 회식은 ‘만원의 행복’

✚ 이렇게 막 얘기해 버리면 다른 사람이 먼저 자전거 출장 세차를 시작할 수도 있겠어요?
“누구든 먼저 시작하면 좋죠. 일자리가 생기지 않습니까?”

거마는 주 5일 근무한다. 9시 반 출근해 6시 반 퇴근한다. 토요일~월요일엔 직원의 절반만 나온다. 점심도 같이 먹고 퇴근 30분 전이면 막걸리 한두 통을 사다 나눠 마신다. 안주는 시장 통에서 산 순대. 1만원이면 다 해결된다. “자, 내일을 위해 한 사발씩 마시자고 합니다. 다들 기다리는 시간이죠.”

✚ 젊은 사람은 안 쓰나요?
“젊은 사람은 일을 가르치고 나면 돈 더 주는 데로 갑니다. 나가서 자전거포를 직접 차리기도 하고요. 여기서 일 배워 스스로 먹고살 수 있으면 그것도 좋은 일이죠.”
▲ 최 대표는 자전거 기계 세차를 가능하게 하면 청년 일자리를 만들어낼 수도 있을 거라 말했다.[사진=지정훈 기자]

거마가 지금까지 수리해 판 자전거는 약 7400대이다. 연간 1800대가량 된다. 그는 거마가 자리 잡은 울산시 중구에서 나오는 폐자전거를 이 회사가 다 처리 못한다고 귀띔했다. 판로만 확보되면 황금알을 낳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 노인 빈곤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질 텐데 중고 자전거를 많이 타면 노인 일자리 창출에도 도움이 되겠어요?
“그럴 겁니다. 울산도 공원에 가면 일거리 없는 노인이 많습니다. 공공기관이 빌려주는 자전거부터 중고로 바꾸면 좋겠어요.”

최 대표의 아들은 대법원 부장판사이다. 이 사업에 뛰어들 때 가족들이 처음엔 말렸다고 한다. 지금은 그러려니 한다. 그는 연내 거마 2호점을 오픈하려고 한다. “젊어서 회사도 다녔고 개인사업도 좀 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이 더 보람 있습니다. 버려진 물건을 수리해 재활용하게 하고 기증도 하기 때문이죠. 나이가 드니 더불어 사는 게 참 좋습니다.”
이필재 더스쿠프 인터뷰 대기자 stolee@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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