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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재 빼내면 ‘끝’ M&A는 뭣 하러…M&A 실종된 한국경제
[211호] 2016년 10월 21일 (금) 08:18:51
김다린 기자 quill@thescoop.co.kr

“O2O, 인공지능(AI), 드론, 스마트카, 사물인터넷(IoT), 바이오, 헬스케어, 2차전지, 3D 프린팅….” 4차 산업혁명의 주역으로 꼽히는 산업이 이렇게나 많다. 글로벌 기업들이 관련 기술을 갖춘 스타트업의 M&A에 심혈을 기울이는 이유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이 대열에서 한발 물러서 있다. 굳이 M&A를 할 필요가 없어서다.

   
▲ 주요 선진국들이 이미 활발한 M&A를 통해 4차 산업혁명 주도권 경쟁에 나섰다.[사진=뉴시스]

‘934대 20.’ 지난해 미국 기업과 우리나라 기업이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인수ㆍ합병(M&A)을 진행한 숫자다. 우리나라 M&A 건수는 미국의 2.0% 수준에 그쳤다. ‘경제 대국인 미국과 양적 수치를 비교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면 다음 자료를 보라. 같은 기간 M&A 건수는 중국 127건, 영국 118건, 일본 80건, 독일 49건 등이다.

컴퓨터 분야 M&A의 결과도 별반 다르지 않다. 미국에선 243건, 일본 58건, 영국 51건, 중국 24건, 독일 16건이 진행됐지만 우리나라는 9건에 그쳤다. 인터넷 분야의 M&A 숫자 역시 미국 459건, 영국 69건, 중국 77건, 일본 70건, 독일 38건인 데 반해 우리나라는 21건에 불과했다.

전문가들은 이 통계를 보고 “부끄러운 수치”라고 말한다. 이상헌 보다폰 한국사무소 대표의 설명을 들어보자. “이세돌을 바둑으로 이기면서 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구글의 ‘알파고’도 M&A의 산물이다. 구글은 직원이 10여명밖에 되지 않는 AI 기업 딥마인드를 엄청난 돈을 주고 인수하면서 시장의 주도자가 됐다. 4차 산업혁명은 서비스가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속도가 빨라야 한다. 분야도 다양하고 국경도 넘나든다. 젊고 창의적인 스타트업 기업들의 에너지가 필요한 이유다.”

   
 

21세기 글로벌 시장에서 M&A의 의미는 ‘회사간 결합’ 그 이상이다. ‘안정성(대기업)과 혁신성(벤처기업)을 모두 잡는다’는 의미가 더 크다. 격변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빠른 M&A’가 전략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국내엔 4차 산업혁명을 이끌 만한 안정적이면서도 혁신적인 기업이 눈에 띄지 않는다. 보스턴컨설팅그룹이 꼽은 ‘4차 산업혁명을 이끌 혁신기업’ 50위권에 들어간 한국 기업이 삼성전자 한곳일 정도다. 미국 기업은 29개, 일본은 5개, 중국은 3개 기업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국내시장에서 M&A가 활성화되지 않은 이유는 간단하다. 경험이 부족해서다. M&A 경험이 일천한 탓에 인수대상 기업의 사업ㆍ재무적 실상, 인수시 시너지 효과 등을 판단할 역량이 부족하다는 거다. 더군다나 기업의 의사결정을 도와줄 자본시장도 제대로 발달하지 않았다. 투자자본이 M&A 시장에 몰리지 않는 이유다.

활력 잃은 한국 기업 생태계

더 심각한 문제도 있는데, 다름 아닌 상생과 존중이 실종된 생태계다. 한 IT 스타트업 기업 대표는 이렇게 꼬집었다. “우리나라 대기업들은 M&A를 할 필요가 없다. 괜찮은 벤처기업이 있으며 충분한 대가를 주고 사는 것이 아니라 그냥 인력과 기술만 빼오면 되기 때문이다.”

그사이 한국 스타트업 기업은 글로벌 기업의 좋은 먹잇감이 되고 있다. 해외 기업의 한국 기업에 대한 M&A는 2012년 1조9000억원에서 지난해 5조1000억원으로 급증했다. 김윤경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글로벌 공룡 기업들은 이미 M&A에서 답을 찾고 미래의 유망 스타트업 쇼핑에 나섰다”며 “우리나라도 신기술에 목마른 대기업과 출구전략이 필요한 중소ㆍ벤처기업 간에 상생의 생태계가 시급하다”고 꼬집었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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