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복합단지 전성시대

프랑스 라데팡스, 독일 포츠다머 플라츠, 일본 도쿄 롯폰기 힐스…. 이들의 공통점은 지역 랜드마크이자 도시의 새로운 진화 모델로 불리는 ‘주거복합단지’라는 점이다. 이는 주거ㆍ상업ㆍ문화ㆍ업무 시설이 어우러진 차세대 주거형태다. 주거복합단지 열풍이 우리나라에도 옮겨 붙었다.

▲ 주거복합단지는 단지 내 주거, 문화, 쇼핑, 업무, 교육 시설 등을 갖춘 새로운 형태의 도시개발단지다.[사진=뉴시스]

‘주거복합단지(Mixed Use Development)’가 차세대 주거공간으로 떠오르고 있다. 주거복합단지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주거와 상업시설이 혼합된 주상복합 아파트를 확장한 개념이다. 주거와 상업시설뿐만 아니라 교육과 문화시설까지 함께 개발한다. 한마디로 현관문을 나서기만 하면 대형 백화점과 할인점을 비롯한 쇼핑, 비즈니스 시설, 문화시설, 교육시설까지 이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단지 안에서 모든 생활이 가능하다는 장점 때문에 ‘도시 속의 미니 도시’라는 별명까지 붙었다. 큰 규모로 개발되면서 지역을 대표하는 랜드마크로 자리 잡을 공산도 크다.

해외에서는 이미 주거복합단지가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일본의 롯폰기힐스를 비롯해서 미국의 배터리 파크시티, 파리의 라데팡스, 베를린의 포츠다머 플라츠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특히 롯폰기힐스는 하루 방문객이 10만명에 이르는 대도시로 재탄생했다. 유명 기업들이 입주 릴레이를 펼쳤고 각종 브랜드숍, 호텔, 미술관, 영화관, 모리정원 등이 입점하면서 글로벌 관광명소로 자리를 잡았다. 땅값이 천정부지로 오르는 사이 지어진 롯폰기힐스레지던스는 일본 연예인들이 가장 살고 싶어하는 집으로 꼽히고 있다.

 
세계 각국의 주거복합단지 열기는 우리나라에도 옮겨 붙었다. 최근 분양된 판교알파리움이 대표적이다. 이 단지는 881가구 모집에 1순위에서만 2만2804명이 몰리며 평균 26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96㎡(약 30평)의 경우 32가구 모집에 3142명이 신청해 경쟁률이 98대 1에 달했다. 현재는 2억원이 넘는 웃돈(프리미엄)이 붙어 거래되고 있다. 개발지구 내 백화점, 대형마트 등 생활편의시설이 골고루 갖춰지면서 투자자가 몰린 탓이다. 2208가구의 대규모 주거 복합단지인 킨텍스 원시티 아파트는 고양시 최초로 1순위 청약자가 1만명을 넘어서는 기록을 세웠다.

특히 역세권 인근에서 개발되는 주거복합단지는 몸값이 천정부지로 솟구치고 있다. 교통 인프라 덕이다. 2008년 준공된 KTX광명역세권 택지개발사업이 대표적이다. 경기도 광명시 소하동ㆍ일직동, 안양시 만안구 석수동ㆍ박달동 등 KTX 광명역 일대 196만㎡(약 60만평) 부지에 6646가구의 공동주택이 들어섰다. 다기능 테마형 복합단지, 정보통신단지, 물류시설 등을 고루 갖춘 말 그대로 주거복합단지였는데, 예상대로 부동산 가격이 춤을 췄다.

주거ㆍ문화ㆍ교통을 한 번에…

KB국민은행에 따르면 광명시 소하동 땅값은 사업 착공 당시부터 오름세를 지속해 10월 현재 3.3㎡당 1284만원 수준을 형성하고 있다. 2년 전과 비교하면 12% 이상 상승했다. 개별 단지의 매매가도 크게 올랐다. ‘광명역세권 휴먼시아 4단지’의 경우 2012년 9월 3억9000만원에서 올해 9월 4억4500만원으로 4년 사이 5500만원이 뛰었다. 같은 기간 전세가격 오름폭은 1억4000만원에 달한다.

최근 건설사들이 역세권 개발 지역에 앞다퉈 주거복합단지를 계획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서울에서는 연내 개통 예정인 수서발 고속철(SRT)을 중심으로 한 수서역세권 개발이 화제다. 원래 이 지역은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이었다. 하지만 국토교통부가 올해 6월 이 지역을 공공주택지구로 확정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서울시ㆍ철도시설공단 등이 계획한 사업 추진 방안을 살펴보면, 수서 지역을 일반상업지역으로 변경해 오피스ㆍ주거ㆍ시네마ㆍ미술관ㆍ전통정원 등이 한데 어우러진 복합도시를 조성할 계획이다. 발빠른 투자자들이 인근 지역 아파트를 매수에 나선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분양가가 3억500만원 수준이던 자곡동 ‘래미안포레’ 59㎡(약 18평)는 7억원에 거래되고 있다. 노후 아파트도 ‘부르는 게 값’이다. 1992년에 입주한 ‘신동아아파트’ 33㎡(약 10평)이 1년새 9500만원이 올랐을 정도다.

동탄역세권 개발도 투자자들의 핫이슈다. 동탄역에는 KTXㆍGTXㆍ인덕원선 등의 광역환승시설이 구축된다. 그 위로 롯데백화점, 마트ㆍ영화관 등 복합상업시설, 49층 높이 초고층 주상복합 4개동이 결합된 롯데타운이 들어선다. 투자자들은 기존 동탄 1신도시와 2신도시와의 시너지도 기대하고 있다.

관심 많은만큼 리스크도 적지 않아

규모가 부쩍 커진 수색역세권 개발 사업도 관심을 끌고 있다. 이 사업은 지하철 6호선ㆍ경의선ㆍ공항철도가 지나는 디지털미디어시티역과 철도 용지에 복합단지를 개발하는 대형 프로젝트다. 서울시 은평구 수색로 261 DMC역 부지, 수색역 부지, 철도시설 이전부지 등이 대상이었다. 여기에 수색역 서측 철도시설 이전부지가 추가됐다. 덕분에 개발 규모가 기존의 20만7000㎡(약 6만2000평)에서 32만3000㎡(약 9만7000평)로 커졌다.

이렇게 주거복합단지는 업계에서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하지만 주거복합단지는 장단점이 뚜렷하다. 무엇보다 다양한 기능이 동시에 개발되는 만큼 사업계획이 복잡하다. 사업도 오랜 기간에 걸쳐 단계별로 진행되기 때문에 경기, 자금 조달 능력 등 변수가 많다. 수조원이 넘는 재원을 조달하지 못해 사업이 중단되거나 취소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전문가들이 화려한 외관보다 기능성과 실용성에 중점을 맞춘 단지에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하는 이유다.
장경철 부동산일번가 이사 2002cta@naver.com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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