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가지 키워드로 본 우리의 ‘중증’
11가지 키워드로 본 우리의 ‘중증’
  • 노미정·고준영 기자
  • 호수 212
  • 승인 2016.10.24 09: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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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주의 책 이야기「헬조선에는 정신분석」

노답 한국 사회의 증상 읽기

대졸 신입사원 4명 중 1명 이상은 1년 안에 퇴사한다(한국경영자총협회 조사). 사使측에서야 ‘요즘 젊은 것들의 사표’가 나약함의 징표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청년들은 억울하다고 호소한다.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는 것만큼이나 어렵게 입사했지만 인생을 회사에 바치는 삶을 살고 싶지는 않다는 거다. 다수의 청년은 성별에 상관없이 연애, 결혼, 육아 등 개인적인 영역과 회사 업무의 영역이 균형을 맞춰 공존하는 삶을 꿈꾼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보편적인 기업 문화를 봤을 때 이 꿈은 실현 가능성이 희박하다. 이러니 부푼 꿈을 안고 입사한 신입사원들이 입사 1년도 채 되기 전에 자신이 ‘사축社畜’임을 자각하고, ‘보람 따위 필요 없으니 야근 수당이나 달라’는 말을 꾹꾹 눌러 담다가 결국 ‘저녁이 있는 삶’을 외치며 사표를 던지는 수순을 밟는 거다. 하지만 더 안타까운 점은 한 드라마의 대사처럼 ‘회사 밖은 지옥’이라는 사실이다. 헬조선, 지옥불반도, 노답사회 등 우리나라는 지칭하는 부정적 표현이 유행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처럼 답이 보이지 않는 한국 사회에 ‘한국 라깡과 현대정신분석학회’ 학자 9명이 메스를 들이댔다. 이들은 책 「헬조선에는 정신분석」에서 멘토 열풍, 공부 강요하는 사회, 수직적 인간관계, 사랑하기 힘든 시대, 외모지상주의, 황금만능주의, 권력과 대통령, 반사회적 범죄, 세대 갈등, 불안, 행복 등 총 11가지 키워드로 한국사회를 진단했다. 진단 도구는 정신분석학적 관점이다.

저자들에 따르면 개인의 무의식은 소속 집단이나 사회로부터 영향을 받는다. 이들이 정신분석의 필요성을 개인 차원으로 축소하는 분위기를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예컨대 청년의 절망을 다룬 ‘세대갈등: 절망한 청년들을 어떻게 치료할 것인가?’라는 제목의 글에서 저자 홍준기 소장(프로이트 라깡 정신분석연구소)은 “정신분석 상담가로서 단언컨대 오늘날 심리문제(자살, 불안, 열등감, 우울 등)의 70~80%는 사회적 문제에서 시작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미래에 대한 절망과 불안 속에서 자신이 만든 문제가 아닌 것들을 자신의 탓으로 돌리며 살아야 하는가”라며 “이들이 할 수 있는 일은 굴욕적으로 복종함으로써 신경증 또는 정신질환에 걸리거나 저항하는 일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대학등록금 인하, 청년실업수당, 주거수당 등을 요구하며 행동하라는 얘기다.

이런 주장은 멘토 열풍의 비판으로 이어진다. 파리8대학에서 라깡을 연구한 백상현 박사는 한국사회의 ‘멘토 열풍’을 이야기하며 독자에게 과연 ‘멘토가 정말 필요한가’를 묻는다. 그에 따르면 최근 등장한 멘토는 대중의 요구에서 비롯된 자본주의의 산물이다. 이 멘토들은 대중에게 실용적인 지식·정보를 전달하거나 사회로부터 인정받은 이상적 자아를 모델로 제시해 모방하도록 유도한다. 또한 개인의 잃어버린 정체성은 성공한 다른 이의 삶을 모방하는 과정에서 곧 발견할 수 있다는 식으로 해법을 제시한다.

하지만 백 박사에 따르면 멘토는 본래 지식을 주입하고 강요하는 사람이 아니다. 멘토란 배우는 자가 스스로 깨달을 수 있도록 돕는 사람이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소크라테스가 대표적이다. 또한 그는 조언을 구하는 자에게 ‘공백’ 또는 ‘공허함’을 주는 존재여야 멘토라고 말한다. 누구나 마음속 공백을 두려워한다. 하지만 이 두려움을 대면하고 견뎌내는 방법을 스스로 터득하면 진정한 주체로 거듭날 수 있다. 이를 돕는 게 멘토의 역할이라는 것이다.

사람이 주체성을 갖게 되면, 개인을 억압하는 제도와 기득권에 저항할 용기가 생기게 마련이다. 그렇게 일과 삶의 균형, 기본권을 쟁취해 나가는 것이다. 간절히 바라는 무언가를 온 우주가 나서서 도와주지 않는다는 걸 우린 지난 수년간 경험하지 않았나. 

세가지 스토리

「아무도 무릎 꿇지 않은 밤」
목수정 지음 | 생각정원 펴냄

세월호 참사, 프랑스 테러, 한일 위안부 합의. 끔찍한 참사 앞에서 진정한 애도와 정의를 구할 수 없는 세상이다. 불평등, 불신, 혐오가 가슴 깊이 박히고,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마저 사라지고 있다. 하지만 시대의 불의에도 끝내 무릎을 꿇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저자는 이들과 함께 진실의 편에 서길 주문한다. 그것이 인간에 대한 예의와 살아남은 자의 몫을 다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보이지 않는 건축, 움직이는 도시」
승효상 지음 | 돌베개 펴냄

건축가 승효상의 건축론을 담았다. 그는 서울시 초대 총괄건축가로서 2년간 서울시의 건축 정책을 가까이서 지켜보고 결정했다. 그의 건축론이 시야가 넓으면서도 우리 일상과 가까이 와 닿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책은 승효상의 ‘빈자의 미학’을 통해 소유보다는 쓰임새, 더함 보다는 나눔, 채움 보다는 비움을 중시하는 건축의 공공성을 강조하고 있다.

「진흙, 물, 벽돌」
제시카 재클리 지음 | 21세기북스 펴냄

세계 최초·최대 P2P 소액대출 웹사이트 키바의 공동 창립자 제시카 재클리의 이야기다. 그는 빈곤을 줄이기 위해 은행에서 대출을 받지 못하는 이들에게 금융 서비스를 제공한다. 빈곤 문제에 관심이 많았던 어린 시절부터 기업의 창립자로 살아가는 자신의 이야기, 그가 만난 최빈민층 출신의 성공한 사업가들 이야기를 통해 진정한 기업가 정신이란 무엇인지 들려준다.
노미정·고준영 기자 기자 noet85@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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