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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찬의 프리즘] 대학졸업장이 ‘실업증명서’ 돼서야실업자 절반이 대학졸업자인 나라
[212호] 2016년 10월 24일 (월) 09:23:50
양재찬 대기자 jayang@thescoop.co.kr
   
▲ 고학력 실업자가 가파르게 늘어난 배경에는 학력 인플레이션이 똬리를 틀고 있다.[사진=뉴시스]

10월 중순, 대학가는 시험 치르는 시기다. 대학 재학생은 중간고사를, 미래의 대학생인 고등학교 3학년생은 대입 수시 1차 시험에 긴장한다. 이들 못지않게 스트레스를 받는 청춘이 취업준비생이다. 몇몇 대기업의 공채시험을 봤는데 불황 여파로 올 취업문은 더 좁아졌다.

취업이 힘드니 휴학하며 졸업을 미루는 경우가 많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조사 결과 2013년 4년제 대학 졸업생의 44.9%가 졸업유예 경험자였다. 그들이 대학을 졸업하는데 걸린 기간은 평균 13.0학기로 일반 졸업자(10.4학기)보다 2.6학기 길다. 취업을 못한 젊은이들이 대학에 남는 탓에 발생하는 기회비용 손실은 막대하다. 직업능력개발원은 대학생들이 졸업을 유예하지 않고 인력부족 문제를 겪는 중소기업에 취업할 때 얻는 사회적 이득(졸업유예의 사회적 비용)을 2514억원으로 추산했다.

어떻게든 취업한 경우는 그나마 다행이다. 대학을 나오고도 일자리를 못 구한 젊은이들이 부지기수다. 지난 3분기 실업자는 총 98만5000명, 이 중 32%인 31만5000명이 4년제 대학 이상 졸업자다. 전문대 졸업자까지 합친 고학력 실업자는 43만8000명으로 전체 실업자의 44.5%. 이쯤 되면 대학졸업장은 ‘실업증명서’요, 결혼과 내집 마련 등 미래 설계는커녕 학자금 대출도 못 갚는 ‘부채세대’로 낙인 찍힌다.

4년제 대학 이상 졸업자의 실업사태는 외환위기 때보다 훨씬 심각하다. 환란 직후인 1999년 대졸 실업자는 16만1000명으로 전체 실업자(133만2000명)의 12.1%였다. 외환위기를 극복하면서 2000년 10만명대로 줄었던 것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인 2010년 20만명을 넘더니만 불과 6년 만에 30만명 선을 돌파했다.

4년제 대졸 실업자가 30만명을 넘어서기도, 전체 실업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0%대를 기록하기도 사상 처음이다. 1999년과 비교할 때 대졸 실업자 수는 약 두배인 반면 실업자 비중은 거의 세배로 불어났다. 고학력화가 빠르게 진행된 가운데 대졸자들이 원하는 괜찮은 일자리는 줄어든 결과다.

고학력 실업자의 급증 배경에는 우리네 뿌리 깊은 학력 인플레이션이 똬리를 틀고 있다. 그나마 조금 낮아져 70.8%(2015년 기준)라는 고교생의 대학진학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다. 여기에 최근 몇년 새 성장률이 2%대를 맴도는 경기부진에 따른 대기업의 신규고용 둔화가 영향을 미쳤다.

더욱 근본적으론 정부의 일자리 정책과 대학 구조조정 정책이 겉돌아 나타난 산물이다. 한해 30여만명씩 졸업자를 배출하는 대학 구조에선 어지간한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로는 대졸자들을 소화하기 어렵다. 학령인구 감소 추세에 맞춰 대학 수를 과감하게 줄이는 구조조정이 절실하다.

‘대졸 청년의 구직난 속 중소기업 구인난’이라는 인력수급 미스매치 해소를 국가적 과제로 삼아 추진해야 한다. 청년들에게 눈높이를 낮추라고 하기 이전에 중소기업을 선택할 만한 유인책을 제시해야 한다. 대졸자들이 중소기업에 취업하려 해도 구인 정보와 업무 성격, 중소기업 성공 스토리 등이 부족해 성사되지 않는다. 대학과 지역 중소기업들이 정보를 공유하자. 지자체와 상공회의소, 산업단지공단 등 공공기관이 둘 사이를 매개하면 효과적일 것이다.

대기업ㆍ공기업과 공무원시험을 고집하다 백수로 전락하는 위험한 선택보다 중소기업에서 경력을 쌓아 더 나은 중소기업과 중견ㆍ대기업으로 옮기거나 창업하는 쪽이 안전한 선택이라는 인식이 들도록 해야 한다. 급여는 물론 기술력, 능력개발, 비전, 최고경영자(CEO)의 경영철학 등을 망라한 우수 중소기업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스마트폰과 SNS를 통해 서비스함으로써 중소기업과 청년층과의 거리를 좁히자.

대학을 나오지 않고 중소기업에 취업해도 평균적 삶을 영위하고 필요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사회적 여건 조성이 긴요하다. 지금처럼 근로자 임금 일부를 보조하는 채용장려금 지원 방식에서 벗어나 종업원에 대한 교육ㆍ훈련을 열심히 해 기술력을 높이고 비전을 제시하는 ‘인재육성형 중소기업’을 선정해 정부 지원을 늘리는 쪽으로 정책 방향을 틀어보자.

정부부터 패러다임을 확 바꿔야 ‘학력과잉-실업자 양산’의 고리를 차단할 수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가 25%로 취임 후 최저치를 경신했다(한국갤럽 조사). 특히 20대 지지율이 9%로 한자릿수로 떨어진 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곱씹어야 할 것이다.
양재찬 더스쿠프 대기자 jaya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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