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공백 면한 롯데의 진짜 과제

▲ 롯데그룹 수사가 불구속 기소로 종결됐지만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사진=뉴시스]
롯데그룹이 ‘경영 공백’이라는 최악의 상황은 면했다. 롯데그룹 오너 일가에 대한 검찰 수사가 불구속 기소로 마무리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 검찰 수사를 받느라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형제간 갈등이 난제難題다. 한국과 일본을 넘나들며 벌어지고 있는 볼썽사나운 소송 러시가 그 징후다.

창사 이래 최대의 위기를 겪고 있는 롯데그룹이 최악의 상황은 면했다. 지난 19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불구속 기소로 롯데그룹 수사가 종결되면서 ‘경영공백’은 피할 수 있게 됐다. 한숨 돌린 롯데는 일단 실추된 그룹 이미지를 되살리기 위해 대대적인 혁신안을 준비하고 있다.

이날 검찰은 신 회장과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 등 총수일가를 일괄 불구속 기소했다. 신 회장은 2000억원대의 횡령 및 배임 혐의, 신 총괄회장은 3000억원대 세금 탈루 혐의, 신 전 부회장은 롯데계열사에서 부당하게 400억원가량의 급여를 받은 혐의다. 검찰 발표에 따라 앞으로 이들은 모두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게 됐다.

롯데그룹은 약 130일 동안 200여명의 수사관이 동원된 대대적인 수사를 받아왔다. 피의자 또는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조사를 받은 임직원만 500여명이다. 여기에 그룹의 2인자로 꼽히던 이인원 부회장이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등 그룹 내 어수선한 분위기가 계속돼 왔다. 롯데는 우선 내실 정비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롯데그룹은 신 회장 등 오너 일가가 불구속 기소된 직후 보도자료를 통해 “오랫동안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며 “향후 재판과정에서 성실하게 소명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그동안 롯데가 사회와 국가경제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진지하게 성찰해왔다”면서 “앞으로 더 좋은 기업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전했다.

그 시작으로 11월께 혁신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실추된 대외 이미지를 바꿀 수 있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 강화(CSR)’가 중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정책본부 내에 사실상 ‘CSR 컨트롤 타워’를 만든다.

하지만 풀어야 할 숙제는 여전히 많다. 그룹의 DNA를 혁신하겠다고 공언했지만 기업지배구조를 개선하는 건 만만치 않은 작업이다. 재추진할 계획인 호텔롯데 기업공개(IPO)도 쉬운 도전이 아니다. ‘연내에는 어렵지 않겠느냐’는 게 중론이다. 국부유출 논란도 롯데에는 여전히 치명적이다.

깊어진 형제 갈등도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수사 기간 갈등은 되레 악화됐다. 신 회장과 신 전 부회장은 한국과 일본에서 여전히 경영권 분쟁 관련 소송을 진행 중이다. 광윤사를 상대로 제기한 주총 결의사항 취소청구소송 외에도 신 전 부회장 측이 일본에서 제기한 소송은 3건 더 있다. 국내에서도 호텔롯데와 롯데호텔부산을 상대로 이사 해임에 대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냈고, 송용덕 호텔롯데 대표, 이원준 롯데쇼핑 대표, 민유성 SDJ코퍼레이션 고문은 명예훼손과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했다. 그뿐만 아니라 신 회장이 중국 투자 등 경영 실패로 회사에 손실을 끼쳤다며 수조원대 민사소송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 전 부회장의 공세가 멈추지 않자 롯데그룹 측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거듭 내비치고 있다. “경영정상화가 절실한 상황에서 오너가家 일원이 끊임없이 소송으로 분란을 만드는 행태를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롯데그룹이나 신 회장이 혁신안을 내놓고 개혁을 다짐해도 경영권 분쟁이 마무리되지 않는 한 그 힘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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