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SA의 ICT & Talk

▲ 빅데이터와 연결되는 융합형 CCTV 시대가 앞당겨지고 있다.[사진=뉴시스]
한국은 CCTV 설치대수가 세계에서 가장 많은 나라다. ‘CCTV의 천국’이라는 영국보다 훨씬 많다. 하지만 지능형 CCTV의 개발ㆍ보급은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다. CCTV의 정보를 ‘빅데이터’로 활용하는 해외 선진국과는 대조적이다. 지능형 CCTV의 활성화, 사회 안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제다.

우리나라에는 범죄 예방과 식별, 시설물 보호 등을 위해 795만6000여대의 CCTV가 설치돼 있다. ‘CCTV의 천국’이라고 불리는 영국의 600만대보다도 훨씬 많은 수치다. 미국ㆍ중국의 CCTV 설치ㆍ운영 통계를 확인할 수 있는 자료가 없어 공식 기록으론 우리나라의 CCTV 설치ㆍ운영 수치가 세계 1위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렇게 많은 CCTV를 사전적 범죄 예방에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있을까. 아쉽지만 CCTV는 ‘사건 발생 후’ 힘을 발휘한다. 크림빵 뺑소니, 인천 어린이집 사건 등과 같이 CCTV는 범죄 행위 및 범죄자 검거에 주로 이용된다.

CCTV가 범죄를 예방하지 못하는 이유는 별다른 게 아니다. 범죄를 예방하려면 관제요원이 수많은 CCTV를 실시간 모니터링해야 하는데, 이런 작업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한 연구 결과는 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영상을 12분 동안 계속 지켜보면 현장의 움직임을 45% 이상 놓친다. 22분이 경과하면 95%를 간과한다.”

최근 CCTV 영상 내 특정 객체를 추적ㆍ식별하거나 침입ㆍ싸움ㆍ방화 등 이상행위를 자동으로 잡아내는 ‘지능형 CCTV’가 부상하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관제요원이 항시 모니터링을 해야 하는 한계를 극복해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다. 실제로 범죄자 추적용 지능형 CCTV, 이상음원 지능형 CCTV를 활용한 안산시ㆍ진천시 등 관제센터들은 “(지능형 CCTV를 도입한 후) 범죄 발생률이 낮아졌다”고 발표했다.

미국ㆍ영국 등 해외 선진국들도 지능형 CCTV의 성능을 높이는 데 힘을 쏟고 있다. 2007년부터 수화물 검색, 주차차량 감시, 출입구 감시, 지역 감시, 열화상 감시 등 6가지 분야에서 지능형 CCTV의 우수성을 시험한 영국 정부(CAST)는 분야별 ‘CCTV 성능인증 서비스(i-LIDS)’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지능형 CCTV 보급률과 활용도는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그 원인 중 하나는 오판별ㆍ오경보 등 성능에 대한 불만족이다. 2012년 KISA가 CCTV 통합관제센터를 대상으로 지능형 CCTV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를 보면, 100점 만점 중 21.5점에 그쳤다. 이런 불신은 국내 지능형 CCTV 산업의 전망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국디지털 CCTV연구조합의 ‘차세대 지능형 CCTV 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 연구 결과에 따르면 세계시장은 2014년 지능형 CCTV가 단순형을 앞지를 것이라고 예측했다. 반면 국내시장은 단순형 CCTV가 지능형보다 지속발전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런 인식이 지속된다면 우리나라 지능형 CCTV의 기술과 산업이 발전할 가능성은 갈수록 줄어들 게 분명하다.

이를 위해 KISA는 기업들이 언제나 무료로 서울ㆍ부산 등에서 각 회사의 CCTV 성능을 시험할 수 있도록 4000여개의 영상 DB를 보유한 ‘테스트베드’를 지난 8월에 구축해 제공하고 있다. 여기에 25일부터 우수한 지능형 CCTV를 KISA가 공인하는 ‘지능형 CCTV 성능 인증 서비스’를 시작했다. 지능형 CCTV 관련 인증제도는 영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번째로, 산업계의 의견을 수렴해 무료로 진행한다.

지능형 CCTV는 현재 관제요원의 보조적인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완전히 독립적인 수단으로 사용될 날이 멀지 않았다. 또한 CCTV 빅데이터를 통해 범죄자 도주 경로를 실시간 알려주는 미국 DAS 시스템과 같이 빅데이터ㆍ인공지능이 결합한 융합형 CCTV도 개발될 것이다. 인간의 한계를 넘어선 지능형 CCTV가 우리 사회의 안전 시스템을 한단계 업그레이드하길 기대한다.  
이승재 한국인터넷진흥원 보안성능인증팀 수석연구원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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