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 법인세 보고서의 진실

▲ 재계는 OECD 회원국 대부분이 법인세율을 인하하고 있는 것처럼 주장했지만 사실은 달랐다.[사진=뉴시스]
30.2%. 2001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법인세율이다. 한국은 28.0%였다. 재계는 2007~2008년 우리나라 법인세율이 OECD 평균에 근접하자 “법인세를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고 세율은 인하됐다. 최근 다시 법인세율 인상 주장이 나오자 “OECD는 인하 추세”라면서 반발한다. 아전인수식 OECD 비교, 타당한 걸까.

“OECD 국가들은 법인세율을 내리는 추세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왜 법인세율을 올리겠다면서 세계적인 추세에 역행하는가? 게다가 우리나라는 법인세를 많이 내는 편에 속한다.” 법인세율을 올려선 안 된다고 주장하는 이들은 한결같이 OECD 통계를 근거로 내세운다. OECD의 통계가 적합하다면 많은 이들이 공감할 것이다. 글로벌 불황으로 경영환경이 좋지 않은데, 기업 경쟁력을 훼손해서야 되겠느냐면서 말이다.

그럼 과연 우리나라 실정에 OECD 통계를 대입할 수 있는지부터 살펴봐야 한다. 먼저 국회 예산정책처가 올해 7월 발표한 ‘조세의 이해와 쟁점’이라는 보고서를 보자. “OECD 국가들이 법인세율을 인하하고 있다”는 근거의 진원지인 이 보고서의 ‘법인세편’은 이런 내용을 담고 있다.

“…OECD 평균 법인세율은 1985년부터 최근까지 인하 추세 … 불필요한 조세감면을 축소해 과세 베이스를 넓히되 세율은 인하, 자원배분의 왜곡과 비효율을 최소화하는 취지….” 하지만 이 보고서엔 알려지지 않은 중요한 사실이 추가돼 있다.

“… 급속한 세계화에 따른 국가 간 자본유치 경쟁에 대응하기 위해 법인세율 인하 추세가 지속됐는데, 최근에는 국가군별로 법인세율이 일정수준으로 수렴 … 최근에는 세율인하 경쟁에 따른 법인세수 감소 우려와 대체 세목에 대한 정치적 부담 등으로 인해 세율인하 압력이 작아진 모습 ….” 최근까지 인하 추세였지만 국가재정이 악화하면서 그 행보에 브레이크가 걸리고 있다는 얘기다.

이 보고서엔 법인세 인하론자들이 거론하지 않은 자료가 하나 더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전후(2007~2015년) OECD 국가의 법인세율 추이’다. 이 기간 9개국은 ‘인하 추세’였고, 2개국은 ‘초반에 인하한 후 유지’했으며, 5개국은 ‘최근 인하’했다. 반면 법인세율을 ‘유지’한 곳이 9개국, ‘초반엔 인하했다가 최근 인상’한 곳이 5개국, ‘최근 인상’한 곳도 4개국이나 됐다. 한국은 제외한 수치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기업들을 위해 법인세율을 떨어뜨린 게 자연스러워 보이지만, 거꾸로 이를 인상한 국가도 적지 않다는 점이다.

9개국은 ‘유지’, 9개국은 ‘인상’

중요한 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기업들을 위해 법인세율을 인하한 게 자연스러워 보이지만, 거꾸로 이를 인상한 국가도 분명히 있다는 점이다. 게다가 글로벌 금융위기가 막 터진 2008년에만 인하한 곳들은 오히려 ‘유지’에 가깝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인하 추세’라고 볼 만한 국가는 34개국 중 14개국으로 절반도 채 안 된다. OECD 국가들의 법인세율 추세는 관점에 따라 얼마든지 다르게 해석할 수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우리나라의 법인세율은 OECD 평균보다 높지 않다. 지난해 기준 OECD 평균 법인세율은 25.2%, 우리나라는 이보다 1.0%포인트 낮은 24.2%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법인세를 한번이라도 인하한 나라(23개국ㆍ다시 인상한 국가는 제외) 중에서도 우리나라의 법인세율(지방세 포함)은 낮은 수준에 속한다. 법인세율이 낮은 순으로 23개국 중 9번째다.

구체적으로 보면, 32.0% 이상은 2개국(미국ㆍ일본), 27.0~31.5%는 7개국(독일ㆍ룩셈부르크ㆍ캐나다ㆍ뉴질랜드ㆍ스페인ㆍ이탈리아ㆍ노르웨이), 23.5~26.5%는 5개국(이스라엘ㆍ그리스ㆍ네덜란드ㆍ오스트리아ㆍ덴마크), 19.0~22.5%는 8개국(스웨덴ㆍ스위스ㆍ에스토니아ㆍ핀란드ㆍ아이슬란드ㆍ영국ㆍ헝가리ㆍ체코), 17.0% 이하는 1개국(슬로베니아)이다. 한국의 법인세율은 24.2%로 오스트리아 다음(14번째)이다.

사실 재계에선 그동안 ‘GDP 대비 법인세’를 예로 들면서 우리나라 기업들이 OECD 기업들보다 법인세를 많이 낸다는 주장을 펼쳐 왔다. 하지만 최근 “경제력 집중도가 가계보다 기업에 쏠려 있는 상황에서 GDP 대비 비중은 사실관계를 왜곡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다. 때문에 ‘인하 추세’를 들고 나온 것인데, 이 역시 왜곡이 있었던 셈이다.

그러자 “세금의 국제 비교는 사실상 의미가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김선택 한국납세자연맹 회장은 “각자의 경제구조와 상황이 다른데 어떻게 똑같이 비교할 수 있겠는가”라면서 “애당초 세금을 OECD와 비교한다는 자체가 모순”이라고 주장했다. 가령 독일은 유한책임회사보다 무한책임회사가 더 많다. 이에 따라 세금 부과기준도 우리와 다르다. 미국은 소유와 경영이 철저히 분리돼 회계가 비교적 투명하지만, 한국은 소유자가 경영을 하기 때문에 회계가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많다. 이런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한데 묶어 비교하면 왜곡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거다. 

▲ 우리나라 기업들은 회계가 불투명해 OECD 선진국들과 법인세를 단순비교하기 어렵다.[사진=뉴시스]
OECD와 법인세 비교 괜찮나

김 회장은 “재계에서 법인세 인상 논란이 불거지자 OECD를 들먹였는데, 그럼 OECD 국가들이 세율을 올릴 때는 군말 없이 올릴 텐가”라면서 이렇게 꼬집었다.

“현재 우리나라의 재정상황은 좋지 않다. 앞으로는 인구고령화에 따라 더 악화될 공산이 크다. 세금을 더 거둬야 하는 상황이다. 소득세를 올릴 수도 있지만, 이미 많이 올랐다. 부가세는 소득불평등도를 높일 가능성이 있다. 반면 법인세는 최근 오르지도 않았고, 소득불평등도에 영향을 끼치지도 않는다. 특히 2009년 인하해준 적도 있지 않나. 다른 세금은 줄어든 적도 없다. 게다가 재계는 법인세 줄었다고 해서 크게 이득 본 것도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국민은 세금을 조금만 깎아줘도 허리를 펼 수 있다. 효과성을 따져 봐도 법인세를 원상복구해서 국민을 돕는 게 더 낫지 않겠는가.”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