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 석달 맞은 이재현 CJ그룹 회장

사면 석달째를 맞은 이재현(56) CJ그룹 회장이 내년 초 경영 일선 복귀를 꾀하고 있다. 조만간 도미渡美 치료에도 나설 태세다. 최근 그룹 현안을 꼼꼼히 보고받아 경영 판단을 내릴 정도로 건강 상태가 호전됐다고 한다. 하지만 지난 3년간 수감생활과 재판, 병원치료 등으로 인한 ‘총수 부재 리스크’가 너무 컸다. 재계 14위 CJ그룹과 자기 앞에 산적한 과제들을 그가 어떻게 해결해낼지 궁금하다.

▲ 내년 초 경영 일선 복귀가 예상되는 이재현 회장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사진=뉴시스]
대부분 기업 오너들이 대를 이어가며 경영권을 직접 행사하는 우리나라의 경우 유독 ‘오너 리스크’를 많이 겪게 된다. 오너들에게 좋지 못한 일이 생길 경우 기업의 의사결정과 경영 성적에 알게 모르게 부정적인 영향을 많이 끼치게 된다는 얘기다. 오너 경영의 대물림으로 ‘오너 리스크’도 더욱 복잡하고 심각한 양상을 띠게 됐다.

그렇다면 국내 기업들이 겪는 ‘오너 리스크’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총수가 구속되거나 기소되는 ‘사법처리 리스크’, 오너들 간에 경영권을 더 갖겠다며 골육상쟁骨肉相爭을 벌이는 ‘경영권 분쟁 리스크’, 총수나 오너들이 아파서 사실상 경영에서 손을 놓게 되는 ‘건강 리스크’, 오너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경영에 대한 준비나 검증 과정 없이 경영권을 덜컥 맡으면서 나타나는 ‘아마추어 경영 리스크’ 등을 꼽을 수 있다.

그 외에도 오너 기업인의 사생활 문제나 기업 이해관계자들과의 충돌(소위 갑질 등)로 인한 ‘유명세 리스크’, 정치에 발을 딛거나 정경유착으로 인해 생기는 ‘정치 리스크’ 등 다양한 경우가  있다. 지난 3년여 ‘오너 리스크’를 겪은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사법처리 리스크’와 ‘건강 리스크’를 동시에 겪은 경우에 속한다. 두 가지 리스크를 묶어서 언론들은 CJ가 ‘총수 부재 리스크’를 겪는다고 표현했다.

이 회장은 2013년 7월 1일 구속영장이 발부돼 서울구치소에 구속수감됐다. 이어 7월 18일 검찰에 의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조세포탈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ㆍ배임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감옥과 법정, 병원을 오가던 그는 지난해 12월 15일 고등법원 파기환송심에서 실형 2년 6개월에 벌금 252억원을 선고 받았다. 올해 7월 19일 대법원 재상고를 포기했다. 사법처리 3년여 만인 8월 12일 마침내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풀려나는 행운을 얻었다. 복권도 됐다. 실제 수감기간은 4개월이었고 병원에서 지낸 기간이 더 길었다.

특사를 기대했던 김승연 한화 회장과 최재원 SK 수석 부회장, 구본상 전 LIG넥스원 부회장 등 다른 대기업 오너들은 모두 빠지고 그만 혼자 사면된 것은 분명 행운이었다. 만성 신부전증을 앓아왔던 그에게 당시 신경 근육계 희귀 유전병인 샤르코 마리 투스(CMT) 병이 급속하게 진행된 게 참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발과 손의 변형이 심해 보행은 물론 식사를 위한 젓가락질도 못할 정도로 상태가 나빴다. 3년 동안 재판과 투병을 함께 했던 그는 지난해 8월 부친 이맹희 명예회장이 별세하는 아픔도 겪었다. CJ그룹 투자가 위축되고 위기대응 능력이 떨어져 그룹이 쪼그라드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타났다.

행운의 사면, 투자로 답할까 

요즘 그에 대한 세인들의 관심은 건강을 회복해서 언제쯤 완전히 경영 일선에 복귀하느냐에 집중돼 있다. 재계에는 그가 10월 말이나 11월 초 미국으로 건너가 전문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후 내년 초쯤 경영 일선으로 복귀할 것이란 얘기가 많이 돌고 있다. 병원과 자택을 오가며 치료 중인 그는 감염 우려가 있어 외부 접촉은 최소화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메일이나 대면보고 등을 통해 주요 경영 사항을 챙길 정도로 건강이 호전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면 전보다 체중이 2㎏ 이상 늘었고 지팡이를 짚고 주위의 도움을 받아 조금씩 걸을 정도가 됐다는 얘기도 들린다. 무엇보다 경영 일선 복귀에 대한 본인의 의지가 강해 ‘도미渡美 치료 후 내년 초 복귀’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공정위 발표에 따르면 CJ그룹은 재계 순위 14위(2016년 공기업 제외)에 올라 있다. 계열사 62개에 총자산이 25조원 상당에 이른다. 따라서 3년간의 총수 부재 리스크는 투자나 기업 인수ㆍ합병(M&A) 등의 의사 결정에 큰 악재가 될 수 있다. 일상적인 경영은 전문경영인에게 맡겨도 그런대로 굴러가겠지만 우리나라 기업 풍토상 투자나 M&A 문제만큼은 오너 총수가 있어야 해결되기 때문이다.

CJ그룹도 예외가 아니었다. 2012년에는 사상 최대인 2조9000억원을 투자했다. 하지만 그가 구속됐던 2013년엔 연초 투자목표액 3조2000억원 중 2조5600억원만 집행됐다. 2014년에도 투자목표액은 2조4000억이었으나 실제 집행액은 1조9000억원에 머물렀다.

지난해와 올해는 아예 투자 계획을 세우지도 못할 정도였다. 지난해 투자는 1조7000억원대로 후퇴했고 올해도 2조원대를 밑돌 전망이다. 오너 리스크 여파로 그의 사면 후에도 여러 건의 M&A가 무산되기도 했다. 7개월 이상 끌던 CJ헬로비전과 SK텔레콤과의 M&A 건은 시장경쟁 제한이 우려된다는 공정위 불허 결정으로 좌절됐다. 한국맥도날드와 동양매직 인수 건도 모두 본입찰 전에 발을 뺐다. 

이 회장은 지난 8월 12일 사면 결정이 나자 “치료와 재기의 기회를 준 국민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치료에 전념해 빠른 시일 내 건강을 회복하고 사업보국事業報國을 인생의 마지막 목표로 삼겠다”며 다소 결연한 느낌으로 인사를 했다. 그가 얼마나 사면ㆍ복권을 기다렸는지 알게 해주는 대목이다. 8월 16일에는 사내 게시판에 ‘CJ인人 여러분, 많이 보고 싶었습니다’란 제목으로 전체 임직원들에게 인사를 했다. 그는 “지난 3년은 육체적, 심적으로 너무 힘들었다. 회사와 CJ인 여러분 때문에 버틸 수 있었다”고 적었다.

사면을 기다렸다는 듯 악재도 여럿 등장했다. CJ제일제당의 ‘갑질’ 논란, CJ헬로비전 본사 압수수색, CJ CGV의 일감몰아주기 논란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크게 신경 쓰는 분위기는 아닌 것 같다. 건강 회복이 급선무이기 때문이다.

등기임원 복귀 서두를 전망

사면 조치를 해 준 정부에 화답한다는 의미에서 내놓을 법 했던 투자 확대 조치도 없었다. 이런 가운데 그가 내년 초 경영 일선에 복귀하면서 지난 수년간의 투자 부진을 만회할 정도의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2012년 사상 최대인 2조9000억원을 투자했던 만큼 4조~5조원대의 투자 계획을 내놓을 것이란 관측이다.

경영 복귀를 앞두고 등기임원 복귀도 서두를 것 같다. 2013년 구속으로 주요 계열사 등기임원에서 모두 물러났기 때문. 그는 아직 50대 후반에 불과하지만 구속 이력이나 건강 문제 등을 고려할 때 지금까지 미미했던 2세 경영권 승계 작업에 속도를 낼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아들 선호(27)씨와 장녀 경후(32)씨 모두가 현재 CJ그룹에서 과장 또는 부장으로 경영수업 중에 있다. 여러모로 이 회장이 경영권 승계를 고민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인 것 같다. CJ계열사 지분확대 등을 통해 두 자녀에 대한 경영권 승계 작업을 서두르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그래서 나오고 있다.
성태원 더스쿠프 대기자 lexlov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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