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 주장의 허점 ❶ 투자ㆍ고용

“법인세 부담을 낮춰야 기업의 투자가 늘어난다.” 전경련 등 재계가 일관되게 주장하는 말이다. 하지만 반은 옳고 반은 틀렸다. 여유자금을 어디에 쓸지 결정하는 건 결국 기업의 몫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법인세 인하효과를 톡톡히 봤을까. 경제 전문가들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우리나라는 2002년 이후 법인세 세율을 꾸준히 인하했다. 2002년 28.0%에서 27.0%, 2005년 27.0%에서 25.0%, 2009년 25.0%에서 22.0%다. 투자를 늘려 기업 경쟁력을 갖추고 경제를 활성화한다는 목적에서였다. 특히 2009년 정부는 파격적으로 3.0%포인트를 인하하면서 기업 투자를 늘리겠다는 의욕을 보였는데, 7년이 지난 지금 기업의 투자활동은 활발해졌을까.

전경련이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30대 그룹의 투자(시설ㆍR&D) 실적은 2008년 81조3640억원에서 2015년 116조6000억원으로 증가했다. 연평균 투자 증가율은 5.2%다. 이 수치를 액면 그대로 해석하면 법인세 인하 이후 투자가 증가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투자 증가가 오직 ‘법인세 인하’ 때문이라고 판단하기엔 무리가 따른다. 같은 기간 매출 역시 863조1000억원에서 1232조2000억원으로 늘었기 때문이다. 매출이 증가한 만큼 투자 규모도 늘어난 셈이다. 특히 ‘투자가 늘었다’는 전경련의 자료엔 산출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 홍순탁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정책위원은 “투자가 늘었다는 전경련의 자료에는 산출기준이 없다”면서 “자산이든 매출이든 기준이 있어야 정확한 비교가 된다”고 설명했다.

법인세 인하 이후 고용이 늘었다는 전경련의 주장도 짚어봐야 한다. 상위 기업의 총 근로자 수는 늘었지만 자산 대비로 따져보면 되레 줄었다는 분석이 나오기 때문이다. 한국신용평가 자료에 따르면 2008년 약 57만1000명이던 10대 기업의 근로자 수는 2013년 79만9000명으로 증가했다. 하지만 자산 10억원당 근로자 수로 환산하면 같은 기간 1.40명에서 1.15명으로 감소했다. 경제 전문가들이 “설비투자와 고용을 늘리라고 법인세를 낮춰준 건데, 기업들은 부동산과 금융자산에만 투자를 늘리고 있다”고 꼬집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고준영 더스쿠프 기자 shamandn2@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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