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홍순탁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정책위원

“왜 법인세를 올려야 하는가?” 이 질문에 홍순탁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정책위원(회계사)의 대답은 간단했다. “나라살림 규모가 커지면서 재정적자도 가파르게 늘고 있는데, 다들 자기 몫의 세금은 부담해야 하지 않겠는가?” 법인들이 제몫의 세금을 부담하지 못하고 있다는 건데, 사실이라면 공평과세 원칙에 어긋난다.

▲ 홍순탁 정책위원은 최근 수년간 소득세는 꽤 많이 올랐지만 법인세는 오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사진=지정훈 기자]
✚ 법인이 제 몫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근거가 뭔가.
“다른 모든 건 차치하고, 소득세와 법인세 증가율만 비교해도 답이 간단하게 나온다.”

✚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국세청 자료에 따르면 2011년 기준으로 법인세는 44조9000억원, 소득세는 42조3000억원이었다. 법인세가 2조6000억원 더 많다. 하지만 지난해 기준으로 보면 법인세는 45조원, 소득세는 60조7000억원이었다. 소득세가 15조7000억원 더 많다. 법인세가 1조9000억원 늘어날 동안 소득세는 18조4000억원 늘었다. 전년 대비 연평균 증가율로 따지면 법인세는 0.1%, 소득세는 9.5%다. 소득세 증가율이 95배나 높다. 이게 정상적인 과세인가?”

✚ 소득세가 늘어난 이유는 무엇인가.
“2012년 정부는 과표 구간에 ‘3억원 초과’ 구간을 새롭게 만들고, 최고소득세율도 35.0%에서 38.0%로 인상했다. 2014년에는 최고세율 적용 소득구간도 ‘3억원 초과’에서 ‘1억5000만원 초과’로 하향조정했다. 연말정산 방식을 바꾸면서 비과세감면은 축소ㆍ폐지했다. 근로소득자는 유리지갑 아닌가. 그러니 제도 변경에 따라 세금을 더 낸 거다.”

✚ 근로소득자의 소득세만 늘었나.
“아니다. 자영업자가 내는 종합소득세도 늘었다. 자영업자가 늘고, 국세청이 종합소득세 세금징수 방법도 개선하면서 2010년 대비 2014년에 7조5000억원가량 늘었다.”

✚ 결과적으로 법인세가 가장 적게 올랐다는 건가.
“그렇다.”

✚ 기업들, 특히 전경련은 법인세가 낮아진 대신 투자와 고용을 늘렸다고 주장한다.
“전경련은 2008년 이후 연평균 투자는 5.2%, 종업원수는 5.2%, 인건비는 7.7% 증가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기준을 어떻게 잡았느냐가 중요하다.”

✚ 경제력이 집중된 정도를 따져 봐야 한다는 건가.
“그렇다. 예컨대 1000원을 벌어 100원(10.0%)의 세금을 내다가 100만원을 벌어 1000원(0.001%)을 낸다고 해서 세금을 이전보다 더 많이 낸다고 할 수 있겠는가. 경제력 집중도를 따져 보는 건 당연한 거다.”

✚ 유의미한 통계가 있나.
“2014년 경제개혁연구소가 2000년부터 2012년 말까지 대규모기업집단 상위 200개 기업의 자산집중도를 분석한 바 있다. 통계청의 국부 데이터에서 비금융법인의 자산총액 대비 재벌그룹의 자산총액을 비교한 거다. 이에 따르면 전체 재벌그룹의 자산 비중이 2001년 46.0%에서 2012년 57.4%로 11.4%포인트 늘었다. 재벌그룹의 자산총액과 매출액을 국내총생산(GDP)과 비교했을 때도 상위 재벌그룹으로의 집중도는 심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법인세만 늘지 않은 이유

✚ 기업의 덩치가 커지면서 세금 총량이 늘어나 보이는 착시효과라는 얘긴가.
“실제로 과세 비율로 따져본다면 오히려 줄었다. 입 아프게 이런 통계들을 굳이 들이밀지 않아도 국민들은 기업이 투자와 고용을 늘리지 않았다는 걸 몸으로 체감하고 있지 않나?”

✚ 법인세를 인상한다면 적정선은 어느 정도라 생각하나.
“더도 말고 OECD 평균치면 된다고 생각한다.”

✚ 하지만 우리나라 법인세가 OECD 평균보다 높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역시 경제력 집중을 따지지 않은 결과다. OECD 평균이라는 게 GDP 대비다. 기업소득이 가계소득과 균형을 이루면, 똑같이 비교해도 무리가 없다. 하지만 기업소득이 가계소득보다 훨씬 많다면 오류가 생긴다. 기업소득 대비 법인세 부담률을 따져봐야 하는 이유다. 실제로 국민총소득(GNI) 대비 기업소득 비중을 계산해 이를 토대로 OECD의 GDP 대비 실질 법인세 평균 부담률을 산출해보면 다른 결과가 나온다.”

✚ 어떤 결과인가.
“OECD 회원국의 2015년 기준 법인세율은 3.7%, 우리나라는 3.2%다. 우리나라 법인세가 약 0.5%포인트 낮은 셈이다. GDP 대비 평균을 맞춘다면 약 7조5000억~8조원의 법인세를 더 내야 한다.”

✚ 그게 얼마나 큰 액수인지 감이 안 온다.
“지난해 기준으로 우리나라 전체 국세가 약 200조원이었다. 그중 소득세가 약 60조원, 법인세가 약 45조원이었다. 그러니 더 걷어야 하는 법인세는 전체 법인세의 약 16.6~17.7%에 해당한다. 그러니 기업들이 반발하는 데는 이유가 있는 셈이다.”

✚ 공제감면 혜택을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는데.
“그렇다. 크게 보면 외국납부세액공제와 연구ㆍ개발(R&D) 공제가 있는데 사실 심각한 건 외국납부세액공제다. 쉽게 말해 외국에 납부한 걸 인정해서 그만큼 감면해주는 거다. 물론 기업입장에선 좋은 제도일 수 있다. 하지만 정부가 나서서 감면해주는 건 아니라고 본다. 특히 이 문제는 과세주권과 연관돼 있기도 하다. 지난해 기준으로 외국납부세액공제는 약 4조원이다. 이 공제만 없애도 법인세 인상은 성공이다.”

▲ 빠른 속도로 관리재정수지 적자 폭이 늘어나면서 법인세 인상론에 힘이 실린다.[사진=뉴시스]
외국납부세액공제 확 줄여야

✚ 법인세를 올리면 제품가격 인상이나 급여 하락을 초래할 거라는 주장도 나온다.
“한국경제연구원이 그런 주장을 편다. 그럼 거꾸로 이명박 정부 당시 법인세가 연간 7조~8조원 줄었을 때, 직원들 급여가 오르고 제품 가격이 떨어졌는가. 결코 그렇지 않았다. 아전인수격인 분석일 뿐이다.”

✚ 법인세를 올린다고 소득불평도가 개선될 리 없을 뿐만 아니라 과세 효율에 지장을 준다는 주장도 있다.
“이 주장은 일리가 있다. 하지만 과세를 그런 기준으로만 따질 수는 없다. 가장 중요한 건 형평성 아니겠나. 다른 건 다 놔둔 채 법인세만 올리라는 게 아니다. 법인세만 안 올랐으니 올리라는 거다. 돈을 벌어가는 만큼 재정적자에 기여하는 바가 있어야 할 것 아닌가. 법인세는 성역이 아니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