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도날드 무너진 이유

▲ 맥도날드가 28년 만에 한국 사업에서 손을 뗀다.[사진=뉴시스]
한국 맥도날드가 시장에 나왔다. 실적 부진으로 매각 절차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맥도날드 추락의 이유를 단순히 ‘실적 부진’에서만 찾아선 안 된다. 여기엔 한국경제의 고질병이 고스란히 숨어 있다. 더스쿠프(The SCOOP)가 맥도날드에 숨은 병폐를 취재했다.

맥도날드가 인수ㆍ합병(M&A) 시장에 나왔다. 글로벌 1위 패스트푸드 기업의 한국 시장 공략이 순조롭지 못했다는 얘기다. 맥도날드는 직영점을 중심으로 운영하던 사업 방식도 가맹점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인건비와 관리비를 아끼기 위해서다. 그만큼 맥도날드의 수익성은 악화됐다.

맥도날드의 매출은 2013년 4805억원, 2014년 5651억원, 2015년 6032억원으로 매년 성장했다. 하지만 실속이 없었다. 2014년 163억원이던 맥도날드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20억원으로 뚝 떨어졌다. 당기순손실은 130억원에 달했다. 문제는 실적악화만이 아니다. 맥도날드 추락 이면엔 한국경제의 고질병이 숨어 있다.

자영업계 포화와 위기 = 맥도날드의 수익성이 꺾인 이유 중 하나는 외식 브랜드의 ‘범람’이다. 2011년 1942개에 불과하던 외식 브랜드 수는 2014년 3142개로 훌쩍 늘어났다. 이유는 간단하다. 취업시장은 꽁꽁 얼어붙고, 재취업시장은 활성화하지 않은 탓에 실업자든 퇴직자든 ‘외식업 시장’으로 뛰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경기침체와 저성장이 겹치면서 소비자가 지갑을 닫았다. 경쟁자는 많아졌는데, 손님이 감소했다는 얘기다.

당연히 업계 안팎에선 출혈경쟁이 일어났고, 폐업률은 높아졌다. 지난해 문을 닫은 외식가게만 16만개에 이를 정도다. 맥도날드 역시 출혈경쟁이 판을 치는 한국시장에서 갈수록 힘을 잃었다. 이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맥도날드처럼 글로벌 체인업체도 힘겨워하는데, 영세 자영업자들의 현주소는 어떻겠느냐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자영업자의 처분가능소득 대비 부채는 206.0%에 달했다. 처분가능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액은 30%를 뛰어넘었다. 한달에 300만원을 벌면 100만원 이상을 빚 갚는 데 쓰고 있다는 얘기다. 맥도날드의 추락을 간단하게 분석해선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불안한 노동환경 = 맥도날드의 실적이 갈수록 악화하는 덴 ‘나쁜 브랜드’라는 이미지가 한몫했다. 맥도날드는 한국 시장에서 부정적인 이미지를 쌓았다. 대표적인 이유는 ‘아르바이트 노동자에 대한 부당한 대우’. 특히 ‘꺾기’로 시민단체들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았다. 꺾기는 손님이 없는 시간에 아르바이트 노동자를 일찍 퇴근시키거나, 늦게 출근시킨 뒤 그만큼 임금을 깎아버리는 관행을 말한다.

문제는 아르바이트 노동자를 부당하게 대우하는 게 맥도날드뿐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올 3월 기준 아르바이트 노동자를 포함한 비정규직 노동자는 615만6000명에 이른다. 남성보다는 여성이 많고, 연령대로는 10대와 60대 이상의 비율이 높다. 경제적 취약계층이 노동시장에서도 열악한 상황에 처할 공산이 크다. 지난해 222만 명이 최저임금 6030원을 받지 못했고, 주 52시간을 초과해 일한 노동자도 357만명이나 됐다.

아르바이트 노동자의 눈물

더 큰 문제는 우리 사회가 ‘근로기준법 위반’을 범죄로 인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단체를 구성하기 어려운 이들로서는 부당한 대우를 받아도 권리를 주장하기도 어렵다. 박정훈 알바노조 위원장은 “아르바이트 시장에서는 노동자에게 가장 기본적인 권리인 근로계약서조차 내밀지 않는 사업주들이 부지기수”라며 “퇴직률과 실업률이 높아지면서 아르바이트 노동자는 점차 늘고 있는데 이들을 보호할 대책이 전무하다”고 강조했다.

가맹사업의 슬픈 늪 = 맥도날드가 ‘가맹점 전환’을 꾀하는 이유도 짚어봐야 한다. 우리나라 가맹산업은 규모가 크다. 산업통산자원부에 따르면 2014년 기준 가맹본부는 3360개나 된다. 특히 가맹본부와 계약을 체결한 가맹점 수는 19만7858개로 2013년 대비 6.3%가 늘었다.

이렇게 가맹점이 늘면 가맹본부의 수익이 커진다. 가맹사업은 기본적으로 가맹점 수가 늘어날수록 본사가 거둬들이는 수수료 수익이 급증하는 구조기 때문이다. 가맹본부의 총 매출액은 2014년 50조원으로 전년대비 3.7% 늘었고, 영업이익도 2.7% 증가해 2조원을 기록했다. 그사이 가맹점주들의 한숨은 더 깊어지고 있다. 가맹본부별로 월 평균 2.8개의 매장이 폐업하고 있고, 이들의 평균 가맹기간이 34개월에 불과했다. 맥도날드의 가맹사업에 곱지 않은 시선이 쏟아지는 이유다. 한국시장에서 ‘돈’을 벌기 위해 사업을 재편한 게 아니냐는 거다.

맥도날드와 함께 글로벌 대기업으로 꼽히는 피자헛 역시 지난해 직영매장 75개 중 61개를 가맹점으로 전환했다. 이 과정에서 정규직 230여명, 아르바이트생을 비롯한 비정규직 등 모두 2100여명을 퇴사시켰다. 가맹점주에게 계약서에 포함되지 않은 수수료를 관리비 명목으로 받아오다 법적 갈등에 휘말리기도 했다. 업계는 맥도날드가 ‘제2의 피자헛’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박경준 변호사(법무법인 인의)는 “갑의 지위인 가맹점주와 을의 지위인 가맹본부의 균형이 맞춰져야 가맹산업이 지속가능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며 “이를 통제할 수 있는 법과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고 꼬집었다.
이지원 더스쿠프 객원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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