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스포츠ㆍ미르재단 기부금 이상한 이유

▲ 미르ㆍK스포츠 재단에 재벌기업들은 단 15일 만에 800억원 넘는 돈을 줬다.[사진=뉴시스]
“세월호 참사 때도 거의 900억원 모금을 금방 했다고 한다.”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미르재단ㆍK스포츠재단에 모인 800억원의 기부금을 둘러싼 논쟁 때문이다. 세월호 참사 때도 1000억원 가까운 모금이 금방 이뤄졌으니, 두 재단이 단기간에 800억원을 모은 것이 이상할 게 없다는 주장이다.

그런데 애초부터 두 기금은 비교 대상이 아니다. 마땅히 있어야 할 게 세월호 성금에는 있지만, 미르재단ㆍK스포츠재단에는 없어서다. 첫번째는 ‘공감대’다. 전 국민이 애도의 공감대를 형성했던 세월호 기부금과 달리, 이들 재단은 어떤 사회적 공감대도 형성하지 않았다. 두 재단의 설립 인가가 단 하루 만에 떨어졌기 때문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우리나라에는 ‘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기부금품법)’이 있다. 1000만원 이상의 기부금품을 모집하고자 하는 단체는 사업 건별로 관할 지자체에 등록해야 한다. 10억원이 넘으면 행정자치부에 하면 된다. 모집목적과 목표액, 모집방법, 기간, 보관 방법까지 상세히 적어야 한다.

이게 끝이 아니다. 기부금품의 모집과 사용이 완료되면 모집완료보고서와 사용완료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실제 모집된 기부금과 그 사용내역이 꼼꼼히 적힌 서류다. 이 서류를 검증한 회계감사보고서도 첨부해야 한다. 이 복잡한 과정은 모두 기부금의 ‘투명한 모집과 사용’을 위해서다. 이를 어기면 3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받을 수 있다.

세월호 성금은 이 기부금품법을 통해 모집했다. 관련 서류가 행정자치부에 남아있는 이유다.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가 전국 지자치단체와 행정자치부에 세월호 참사와 관련된 모금을 정보공개 청구한 결과, 모금은 12개 단체에서 이뤄졌고 81억원가량의 금액이 모였다. 기부금품법보다 더 엄격한 법(사회복지공동모금회법) 적용을 받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는 1141억이 모금됐다. 우리가 세월호 모금의 목적과 계획, 모금액 사용처까지 전반적인 과정을 살펴볼 수 있는 이유다.

단기간에 800억원을 모은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역시 이 절차를 밟아야 했다. 하지만 이들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가 행정자치부에 관련 서류 유무를 물었다. 그러자, ‘부존재不存在’ 답변이 왔다. 몰라서 하지 않았던 게 아니다. 국세청에는 미르재단의 기부금 내역을 찾을 수 있다. 공익법인은 상속ㆍ증여세 등 세금면제 혜택을 받는다. 이를 위해서는 기획재정부에 지정 기부금 단체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자산이 10억원을 넘으면 국세청 홈페이지에 결산서를 공시해야 하기 때문이다.

세월호 성금은 법 적용했지만…

당연히 미르재단의 기부금 사용 내역도 볼 수 있다. 이 재단은 지난해 10월 27일부터 12월 31일까지 두달간 ‘일반관리비’ 명목으로 총 3억6000만원을 지출했다. 이 중 약 2억5000만원의 지출내역만 드러나 있었다. 주요내역을 살펴보면 재단 구성원에 대한 급여가 6200만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지급수수료(5300만원), 수선비(3400만원), 소모품비(3340만원), 여비교통비(2200만원) 등의 순이다. 공익 관련 사업 지출 내역은 전무한데다 구체적인 사용 내역이라고 부를 수 없다.

 
한 공익재단 관계자는 “액수가 적어 기부금품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 기부금이라 할지라도 대부분의 재단은 기금 사용 내역을 홈페이지에 수시로 공시한다”며 “그렇게 해야 기부자들로부터 신뢰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반면 미르재단과 케이스포츠 재단 홈페이지에는 이같은 내용을 찾아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관할기관인 행정자치부는 엉뚱한 반박을 한다. “모집 과정이 없는 자발적인 기부였기 때문에 기부금품법 적용을 받지 않는다.” 모금 주체 의혹을 받던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 역시 “재단법인 미르와 K스포츠는 기업들이 논의를 시작해 자발적으로 설립한 재단”이라며 “시대 흐름에 맞다고 보고 추진한 것일 뿐 청와대의 지시를 받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기부에 참여한 기업들의 말과는 ‘온도차’가 있다. 이들은 대체로 “전경련 요청을 받고 취지에 공감해서 참여했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럴 경우, 모집 주체는 전경련이 된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는 “모집 과정 없이 자발적인 기부가 가능한 곳은 공익 사업으로 이미 세간에 유명한 재단에서나 가능한 일”이라며 “어떤 취지로 운영되는지 분명하지도 않은 재단에 대기업들이 800억원을 넙죽 기부한다는 건 난센스”라고 꼬집었다.

▲ 행정자치부에는 두 재단의 기부금품법 관련 서류가 없었다.[사진=더스쿠프 포토]

더 흥미로운 건 두 재단의 운영에 최순실씨가 등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씨는 대통령의 연설문을 고친 것이 확인돼 ‘비선실세’ 의혹을 받고 있다. 최씨와 미르재단ㆍK스포츠재단과의 직접적인 연결고리는 없다. 최씨는 두 재단 관련 서류에는 이름이 등장하지 않는다. 하지만 두 재단과 최씨의 접점은 곳곳에 남아있다.

800억원은 어떻게 썼나

올해 2월 K스포츠의 2대 이사장에 오른 정동춘씨가 대표적이다. 그는 최씨가 5년간 단골로 드나들었던 서울 신사동 소재 운동기능회복센터 원장을 지낸 인물이다. 체육계에서 명망이 높던 인사가 아니라는 점에서 최씨가 재단 인사에 개입한 것으로 추정된다. 미르재단도 마찬가지다. 최씨와 각별한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차은택 광고감독이 주도했다는 의혹이다. 미르재단 창립 때 선임된 이사진 7명 중 김형수 초대 이사장을 포함한 3명이 차씨와 개인적 인연이 있는 인물들이라서다.

이런 의혹을 풀기 위한 방법은 간단하다. 두 재단에 모인 기부금의 모집방법과 사용처, 사업계획, 구성원 등의 정확한 정보를 알면 된다. 가령, 기부금품법의 절차를 밟았다면 간단히 해결할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이는 지켜지지 않았다. 그사이 기부금 800억원의 행방은 아직 불명不明이다. 감히 두 재단의 기부금을 세월호 성금과 비교할 수 없는 이유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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