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책 이야기「우리가 사랑한 빵집, 성심당」

분배와 성장 두 마리 토끼를 잡는법

역사는 1956년 대전역에서 시작됐다. 함경남도 함주 출신 피난민이었던 임길순은 대전역 앞에 천막을 치고 찐빵을 만들어 팔았다. 근처 성당에서 받은 밀가루 두포대가 그의 밑천이었다. 그리고 60년이 흐른 2016년, 임길순의 노점 찐빵집은 직원 400여명이 일하는 대전 최고의 기업으로 성장했다. 바로 대전의 자랑 성심당이다.

성심당은 국내 ‘3대 빵집’으로 거론되는 곳 중에서도 빵 성지순례의 넘버1 코스로 명성이 자자하다. 효자 메뉴는 ‘튀김소보로’. 단팥빵과 소보로빵, 도넛을 결합한 이 빵은 번호표를 뽑아 한참을 기다려야 구매할 수 있을 정도로 인기가 좋다. 튀김소보로의 하루 평균 판매량은 1만개, 지난해까지의 누적 판매량은 무려 3860만개에 이른다.

프랜차이즈 빵집이 급증하는 현실에서도 독보적인 지위를 누리고 있는 성심당의 경영 비결은 무엇일까. 신간 「우리가 사랑한 빵집, 성심당」 은 대전이라는 지역사회에 깊게 뿌리내리고 그곳에서 성공 스토리를 만들어가고 있는 성심당의 역사와 경영철학을 분석한 책이다. 경남도민일보 문화부 기자 출신 김태훈씨가 지역 문화와 함께 성장하는 로컬 기업 사례로 관심을 갖고 연구했다.

저자가 꼽은 성심당의 첫번째 성공비결은 ‘노동을 귀하게 여기는 정신’이다. 이런 경영철학은 전 직원에게 매출을 공개하는 투명경영으로 이어졌다. 그 뿐만 아니라 성심당은 이윤의 15.0%를 전직원에게 인센티브로 지급한다. 인사고과의 40.0%를 차지하는 평가 기준은 ‘동료에 대한 사랑과 배려’다. 또한 제과업계 최초로 주5일 근무제를 도입하기도 했다.

심지어 1997년 IMF위기가 터졌을 때도 성심당은 직원에 대한 복지를 줄이지 않았다. 기업 미래를 위해 함께 일하는 ‘사람’에 대한 투자를 멈추지 않았다는 얘기다. 그 결과, 성심당은 지역 젊은이들이 가장 일하고 싶은 기업, 노동의 가치를 귀하게 여기고 노력한 만큼 성장할 수 있는 비전 있는 회사로 손꼽히고 있다. 직원들의 애사심은 두말할 것도 없다.

두번째 성공비결은 ‘나눔의 정신’이다. ‘대전의 최부자집’이라고도 불리는 이 빵집은 오랜기간 어려운 이웃을 위해 빵을 나누어 왔다. 매일 만드는 빵의 3분의 1, 매월 3000만원 상당의 빵을 양로원과 고아원에 보내고 있다. 또한 직원들은 각자가 받은 인센티브의 20.0%를 지역 불우이웃에게 기부하고 있다. 저자는 지난 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 성심당 빵을 선택한 이유에는 이 ‘나눔의 정신’도 한몫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주목할 점은 이 나눔의 정신에 기반한 경영철학이 지역상생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성심당의 사훈 ‘모든 이가 다 좋게 여기는 일을 하도록 하십시오’와도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모든 이’에는 손님은 물론 직원과 거래처·협력업체, 심지어 경쟁사까지도 포함된다. 성심당 매장 건물 외벽에 수도꼭지를 설치한 것도 사훈에 따른 조치다. 매장 앞에서 영업하는 포장마차들이 물을 마음껏 쓰도록 배려한 것이다.

이 경영철학은 성심당이 대전 로컬기업으로서의 정체성을 지키며 지역과 함께 성장하겠다는 의지의 원동력이기도 하다. 롯데백화점 측이 2013년 서울 중구 본점에 성심당 정식매장을 내달라고 제안했으나 성심당 측이 이를 거절한 게 대표사례다. 책에서 임영진(고 임길순의 아들) 대표는 당시 결정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돈을 많이 버는 대신 우리 본질을 잃을 수도 있다고 판단했어요. 대전에 와야만 만날 수 있는 빵집으로서의 가치와 자부심을 지키고 싶었습니다.”

많은 전문가들은 성심당 사례가 분배와 성장의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자본주의의 대안이라고 말한다. 또한 시민경제와 중소기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새로운 모델이라고도 평가한다. 성심당의 날갯짓을 응원하는 이유다. 

세가지 스토리

「농장해부도감」
줄리아 로스먼 지음 | 더숲 펴냄

「자연해부도감」으로 수많은 독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줄리아 로스먼이 이번엔 농장을 찾았다. 자연해부도감이 도시 속 자연의 모습을 포착했다면, 농장해부도감은 도시를 벗어나 시골 농장의 친근한 자연을 그리고 있다. 시골 생활의 지식과 모습이 흥미롭고 매력적으로 소개돼 있어 이 책을 읽는 동안 도시에서는 볼 수 없었던 자연의 경이롭고 다채로운 모습을 만나게 될 것이다.

「어느 날 400억원의 빚을 진 남자」
유자와 쓰요시 지음 | 한빛비즈 펴냄

어느 날 아버지의 죽음으로 부도 직전의 회사와 400억원의 빚을 떠안게 된 남자. 은행은 빚을 다 갚으려면 80년은 걸릴 것이라고 말한다. 이후 회사를 일으키기 위한 그의 고군분투가 시작된다. 지하철에 떨어질 뻔한 사고, 회생의 조짐이 보이던 무렵 터진 광우병 사태, 신뢰하던 직원의 죽음 등 악몽 같은 나날을 보내온 그가 어떻게 자신의 인생을 다시 사랑하게 됐을까.

「이 얘기 계속해도 될까요?」
니시 가나코 지음 | 을유문화사 펴냄

똑같은 삶의 반복, 지루한 일상. 눈살 찌푸려지는 얘기 가득한 이 사회에서 웃음을 찾고 싶다면 이 책을 펼쳐보자. 현재 일본의 대세 작가로 손꼽히는 니시 가나코가 이번엔 에세이집을 냈다. 소설가 데뷔 전후에 온라인에 자유롭게 올렸던 일상과 생각들을 모아서 펴냈다. ‘웃기고 싶다’는 일념으로 거침없이 써내려간 문장들은 얼어붙은 우리 가슴을 잠시나마 녹일 수 있지 않을까.
노미정·고준영 더스쿠프 기자 noet85@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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