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파문에 흔들리는 관가

▲ ‘최순실 사태’가 터지면서 경제 현안에 대응하는 능력이 현저히 떨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등장했다.[사진=뉴시스]
‘최순실 게이트’에 국정이 마비됐다. 대통령의 비선秘線이 춤을 췄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관가’ 안팎엔 허탈감만이 나돈다. ‘일손이 잡히지 않는다’고 말하는 공무원도 수두룩하다. 하지만 지금이 그럴 때인가. ‘최순실 게이트’에 혼을 잃을 만큼 우리 경제는 녹록한 상황이 아니다. 이러다간 한국경제까지 ‘패닉’에 빠질 수 있다. 

사상 초유의 국정농단 사태인 ‘최순실 게이트’에 온 나라가 들썩이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신뢰는 땅에 떨어졌고, 국가는 마비 상태에 빠졌다. 내년 나라의 살림인 예산안을 심의가 급하지만 국회는 온통 최순실 문제에만 집중하고 있다. 야당은 특검 도입, 탄핵, 하야 등을 외치면서 박 대통령을 압박하고 있다. 여당 내부에서도 현 내각을 해체하고 거국중립내각을 구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치ㆍ경제 등의 모든 이슈가 ‘최순실 블랙홀’에 빠져 버렸다는 얘기다.

현안을 챙겨야 할 정부도 손을 놓고 있긴 마찬가지다. 부동산, 가계부채, 구조조정 문제 등의 민생 현안이 켜켜이 쌓여 있지만 이를 조율하는 컨트롤 타워가 보이지 않는다. 문제는 한국 경제가 심상치 않다는 것이다. 수출과 내수는 모두 침체의 늪에 빠져 있다. 구조조정이 본격화하면서 노동자들의 고용 불안도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부동산 시장 과열, 가계부채 증가 등 곳곳에서 울리는 위기 시그널도 심상치 않다. 그럼에도 정책 당국은 느긋하기 짝이 없다.

실제로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올 4분기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자 “갑자기 마이너스로 돌아선다는 건 성급한 전망”이라면서 “지금으로는 기재부가 동의할 수 없는 전망”이라고 일축했다. 설상가상으로 그는 눈덩이처럼 불어난 가계부채 문제를 두고선 “관리 가능하다”는 낙관론만 늘어놨다. 과연 그럴까.
안타깝지만 한국경제의 민낯을 보여주는 숫자는 결코 낙관적이지 않다. GDP 성장률은 여전히 0%대를 맴돌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3분기 GDP 성장률은 전분기 대비 0.7% 성장했다. 지난해 3분기 이후 4분기 연속 0%대 성장률이다. 시장의 전망치인 0.6%보다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지만 시장의 반응은 싸늘했다. 성장의 질質이 부실했기 때문이다. 0.5% 늘어난 민간소비의 성장폭은 2분기(1.0%)보다 줄었다. 설비투자는 0.1%의 마이너스 성장을 보였다. 3분기 GDP 성장을 견인한 것은 각각 1.4%, 3.9% 증가한 건설투자와 정부소비였다. 

박형중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3분기 한국경제를 지탱한 것은 부동산과 정부의 추경이었다”면서 “하지만 건설은 경기하강을 야기할 수 있는 리스크 요인이 될 가능성이 높고 정부소비는 성장률을 단기에 보전하기 위해 투입한 추경효과로 인한 것으로 지속성이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속성이 낮은 부문을 중심으로 성장한 것이라면 이를 긍정적으로 해석하기 어렵다”며 “건설과 정부의 소비에 의존하는 성장구조가 지속되는 것은 오히려 성장 리스크를 키울 수 있다”고 꼬집었다.

저성장 고착화 된 한국경제

산업의 근간인 제조업 경기 전망도 밝지 않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6년 10월 기업경기실사지주(BSI) 및 경제심리지수(ESI)’에 따르면 11월 제조업 업황 BSI 지수는 72로 10월(75) 전망에 비해 3포인트 하락했다. BSI는 기업들이 체감하는 경기상황을 가늠해볼 수 있는 지수다. 100 이상이면 경기를 좋게 보는 기업이 많다는 의미이고 100 미만이면 그 반대를 뜻한다. 여기에 11월 매출 BSI, 채산성 BSI, 자금사정 BSI 전망치도 모두 하락했다. 기업의 제조업 체감경기가 바닥을 기고 있다는 얘기다.

20개월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던 수출은 다시 부진의 늪에 빠졌다. 지난 8월 수출 증가율은 2.6%를 기록하며 지난해 1월부터 19개월 동안 이어온 수출 감소세에 마침표를 찍었다. 하지만 한달 만에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산업통상자원부의 발표에 따르면 9월 수출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5.9% 감소했다. 조업 일수 증가와 기저효과에 따른 ‘반짝 반등’이라는 시장의 우려가 현실이 된 것이다.

물론 현대차 파업, 삼성전자 갤럭시 노트7의 리콜 사태가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 건 사실이다. 하지만 이 변수들이 해소된다고 해도 장밋빛 전망이 기다리고 있는 건 아니다. 대對중국의 수출 부진, 보호무역주의 확산 등 악재가 여전해서다. 나중혁 현대증권 애널리스트는 “11월 미국 대선, 12월 이탈리아 국민투표ㆍ미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 금리 인상 가능성 등 대외 변수에 따른 불확실성이 여전히 크다”며 “당분간 국내 수출입 활동의 개선세를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 한국경제의 저성장세가 고착화 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사진=뉴시스]

내수와 수출만이 아니다. 더 큰 골칫거리도 있는데, 바로 가계부채다. 우리나라 가계는 이미 1300조원에 이르는 부채를 갚느라 힘겨워하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대출금리까지 상승세를 타고 있어, 빚이 있는 가계는 말 그대로 ‘죽을 맛’이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6년 9월 중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에 따르면 9월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신규취급액 기준)는 2.80%로 8월보다 0.10% 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7월 2.66%에서 이어 두달 연속 오름세를 기록했다. 그 결과, 전체 가계대출 금리는 3.03%로 전월 대비 0.08%포인트나 상승했다.

컨트롤타워 점검할 때


가계부채가 ‘소비절벽’을 만들 거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많은 가계가 이자를 갚느라 지갑을 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1분기 기준 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부채는 사상 최고 수준인 145.6%까지 치솟았다. 또한 갚아야할 부채가 자산보다 많은 ‘한계가구’의 수는 134만 가구를 넘어섰다. 시장이 금리인상이 한계가구의 붕괴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처럼 한국경제의 헌주소는 어둡기만 하다. 이런 상황에서 ‘최순실 게이트’까지 터졌으니 리스크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은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 경제 컨트롤타워를 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한국경제, 말 그대로 내우외환內憂外患이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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