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게이트

▲ 최순실 게이트가 박근혜 정부의 기둥뿌리를 흔들고 있다. [사진=뉴시스]
2007년 1월 31일. 진보 성향의 A신문 경제주간지 기자였던 나는 그와 마주섰다. 우리는 당시 대권예비주자를 릴레이 인터뷰하고 있었는데, 그를 만날 행운이 내게 돌아왔다. 지금과 똑같은 펌 머리, 지금과 똑같은 빨간 재킷을 입은 그는 정치인치곤 말수가 적었다. 질문을 던지면 습관적으로 “아~”라면서 뜸을 들였고, 돌발질문을 하면 ‘원론原論’만을 강조했다.

그렇다고 인터뷰 내내 그랬던 건 아니다. 유독 힘줘 말한 대목이 2~3개 있었다. 복기復棋하면 이렇다. “잘못된 정치로 사회가 불안정하면 100가지 경제정책을 내놔도 백해무익하다.” “대통령은 확고한 철학을 바탕으로 정책의 방향을 제시하는 역할에만 전념하고, 각론은 각 분야의 유능한 전문가에게 위임해야 한다.”

그로부터 햇수로 10년이 흐른 2016년 10월 말. 아이러니하게도 그는 ‘그 때 그 말’에 얽혀 부메랑을 맞고 있다. 그의 잘못된 정치는 나라를 쑥대밭으로 만들어놨다. 일부 각론을 유능한 전문가가 아닌 ‘비선秘線’에 맡긴 탓에 국정은 난맥에 빠졌다.

2007년 나는 그를 이렇게 평했다. “참모의 이야기를 종합해보니, 그는 분권과 위임에 능한 정치인이다.” 두번 생각할 필요도 없이 나는 틀렸다. 그 역시 틀렸다.
이윤찬 더스쿠프 기자 chan4877@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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