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희의 비만 Exit | 살과 사랑 이야기

▲ 지방을 먹는다고 살이 빠지는 건 아니다.[일러스트=아이클릭아트]
지방만 먹으면 정말 살이 빠질까. 체지방의 민낯을 알아보자. 단위 부피별 무게는 지방보다 근육이 훨씬 무겁다. 크기가 같은 비계덩어리와 살코기를 견줄 때 참살이 훨씬 무겁다는 얘기다. 필자는 30년 전 군 생활 당시의 식사 메뉴였던 돈지육찌개를 또렷하게 기억한다. 이름부터 삭막한 이 국의 특징은 무언가 둥둥 떠다닌다는 건데, 그 부유물은 다름 아닌 돼지의 비계덩어리다.

고된 훈련에 배고픈 젊은이들은 식판을 들고 줄을 선다. 선임의 순서가 되면 배식 당번은 국자로 바닥부터 휘저어 건더기를 퍼낸다. 쌍끌이 어선이 바다 밑바닥을 훑어 물고기를 쓸어 담듯, 국자에는 하나 가득 살코기가 담겨 올라온다. 뒤에서 이를 지켜보는 후임들의 마음은 착잡하다. 하지만 실망한 그들에게도 돌아오는 것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국 위를 둥둥 떠다니는 부유물들이다. 돼지를 급하게 잡았는지, 품종을 파악할 수 있도록 색깔이 선명한 털이 그대로 붙어있는 지방 덩어리다.

이를 통해 지방의 특징을 직간접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체지방량은 다르지만, 체중은 70㎏으로 같은 두 사람이 있다고 치자. 이들이 수영장 바닥에 가라앉은 체중계에 올라가면 체지방의 양이 많은 사람의 몸무게가 훨씬 가볍게 나온다. 부력이 큰 비만인은 수중에서 상승하려는 지방의 반발이 체중계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돈지육찌개의 부유물처럼 말이다. 고도 비만자에게 수중 스포츠를 적극 권장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체지방이 갖는 자연 부력을 이용, 관절의 부담을 줄여 근력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엔 다이어트에 일조한다 하여 핫 이슈의 중심에 있는 지방의 정체는 과연 무엇일까. 잘 알다시피 지방은 잉여 에너지의 저장고이자 그램(g) 당 9㎉의 고열량 에너지원이다. 여기서 칼로리란 무엇인지 살펴보자. 칼로리 측정은 100여년 전 윌버 올린 애트워트란 농화학자가 열량(영양)을 좀 더 잘 공급해 주기 위해서 고안한 방법이다.

먼저 음식 표본을 태운 후 거기서 나오는 열을 열량측정기를 이용해 측정한다. 이후 사람의 몸에서 소화되지 않고 체외로 배출되는 대소변이나 땀 등 배설물에 포함된 에너지를 제외한 후 계산해 얻은 값이 탄수화물과 단백질은 g당 4㎉, 지방은 9㎉다.

이 방식은 섭취한 모든 음식이 일정하게 소화ㆍ흡수된다는 가정에 기초했으므로 다양한 변인을 인정하지 않았다는 오류를 갖는다. 체내에서 많은 생리적 대사 과정을 거치며 다양하게 변화될 열량을 화로 안에서 뿜어져 나온 열량과 단순 비교한다는 것은 큰 무리가 있다.

실험실에서 일정한 속도로 달린 자동차의 연비와 실제 도로를 달린 자동차의 주행 연비가 현실적으로 같지 않듯 말이다. 음식의 열량과 운동으로 소모되는 에너지의 양에 대해 다음 호에 좀더 알아보자. 
박창희 다이어트 프로그래머 hankookjoa@hanmail.net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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