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커머스 배송전쟁 막 내린 이유

▲ 적자에 허덕이는 소셜커머스 업체들이 최근 무료배송 기준을 변경했다.[일러스트=아이클릭아트]
배송 속도전이 막을 내렸다. ‘로켓배송’으로 파란을 일으킨 쿠팡이 2년7개월 만에 무료배송 기준 금액을 9800원에서 1만9800원으로 상향 조정하면서다. 경쟁업체인 위메프도 9700원 이상 구매시 무료배송 정책을 폐지했다. ‘수익성’을 담보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라는 평가다. 소셜커머스 출혈경쟁, 이젠 달라질까.

“새로운 수익모델을 선보이지 않는다면 지속가능한 기간은 길어야 1~2년이다.” 쿠팡을 비롯한 소셜커머스 3사의 2015년 실적이 발표된 지난 4월 한 애널리스트가 발표한 보고서 내용이다. 약 5470억원의 손실을 기록한 쿠팡이 온라인 마케팅 등 신규 수익모델을 발굴하지 않는다면 적자폭은 지금보다 커질 거라는 분석이었다. 그로부터 약 6개월이 흐른 지금, 업계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소셜커머스 업계는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다. 쿠팡은 1조1338억원, 위메프와 티켓몬스터도 각각 2165억원, 1959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적자폭도 그만큼 커졌다. 쿠팡은 5470억원, 위메프는 1424억원, 티켓몬스터는 1419억원이라는 손실을 기록했다. 3사가 2014년에 기록한 합산 손실액(1752억원)이 1년 새 무려 374%(8313억원)나 늘었다.

적자폭이 늘어난 이유는 ‘제로마진 정책’ ‘배송서비스 강화로 인한 판관비 증가’ 두가지다. 쿠팡의 지난해 상품매출액은 9904억원으로 1949억원이었던 전년 대비 408.2% 증가했다. 하지만 상품마진(GPM)이 문제를 일으켰다. 상품의 원가는 9891억원에 달했기 때문이다. 비단 쿠팡만 그랬던 건 아니다. 위메프와 티켓몬스터는 지난해 각각 995억원과 1127억원의 상품매출을 올렸지만 상품원가는 978억원과 1145억원이었다. 1%대 마진을 남겼거나 손해 보는 장사를 한 셈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판관비는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2014년 2808억원이던 쿠팡의 판관비는 1년 만에 6917억원으로 늘었다. 특히 배송서비스를 강화하면서 급여와 용역비가 크게 늘어났다.
급여는 같은 기간 802억원에서 1822억원으로 127.1%, 용역비는 156억원에서 1115억원으로 613.1% 뛰었다. 물류비도 179억원에서 695억원으로 287.3% 증가했다. 쿠팡이 자랑하는 로켓배송에 지난해 약 3600억원가량을 쏟아 부었지만 실적은 기대치를 밑돈 것이다.

위메프도 781억원이던 판관비가 1644억원으로 두배 이상 뛰었다. 운반비가 특히 많이 늘었다. 2014년에 7828만원이던 위메프의 한해 운반비는 2015년에 54억원으로 증가했다. 티켓몬스터의 판관비 증가폭은 더 크다. 쿠팡ㆍ위메프와 달리 직원급여는 줄었지만 역시 운반비가 79억원에서 196억원으로 증가, 2014년에 93억원이던 판관비는 2015년에 363억원으로 뛰어올랐다.

“누적 적자 해소 위한 고육지책”

이 때문인지 소셜커머스들이 배송정책에 조금씩 변화를 주고 있다. 쿠팡은 지난 10월 11일 별도의 공지 없이 로켓배송의 기준을 9800원에서 1만9800원으로 인상했다. 2014년 3월 로켓배송이 시작된 후 처음으로 무료배송 기준 금액을 2배가량 올린 거다. 쿠팡 측은 “로켓배송의 효율성을 올리기 위한 조치”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위메프도 9700원 이상 구매하면 무료배송 해주던 ‘97무료배송’ 프로모션을 중단했다. 대표 3사 중 티켓몬스터만 기존 배송정책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무료배송비 기준을 인상한 업체들은 서비스의 질을 높이기 위한 변화라고 설명하지만 “누적 적자를 해소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라는 분석이 더 설득력을 얻고 있다. 무리한 배송정책에서 비롯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거다. 더욱이 해마다 증가하는 판관비는 영업적자의 확대만 불러올 수 있다. 그래서 가장 먼저 선택한 것이 ‘무료배송비 기준 상향’이라는 얘기다.

▲ 치열한 배송경쟁의 결과는 불어난 적자였다.[사진=뉴시스]
이런 배송정책의 변화를 더 의미심장하게 보는 이들도 적지 않다. 소셜커머스 업체들의 불확실성이 훨씬 더 높아졌다는 판단에서다. 한상린 한양대(경영학) 교수는 “초기 선제적 투자는 당연한 것이지만 쿠팡이 이번 배송 정책을 바꾼 것을 보면 지속가능성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진 게 사실”이라고 꼬집었다. 한 교수는 또 “배송 정책 전환으로 이탈하는 고객도 분명히 생길 것”이라며 “쿠팡은 그걸 감수해서라도 적자를 해소하겠다는 각오로 이번 결정을 내렸겠지만 고객의 이탈 규모에 따라 쿠팡의 미래도 판가름이 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만약 로켓배송 기준금액을 올려서 얻는 비용 대비 더 많은 고객이 이탈한다면 얘기는 달라질 거란 설명이다.

배송정책을 무기로 내세운 소셜커머스 업체들의 ‘1차 치킨게임’은 막을 내리고 있다. 수익성을 담보하기 위한 전략이지만 이를 통해 지속가능한 성장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서용구 숙명여대(경영학) 교수는 비정상적이었던 경영에서 벗어나 이제는 경영을 합리적으로 이끌어 ‘지속가능’을 도모할 수 있을 거라고 강조했다. 쿠팡이 마켓리더의 지위를 확보하기 위해 그동안 퍼주기식 마케팅을 해왔다는 거다. 서 교수는 “쿠팡이 기선을 잡는 덴 성공했지만 지속가능하지 않은 경영성과가 나타났다”고 지적하면서도 “이런 과정을 통해 충성고객을 어느 정도 확보했기 때문에 앞으로는 제대로 된 값(평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살 깎아 먹기가 아닌 성장을 위한 경쟁을 하라는 조언이다.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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