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온라인서 못 파는 이유

▲ 해외에선 완성차 업체는 제조만 하고 판매는 외부 딜러가 한다.[사진=뉴시스]
없는 것 빼곤 다 판다는 한국 온라인 시장에서 ‘못 파는’ 상품이 있다. 흥미롭게도 자동차다. 비싸서일까, 커서일까. 둘 다 아니다. 자동차 딜러가 제조업체에 매여 있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제조업체가 정해준 가격과 루트를 통해서만 팔 수 있다는 거다. 외국은 어떨까. 당연히 온라인에서도 자동차가 매매된다.

온라인 시장은 급속도로 성장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01년 약 3조3000억원이었던 온라인 쇼핑 거래액은 지난해 53조9000억원가량으로 14년 만에 1633.3% 증가했다. 2013년 모바일 시장이 본격적으로 개화開花한 덕도 컸다. 지난해 모바일 쇼핑 거래액은 약 24조5000억원으로 전체 온라인 쇼핑 거래액의 45.5%를 차지했다.

전체 소매 판매액 가운데 온라인 쇼핑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15%다. 6~7명 중 1명은 온라인으로 구매할 정도로 온라인 쇼핑이 생활화됐다는 얘기다. 그만큼 웬만한 상품은 온라인으로 살 수 있다. 한가지만 제외하고 말이다. 바로 자동차(신차新車)다. 물론 자동차가 온라인으로 판매된 사례가 한건도 없는 건 아니다.

2008년 6월 수입차 크라이슬러의 ‘지프 컴패스’가 홈쇼핑에서 판매된 적이 있고, 최근엔 지난 8월 재규어의 ‘XE 포트폴리오’와 ‘XE 알스포츠’가 소셜커머스업체 티몬에서 판매상품으로 올라온 적이 있다. 수입차만이 아니다. 한국GM은 신차 ‘더 뉴 아베오’, 르노삼성은 ‘QM6’, 쌍용차는 ‘티볼리’를 온라인으로 판매했다. 하지만 이는 모두 극소량만을 판매한 단발성 이벤트에 불과했을 뿐 정식 온라인 판매는 아니었다.

 
자동차가 온라인에서 판매되지 않는 것은 판매노조의 반발 때문이다. 온라인 판매방식이 도입되면 오프라인 판매처의 입지가 약해질 거라는게 노조 측의 판단이다. 온라인 시장의 강점인 가격경쟁력에 소비자가 온라인 시장으로 몰릴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실제로 판매노조의 우려는 기우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지난 8월 티몬에 올라온 재규어 차량의 경우 700만원 할인됐다는 점을 감안해도 4700만~4800만원대 높은 가격의 제품이 단 3시간 만에 27명의 구매희망자가 몰렸다. 한국GM의 더 뉴 아베오는 온라인 판매로 계획한 차량 10대가 1분 만에 매진됐다. 더 뉴 아베오는 500만원가량 할인된 가격에 판매됐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비록 할인된 가격이었다고는 해도 자동차가 온라인에서 거래될 수 있다는 것이 충분히 입증된 셈이다”고 말했다.

문제는 해외에선 온라인을 통해 자동차가 자유롭게 판매되고 있다는 점이다. 1997년엔 도요타가 자사 모델 ‘프리우스’를 온라인으로 판매하기 시작했고, GM(General Motors), BMW를 비롯한 글로벌 메이커는 미국과 영국 등에서 온라인 판매 중이다. 국내 완성차 업체 현대차도 지난해 영국과 스페인 등에서 온라인으로 자동차 판매를 시작했다.

해외에선 별 문제가 없는 자동차 온라인 판매가 우리나라에서 안 되는 이유는 뭘까. 답은 별다른 게 아니다. 완성차 업체와 딜러와의 관계 때문이다. 미국과 유럽 등에선 완성차 업체는 제조만 하고 판매는 100% 외부 딜러가 한다. 제조사와 딜러사가 분리돼 있어 판매 방식이 자유롭다. 판매가격도 도매가 아래로 낮아지는 경우만 아니면 딜러의 마진 안에서 자유롭게 정할 수 있다. 심지어 다른 브랜드와의 경쟁을 위해 완성차 업체에서 도매가를 낮춰주는 경우도 있다.

반면 우리나라의 딜러들은 완성차 업체 소속이다. 제조사가 정한 가격과 방식으로 판매해야 하기 때문에 운신의 폭이 좁을 수 밖에 없다. 한 업체 관계자는 “국내에선 온라인 판매가 조심스럽다”면서 “자사 판매직원들의 해고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물론 전시장만 운영하고 판매는 온라인에서 할 수도 있겠지만 고가의 제품을 직접 확인하지도 않고 구매하겠느냐”면서 “온라인 판매는 현실적으로 아직 먼 얘기”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온라인으로의 판매 확대는 이미 가속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필수 대림대(자동차학) 교수는 “판매방식이 다양해지는 건 의미 있는 변화”라면서 이렇게 말했다. “국내 딜러들이 업체 소속이라고 하더라도 판매방식 변화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직영점으로 운영하되, 성과ㆍ능력제 등 변화를 줘 판매방식과 가격책정에서 자율성을 부여할 수 있다. 어찌 됐든 변화의 바람은 불고 있다. 변화에 뒤처지고 소비자에게 버림받으면 결국 스스로의 무덤을 파는 꼴이 될 것이다.”
고준영 더스쿠프 기자 shamandn2@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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