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필재의 人sight | 김미경 해피맘하우스 대표

김미경(42) 해피맘하우스 대표는 10여 년간 인형공방을 했었다. 무슨 인형이든 만들 수 있는 손재주를 살려 돌하르방인형을 만드는 사회적기업을 제주도에 만들었다. 그는 제주도에 돌하르방인형 박물관을 만드는 꿈을 꾼다. 제주 지자체들엔 공공구매로 돌하르방 인형의 판로 개척을 지원해 달라고 호소했다.

▲ 김미경 해피맘하우스 대표는 돌하르방 인형 사업 계획서를 만들 때 키티아일랜드가 2년 안에 제주도에 상륙할 거라고 예상했지만, 키티아일랜드는 1년 만에 제주도에 들어왔다.[사진=지정훈 기자]
“제주도에 돌하르방 인형이 없더라고요. 제주에 정착하기 전 답사차 왔다가 돌하르방 인형을 사달라는 아이에게 나중에 사 주겠다고 하고 인터넷을 뒤졌는데 없었습니다. 그래서 직접 만들어 줬더니 두 아이가 좋아하더라고요.” 김미경 해피맘하우스 대표는 “그때 돌하르방과 똑같다는 아이 말에 돌하르방 인형에 꽂혔다”고 말했다.

“그 후 설을 앞두고 제주를 다시 찾았는데 테디베어가 한복을 입고 관광객을 맞았습니다. 돌하르방 인형이 저 자리에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 조사를 해 보니 돌하르방 인형이 어디에도 없더라고요.” 그는 돌하르방 핸드메이드 인형을 만드는 사회적기업 해피맘하우스를 2013년 봄 제주시 애월읍에 만들었다. 해피맘하우스는 애월해안로를 끼고 있다.

돌하르방은 조선시대 관아가 있던 성문 밖에 세워진 제주의 수호신이다. 돌하르방은 눈이 부리부리하지만 돌하르방 인형은 눈이 작다. 독일의 발도르프 헝겊 인형을 모델로 했기 때문이다. “요즘 플라스틱 인형은 눈이 과하게 웃고 있어요. 인형의 표정이, 갖고 노는 아이의 감정과 아무 상관이 없죠. 이렇게 인형을 바라보는 시선이 고정돼 있는 반면 눈이 작은 발도르프 인형은 아이의 심리상태에 따라 인형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집니다. 그래서 체험학습용으로 딱이죠.”

김 대표는 제주도에 돌하르방인형박물관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제주도 테디베어뮤지엄처럼 돌하르방 인형 자체뿐 아니라 사람들이 돌하르방의 역사도 접할 수 있는 곳이 제주도에 있으면 좋잖아요? 일본 자본과 합작한 헬로키티아일랜드도 있는데 정작 돌하르방인형박물관은 없어요.”

제주도 헬로키티아일랜드는 일본의 키티 인형 캐릭터가 주인공인 캐릭터 뮤지엄이다. 1975년생인 헬로키티는 자산 가치가 1조5000억엔에 이르는 캐릭터로 연간 시장 규모가 35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에서 만들어진 캐릭터 중 가장 비싼 캐릭터.

▲ 김 대표는 “취약계층을 요건만큼 고용 못하면 사회적기업에 대한 지원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힘들다”고 토로했다.[사진=지정훈 기자]
2013년 돌하르방 인형 사업 계획서를 만들면서 그는 키티아일랜드가 2년 안에 제주도에 상륙할 거라고 적어 넣었다. 키티아일랜드는 그러나 1년 만에 제주도에 들어왔다. 관광 수입 증대를 기대한 제주도와 서귀포시가 키티아일랜드의 상륙을 지원했다. 제주도교육청은 키티아일랜드를 전통문화인성교육센터로 지정했다. 학생들이 전통문화인성교육센터를 찾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학교에 200만원씩 지원했다. 키티아일랜드를 찾은 아이들은 여기서 헬로키티가 몇년도에 처음 리본을 달았고 몇년도엔 어떤 옷을 입었는지 키티의 역사를 접한다.

“우리 돌하르방인형 만들기 체험장도 전통문화인성교육지정기관으로 지정돼 있습니다. 하지만 헬로키티는 우리나라의 전통과 부합하거나 제주도 지역에 걸맞은 캐릭터는 아니잖아요? 우리 아이들이 전통문화 학습장에 가서 일본 캐릭터의 일천한 역사를 배워야 하나요?”

✚ 제주도와 제주도교육청이 왜 일본 캐릭터 뮤지엄인 헬로키티아일랜드의 진출과 영업을 지원했다고 보나요?
“관광객을 유치하고 제주도가 관광지로 사람들의 주목을 받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겠죠. 도움이야 되겠지만 도청과 도교육청이 어떻게 외래종인 테디베어와 헬로키티를 지원하면서 돌하르방인형인 하르미ㆍ하르야 보급은 나 몰라라 하는지 모르겠어요.”

해피맘아우스는 올해 제주시청이 뽑는 최우수사회적경제기업에 선정됐다. 상금은 1500만원이었다. 상금의 용도는 창고 신축, 차량 개비 등 시설비로 지정이 돼 있었다.  “제주시 관계자에게 그 돈으로 돌하르방 인형 등 우리 물건을 사 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엑스포 같은 지자체 행사 때 돌하르방 인형 납품 기회를 주면 좋겠어요. 현금 지원도 좋지만 그보다는 기업이 살 수 있게끔 공공구매 등 현실적인 도움을 주면 더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 돌하르방인형은 지역의 심벌 같은 건데 지자체에서 지원을 받지 않나요?
“솔직히 도 차원에서 ‘올 한 해 돌하르방 인형을 열심히 홍보해 봅시다’ 그래 주면 좋겠어요. 그랬는 데도 우리가 못 일어나면 그땐 우리 탓이죠. 한마디로 도에서는 돌하르방 인형에 별 관심이 없습니다. 제주엑스포도 제주도관광협회에 회비를 내는 회원사들만 참가할 수 있고 회원사라야 물건도 사 줍니다. 해피맘하우스는 도에서 사업비와 일자리 지원금을 받고 있는 사회적기업인 데도 제주관광공사 측이 혜택을 받으려면 제주도관광협회에 가입하고 회비를 내라고 하더라고요.”

✚ 사회적기업을 하면서 겪는 어려움이 뭔가요?
“돌하르방 인형 판로 개척에 대한 지원은 없고 취약계층 고용의 의무는 지워 사실 구조적으로 이익을 내기가 어렵습니다. 취약계층을 고용하는 데도 나름의 어려움이 있어요. 사회적기업은 60%의 일자리 창출 지원금을 받다 보니 구성원들이 임금을 사장이 아니라 정부가 준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요. 또 이런 농촌에서는 교통 편이 안 좋아 취약계층을 고용하는 데 아무래도 한계가 있습니다. 제주는 관광지라 사실상 연중 반년만 인형이 팔려요. 그래서 절반은 사실상 일감이 없는 비수기인데도 고용은 해야 돼요. 취약계층을 요건만큼 고용 못하면 사회적기업에 대한 지원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죠. 이래저래 직원 관리가 가장 힘들어요.”

해피맘하우스 수입 중 인형 판매의 비중은 50%가량 된다. 제주신라호텔, 제주 렛츠런파크(경마장) 등에 DIY용으로 납품하는 반제품이 약 20%, 나머지는 사업장을 겸한 자체 체험학습장에서 팔린다. 나머지 50%의 수입은 방과 후 수업 등 단체수업 출강으로 벌어들인다.

사회적기업으로서 농어촌 교육 취약지역 어린이들을 찾아가 인형 만들기 등의 체험학습 활동도 벌인다. 교육 활동을 통한 기부. 지난해 이렇게 무료 체험 활동에 참여한 인원이 3300여 명에 달한다. 여기에 투입한 돈이 2900만원 가까이 된다. 올해도 추자도, 우도, 비양도, 가파도 등 제주도 부속 섬 분교들을 대상으로 체험 활동을 하고 있다.

다행히 이익 구조는 좋아졌다. 지난해 오가닉 제품인 인형 원단을 국산화해 원가를 절감한 것이 주효했다. 국내 원단 생산업체와 손잡고 국제 규격 인증을 받은 친환경 원단을 개발해 원단 원가를 절반 수준으로 낮춘 것이다.  “앞으로 봉사를 좀 줄이고 가격을 제대로 받으면 더 개선될 겁니다. 지자체 쪽에 납품할 땐 그쪽 마진을 30% 잡으면 되는데 기념품점은 50% 마진을 요구합니다.”

김 대표는 경기도 안산에서 13년간 인형공방을 했었다. 혼자 일해 월 200만~300만원의 소득을 올렸다고 한다. 미혼모 시설을 만들고 싶었지만 남편의 사업이 기울면서 3년여 전 두 아이를 데리고 제주도에 정착했다.

✚ 해피맘하우스의 이른바 지속가능성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시나요?
“올해 제주시 최우수 사회적경제기업에 선정되면서 해피맘하우스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을 했습니다. 남편이 그러더군요. ‘돈을 벌고 싶으면 사회적기업을 접고, 미혼모 시설을 만들고 싶으면 계속하라’고. 사회적기업을 하는 쪽으로 결론이 나면 돈은 나가서 자기가 벌겠다고요. 한 명이 됐든 두 명이 됐든 미혼모와 같이 일하고 이들이 살 기숙사도 만들고 싶어요. 작게나마 미혼모 아이들을 키우는 위탁 육아시설도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 일자리 제공형 미혼모 시설이죠.”
이필재 더스쿠프 인터뷰 대기자 stolee@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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