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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깡통전세로 피해를 보는 세입자들이 꽤 많다.[사진=뉴시스]
최근 법원은 전세세입자들이 깡통전세를 소개한 공인중개사를 상대로 낸 소송건의 판결을 내렸다. 결과는 원고(세입자) 패소였다. 세입자들이 억울한 판결을 받은 걸까. 아니다. 깡통전세라는 걸 몰랐다면 여전히 세입자들은 법의 보호를 받아 공인중개사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다.

깡통전세 문제가 심각하다. 서울 아파트 3곳 중 1곳은 전셋값이 집값의 80% 이상이라는 기사도 나온 바 있다. 깡통전세란 집주인이 은행 대출금이나 이자를 갚지 못해서 집을 경매 처분해도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내줄 수 없는 전세를 말한다. 세입자의 확정일자보다 우선순위가 앞서는 각종 근저당권이 집값보다 높게 설정돼 있거나 부동산 시장 거품이 꺼져 매매금액이 전세보증금보다 낮아지는 경우 문제가 된다. 세입자가 가만히 앉은 채로 아까운 보증금을 한순간에 날려버릴 수 있어서다.

그런데 최근 세입자에게 깡통전세를 소개한 공인중개사에게 법적인 책임을 묻지 못한다는 판결이 나와 주목을 받고 있다. 깡통전세(빌라)에 입주한 세입자 A씨와 B씨는 공인중개사 C씨와 한국공인중개사협회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냈는데,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원고 패소 판결(서울중앙지법 2014가합9170)을 내렸다.

재판부의 판결문은 이랬다. “공인중개사가 임대차 계약을 부추겼더라도 임차인들도 당시 선순위 근저당권이나 다른 임차권 등의 존재를 알고 계약 종료시에 보증금을 반환받을 수 있을지 여부가 불확실하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었으므로 최종 판단 책임은 임차인이 부담해야 한다. 따라서 원고(세입자)의 청구는 기각한다.”

“세입자가 ‘깡통전세’라는 사실을 알고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에 공인중개사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거다. 그렇다면 모든 세입자들이 깡통전세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면 똑같은 판결을 받을 수밖에 없는 걸까. 그렇지는 않다. 깡통전세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더라도 계약 절차상의 하자가 있다면 다른 판결이 나올 수도 있다. 실제로 법원은 공인중개사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는 경우가 꽤 많다.

절차 하자 있으면 중개사 책임

첫째, 임대인(집주인)을 대신해서 임대차 계약에 참여한 대리인의 자격여부를 확인하지 않고 계약을 체결한 경우다. 둘째, 중개업자의 입회와 책임 하에 임대인이 근저당권 말소를 하는 조건으로 임대차 계약을 진행했지만, 근저당권 말소가 되지 않아 임차인(세입자)이 피해를 입으면 중개사가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 

셋째, 경매가 진행되고 있는 주택을 중개업자가 중개하면서 임대차 계약서와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에 ‘경매가 진행 중’이라는 사실을 알려주는 내용을 기재해 교부했지만, 구두상으로 설명해주지 않은 경우다. 말하자면 보증금을 못 돌려받을 수도 있다는 걸 서류에 기재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반드시 말로 상세히 설명을 해줘야 한다는 거다. 이번 판결로 세입자들이 의기소침할 필요는 없다는 얘기다.  
전승대 폴라리스 법무법인 변호사ㆍ변리사 cosmos-law@naver.com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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