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으면 빠진다? 누가 장난 치나
먹으면 빠진다? 누가 장난 치나
  • 노미정 기자
  • 호수 214
  • 승인 2016.11.07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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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주의 책 이야기「과식의 심리학」

욕망 부추기는 식품·제약산업

고지방·저탄수화물 식단이 화제다. 한 지상파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서 동물성 지방을 양껏 먹어도 탄수화물 섭취량만 줄이면(전체 섭취량의 약 15%) 건강과 체중감량에 도움이 된다는 내용을 방송한 이후부터다.

탄수화물을 줄여야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탄수화물은 우리 몸속에서 포도당으로 변해 혈당을 높인다. 그러면 몸은 혈당을 낮추기 위해 인슐린을 분비하는데, 그 과정에서 지방을 저장하는 효소도 함께 나온다. 결과적으로 탄수화물을 많이 섭취하면 몸에 지방이 쌓인다는 거다. 고지방·저탄수화물 다이어트의 반향은 엄청났다. 살과의 전쟁을 치르던 다이어터들은 운동과 소식小食의 압박에서 해방됐다는 생각에 쾌재를 불렀고, 일부 대형마트에선 삼겹살·버터 품귀현상까지 벌어졌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한국영향학회, 대한당뇨병학회 등 국내 의학계 5개 전문학회는 성명을 내고 ‘고지방·저탄수화물’ 식단의 체중감량 효과는 검증되지 않았고, 심혈관질환, 무기력증 등 심각한 부작용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방송 내용을 비판했다. 이 새로운 식이요법이 이름만 바꾼 ‘황제다이어트(육류만 섭취)’ 아니냐는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그럼에도 ‘고지방·저탄수화물’의 열기는 여전하다. ‘많이 먹어도 살이 찌지 않을 수 있다’는 환상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사람들은 어쩌다 이런 환상을 가지게 됐을까. 임상심리학자 키마 카길 교수(워싱턴대 타코마캠퍼스)는 과식의 원인을 소비문화의 급속한 팽창에서 찾는다. 그는 저서 「과식의 심리학」을 통해 자본주의 체제에서 물적 상품이나 자원의 소비가 늘어날수록 과식과 비만도 증가했다고 주장한다. 과식을 단순히 개인의 식습관이나 절제력의 문제로만 치부해선 안 된다는 거다.

우리가 개인의 정신병리를 잘못된 문화에서 비롯된 결과물로 생각하는 것처럼, 과식이 야기하는 비만 등 문제도 문화 환경에서 기인한 일종의 ‘문화 관련 증후군’이라는 얘기다. 카길 교수는 이런 주장의 근거로 식품산업과 제약산업의 치밀한 전략을 거론한다. 저자는 두 거대 산업은 소비문화의 짝패로 규정한다. 그에 따르면 식품산업과 제약산업은 심리학을 이용해 소비자를 호도하고 그들의 ‘욕망’을 교묘하게 부추기는 방식을 통해 배를 불렸다.

특히 식품산업의 경우, 시장조사자와 실험심리학자들을 끌어들여 효과적인 브랜딩 전략, 더 먹도록 유혹하는 상황적·환경적 자극을 오랫동안 연구해왔다. 마트에 진열된 상품에서 가장 눈에 띄는 표시 중 하나인 ‘무無설탕’ ‘무無지방’ ‘◯◯free’  등이 바로 그 연구 결과다. 이 ‘無·free’ 표시가 의미하는 건 하나다. ‘이 제품은 아무리 많이 먹어도 살찌지 않아요.’ 저자는 이를 두고 해당 기업이 소비자를 ‘속이는 것’이라며 비판한다.

저자는 제약산업 역시 비슷한 수법을 사용한다고 주장한다. 체중감량에 도움을 준다는 ‘다이어트 약’이 대표적이다. 마치 이 약만 먹으면 식욕이 감소해 다이어트에 성공할 수 있을 것처럼 소비자를 현혹하지만 사실은 플라시보 효과(심리적 요인에 의해 병세가 호전되는 현상)만 있다는 거다. 그럼에도 대체로 고가인 다이어트 관련 약은 불티나게 팔린다.

카길 교수는 식품산업과 제약산업이 과식과 비만의 최대 수혜자라고 말한다. 이 때문에 이 두 산업계는 결코 현대인의 식습관 문제가 해결되길 바라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인다. 고지방·저탄수화물, 1일1식, 덴마크다이어트, 황제다이어트 등 매년 새로운 식이요법이 등장하고 한편에선 ‘먹방’이 유행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저자는 독자에게 조언한다. “소비로 과식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는 결코 성공하지 못할 것이다.” 진짜 몸무게를 줄이고 싶다면 소비부터 줄여야 한다는 얘기다. 

세가지 스토리


「선택의 순간들」
노무현재단 지음 | 생각의길 펴냄

故노무현 前대통령의 2002년 16대 대선 승리 과정을 곁에서 지켜보던 12인의 술회를 엮은 책이다. 대선승리라는 필연을 만든 노무현의 희생과 헌신, 그리고 원칙을 지키기 위한 노력이 입체적으로 그려진다. 저자는 이제 우리가 그 치열했던 승리의 기록을 자세히 들여다볼 차례라고 말한다. 안희정 충남도지사, 유시민 작가, 문성근 노무현재단 이사 등이 참여했다.

「아주 친밀한 폭력」
정희진 지음 | 교양인 펴냄

한국 페미니즘의 교과서로 불리는 「페미니즘의 도전」의 저자 정희진이 한국 여성과 가족의 현실을 보여주는 여성학 입문서를 들고 찾아왔다. 저자는 흔히 타인이 침범할 수 없는 사적 공간이자 ‘안식처’로 여겨지는 가정이 실은 가부장제 사회의 뿌리 깊은 성 차별 의식과 성별 권력 관계가 가장 자연스럽게 구현되고 학습되는 사회적·정치적 공간임을 밝힌다.

「너에겐 노조가 필요해」
김유미 지음 | 사회운동 펴냄

열두 개의 노동조합에서 일하는 조합원과 노조 간부가 자신의 삶과 일터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들은 모두 사회적 편견과 징계, 해고 등 두려움의 벽을 뚫고 노조를 만들어 일터에서의 행복을 찾았다. 스물네 가지의 다양한 스토리가 정형화된 ‘노동조합’에 대한 인식을 벗어나게 해준다. 친근한 그림체로 생동감 있게 풀어낸 만화가 읽는 재미를 배가한다.  
노미정 더스쿠프 기자 noet85@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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