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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까운 미래에 인간과 로봇이 ‘공생’할지 모른다. 인간만의 영역을 설정해야 할 때다. 사진은 영화 ‘아이로봇’의 스틸컷.[사진=더스쿠프 포토]
바야흐로 ‘로봇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2045년에 인공지능이 인간 전체 지능을 넘어설지 모른다는 전망도 나온다. 그렇게 멀리 갈 필요도 없다. 로봇과 인공지능은 벌써 인간의 일자리를 위협하고 있다. 신기술의 도입으로 인한 ‘기술적 실업(Technological Unemployment)’ 문제가 부상하고 있다는 얘기다. 지금이야말로 인간의 지혜와 지성을 모아야 할 때다.

2045년 아침 김 팀장의 전략회의. 올해 도입된 컨설팅 로봇R이 글로벌 시장을 전망한다. 부서원은 4명뿐. 인원이 부족해 보이지만 이 팀엔 슈퍼컴퓨터K가 있다. 업무 절반은 거뜬하다. 오늘 저녁엔 부서회식이 있다. 회식 장소는 로봇이 서비스하는 값싼 식당. 얼큰히 취한 김 팀장은 차에서 잠이 들었지만 자율주행차가 안전하게 집까지 데려다준다. 그런데 이마에 땀이 흥건하다. 연말 인사에서 좌천돼 영업소에서 로봇들과 일하는 꿈을 꿨단다. 2045년 김 팀장의 하루는 로봇으로 시작해 로봇으로 끝났다.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Ray Kurzweil)은 인공지능(AI)이 인간 전체 지능을 넘어서는 역사적 기점을 “기술적 특이점(Tech nological singularity)”이라고 정의하면서 “2045년에 그 특이점이 도래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실제로 2045년의 일상은 우리가 알고 있는 모습과는 전혀 다를지 모른다. 김 팀장의 일과처럼 말이다.

우리는 지능정보화가 빠르게 진행 중인 사회에 살고 있다. 올 3월 바둑 AI인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대국은 세계적 관심을 끌었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세계 주요국은 AI를 활용한 중장기적인 국가발전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물론 AI의 발전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영국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스는 “완전한 AI의 등장은 인류 종말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AI 로봇의 반란은 인류에게 커다란 위협이 될 수 있다는 거다.

하지만 로봇의 현실적인 위협은 ‘기술적 실업(Technological Unemployment)’ 문제다. 기술적 실업은 신新기술의 도입으로 인한 실업을 의미한다. 사실 AI가 탑재된 자율주행차나 드론의 보급으로 택시ㆍ택배기사가 일자리를 잃으면 인간이 우위를 갖는 다른 일자리로 이동하면 된다. 하지만 그런 일자리가 없다면 ‘기술적 실업 상태’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

기술적 실업문제 슬기롭게 풀어야

많은 학자는 “이런 현상이 실제로 일어나는데까진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지만 2045년께엔 인간만이 할 수 있는 노동의 범위는 매우 좁아질 게 분명하다. 한발 더 나아가 전체 인구의 10% 정도만 노동을 할지 모른다는 분석도 나온다.

‘기본 생계비(Basic Income)를 도입하자’ ‘자본의 국유화 같은 사회주의적 제도를 도입하자’는 다소 극단적인 주장까지 제기된다. AI와 로봇에 일자리를 빼앗길지 모르니 ‘대안’을 만들자는 거다. 실제로 인간의 ‘벽’을 넘어서는 전지전능한 슈퍼컴퓨터의 명령으로 로봇과 인간의 대립하고 전쟁이 발생하는 것은 더이상 공상이 아니다. 인간은 사회에서 설자리를 잃게 될지도, 사회 속에서 본원적인 존재감을 상실할지도 모른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로봇에 일자리를 내주고 여가를 즐기며 살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해결 방법 중 하나는 AI나 로봇이 범접할 수 없는 인간의 영역을 설정하는 것이다. 가령 인간 두뇌의 완전복제를 금지해 창의성ㆍ감수성 등 ‘인간만이 할 수 있는 부분’을 지키자는 거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이 다가올 미래사회의 다양한 측면을 선제적으로 연구하기 위해 「2045 미래사회@인터넷(2016년)」을 발간하고 인류가 직면할 미래 변화를 논의하는 콘퍼런스를 개최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올해는 미래주역인 젊은이들과 비전을 공유하기 위해 ‘미래사회 인터넷전망 지역 세미나’를 지난 10월 28일 대구를 시작으로 부산ㆍ광주ㆍ청주 등 주요 도시에서 진행한다. 이 행사를 통해 지역 전략 산업과 연계한 ICT 미래상을 제시할 계획이다.

AI 관련 기술개발은 아직 초기단계다. ‘2045년에 AI가 인간 지능을 넘어설 수 있다’는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이 맞더라도 그때까진 아직 많은 시간이 남아 있다. 지금 중요한 건 AI 또는 로봇의 폐해를 극복하기 위해 인간의 지성과 지혜를 모으는 일이다. 미래가 유토피아가 될지, 디스토피아가 될지는 우리 선택에 달렸다.  
민경식 한국인터넷진흥원 인터넷정책기획팀 수석연구원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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