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회의 영화로 읽는 한국사회 | 블러드 다이아몬드 ❸

▲ 세 사람은 목적을 위해 시장에서 각자의 능력을 교환하고 거래한다.[사진=더스쿠프 포토]
장미나무가 물을 먹으면 향기롭고 아름다운 장미꽃을 피운다. 하지만 같은 물을 독사가 먹으면 독물이 된다. 아름다운 ‘핑크 다이아몬드’가 시에라리온 내전의 아수라장에서 살육과 비극을 부르는 ‘피의 다이아몬드(blood diamond)’가 되듯이 말이다.

영화 ‘블러드 다이아몬드’ 속 반군들에게 다이아몬드는 무기자금이자 권력의 수단이다. 순박한 어부 솔로몬 밴디(디몬 하운수)는 반군들이 장악한 다이아몬드 광산에 끌려가 주먹만한 ‘핑크 다이아몬드’를 발견한다. 다이아몬드 냄새를 맡은 대니 아처(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밴디에게 접근하고, 미국의 열혈 여기자 매디 보웬(제니퍼 코넬리)은 다이아몬드 밀거래로 인한 아프리카의 비극을 추적하기 위해 아처에게 접근한다.

반군들에게 끌려간 아내와 아들을 되찾기 위해 밴디에겐 다이아몬드가 필요하다. 그러나 평생 바다에서 그물질이나 하던 자신의 힘만으로는 핑크 다이아몬드를 숨겨 놓은 곳까지 가는 것이 불가능하다. 무시무시한 반군들이 득실대기 때문이다. 더욱이 반군 대장은 이름부터 살벌한 ‘쁘아종(poisonㆍ독)’이다. 그곳에 가기 위해선 침투와 총질에 조예가 깊은 백인용병 출신 아처의 도움이 절실하다. 아처는 다이아몬드를 처분한 돈이 있어야 지긋지긋한 아프리카를 영원히 떠날 수 있다. 그러나 그 역시 혼자 힘으로는 반군지역을 돌파할 자신이 없다. 국제여론을 의식하는 반군을 막기 위해선 ‘미국 유력지 기자’라는 바람막이가 절실하다. 보웬 역시 아처의 협력 없이는 다이아몬드 밀거래의 생생한 정보와 증거를 취재할 수 없다. 세 사람 사이에 각자의 목적을 위한 ‘시장의 거래’가 이뤄진 셈이다.

그들의 거래에는 아담 스미스가 주창했다는 ‘보이지 않는 손(invisible hand)’이 존재하는 듯하다. 현대경제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아담 스미스는 「도덕감정론(1759)」과 「국부론(1776)」에서 이렇게 소개한다. “교역과 교환을 통해 개인적 이득이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자동적으로 전체의 이득으로 조율된다.”

▲ 경제학자 조세프 스티글리츠는 시장경제의 불완전성과 위험성을 경고했다.[사진=더스쿠프 포토]
영화에서도 밴디와 아처, 보웬 기자는 시장에서 그들의 능력을 교환하고 거래한다. 거래를 통해 밴디는 원하는 아들을 되찾고, 아처는 목돈을 쥐고 아프리카를 떠날 수 있을 것이며, 보웬 기자는 기자로서의 명성을 드높일 수 있다. 하지만 똑같이 핑크 다이아몬드를 원한 반군은 이들 ‘삼인조’와 달리 비극을 맞는다. 반군대장 ‘쁘아종’과 그의 부대원, 전직 남아프리카 공화국 외인부대 대장 코트지 대령은 아처의 손에 속절없이 죽어나간다. 교환에 참여한 3인은 ‘공동선共同善’을 달성할지 모르지만 교환에 참여하지 않은 이들은 철저히 공동선에서 배제된다.

2001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이기도 한 경제학자 조세프 스티글리츠(Joseph E. Stiglitz)는 “‘보이지 않는 손’이 보이지 않는 진정한 이유는 종종 그것이 시장에 없어서”라고 말했다. 시장경제의 불완전성과 위험성을 경고한 거다. 시장에서 이뤄지는 특정인들의 교환과 거래의 결과가 다른 사람들의 희생과 피해로 귀결되지 않기 위해서는 아담 스미스가 말한 막연한 ‘보이지 않는 손’에 시장을 맡겨 놓을 게 아니라 ‘국가’라는 ‘보이지 않는 손’이 감시하고 규제해야 한다는 얘기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사람이 사적私的 이익의 극대화를 위해 자신들의 능력을 교환하고 거래한다. 그것을 통해 그들의 목표가 성취될지 모르겠지만 거래에 참여하지 않은 사람들의 이익은 어찌 되어가고 있는 걸까. ‘국가’의 진정한 ‘보이지 않는 손’이 그들을 보호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김상회 육영교육문화 연구원장 sahngwhekim5353@gmail.com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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