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석훈 경제수석의 패착

강석훈 청와대 경제수석.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과 함께 근혜노믹스의 설계자로 꼽힌다. 2007년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교사’ 시절부터 현재까지 박근혜 정권의 경제정책 전반을 다루고 있다는 건데, 임기를 1년 남긴 현재 근혜노믹스의 평가는 어떨까. 결과에 따라 강석훈 수석의 평가도 엇갈릴 공산이 크다.

▲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캠프의 정책위원을 맡았던 강석훈 청와대 경제수석은 근혜노믹스의 실질적 설계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사진=뉴시스]
지금으로부터 6개월 전인 5월 15일. 공석이 된 청와대 경제수석 자리에 강석훈(새누리당) 의원이 앉았다. 이전 경제수석이던 안종범 수석이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에 임명되면서 생긴 빈자리였다. 강 수석이 안종범 당시 정책조정수석,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함께 박근혜 정부의 후반기 경제정책을 이끌 인물로 낙점됐을 때, ‘적임자가 자리를 맡았다’는 평가가 많았다.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의 캠프에서 안종범 수석과 함께 경제 공약 전반을 설계한 주인공이 강 수석이었기 때문이다. 강 수석은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과 함께 위스콘신 3인방(정계내 위스콘신 매디슨 대학 동문)으로 꼽힌다. 일찍이 안 수석과 함께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 교사’ 역할을 맡았다.

2012년 18대 대통령 선거 때는 박근혜 캠프에서 정책위원을 맡았고, 박 대통령이 당선되자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국정기획조정분과 인수위원을 역임했다.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청와대와 당의 통로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성신여대(경제학) 교수였던 강 수석은 전형적인 시장주의자다. 공정경쟁을 위해 정부의 개입을 최소화하고 시장주도의 성장을 최우선으로 꼽는다. 근혜노믹스에는 그의 생각이 적지 않게 반영돼 있다.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캠프에서 내놓은 경제 공약의 핵심 키워드는 ‘경제민주화’ ‘창조경제’ ‘사회적 대타협’이었다. “창조경제를 통해 저성장 국면을 돌파하고 새 시장 새 일자리 창출한다. 원칙이 바로 잡힌 공정경쟁 자본주의를 실현한다. 세금 줄이고, 규제 풀고, 법질서 세운다(줄ㆍ푸세). 노정 대타협을 통해 고용률을 높인다.”

공약을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 실행계획은 다음과 같았다. “IT, 문화, 서비스 산업에 투자를 늘려 창조경제를 실현해 일자리 늘리고, 정년 60세로 연장해고요건 강화일방적 구조조정 철폐해 일자리 지키고, 장시간 근로 관행 개혁정규직 전환 확대비정규직 차별 없애 노동자 삶의 질 올린다(일명 ‘일자리 늘오’ 플랜). 18조원 규모의 국민행복기금을 만들어 가계부채를 해결해 내수 경제를 살린다. 농어촌 지역의 강소기업을 신성장동력으로 키운다.”

근혜노믹스 밑그림 그린 주인공

그렇다면 박근혜 정권이 들어서고 4년이 흐른 지금 근혜노믹스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을까. 달성했거나 달성할 가능성이 높다면 강 수석의 철학이 세상과 통했다는 뜻이다.  먼저 ‘시장질서’가 공정하게 지켜졌는지 살펴보자.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30대 기업집단(자산 기준) 내 당기순이익 비중 통계를 살펴보면, 2011년 58.3%였던 상위권 그룹(1~4위)은 2014년 90.1%까지 치솟았다. 반면 하위권 그룹(11~30위)은 17.5%에서 2.6%로 급감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곳간 차이는 더 벌어졌다. 한국거래소와 CEO스코어에 따르면 2014년 대기업(자본금 1000억원 이상)의 사내유보율은 평균 940.0%, 중소기업(자본금 500억원 미만)의 사내유보율은 -91.9%, 10대 대기업(자산 기준)은 1734.0%였다. 경제 전문가들이 저마다 우리나라 경제의 가장 심각한 문제로 ‘대기업 경제력 집중 현상’을 꼽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근혜노믹스의 근간인 ‘공정한 시장질서’가 제대로 잡히지 않은 셈이다.

상황이 이러니 2014년 근혜노믹스의 핵심 정책인 ‘경제혁신 3개년 계획(474비전)’도 달성할리 없었다. 2017년까지 경제성장률 4%대, 고용률 70%, 국민소득 4만 달러를 달성하겠다던 비전은 현재 각각 2%대, 65.3%, 2만8000달러에 머물러 있다. 이런 결과를 두고 ‘어느 정도 예상한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과거 몇차례의 토론회에서 강 수석을 대면했던 권오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제정책팀장은 “그는 친기업적 성향이 강한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근혜노믹스가 ‘경제민주화’ ‘사회적 대타협’으로 포장돼 있지만 강 수석의 철학은 결국 ‘친기업’이라는 주장이다.

“현재 경제 상황엔 친기업적 정책이 맞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기업 성장을 통해 세수를 확보하겠다고 했지만 결국 소득세의 비중만 높아졌다. 강 수석이 19대 국회의원이었을 때 대표 발의하고 현재 입법 추진하고 있는 규제프리존 특별법도 결국 그의 친기업적 성향과 맞닿아 있다.”

친기업 성향 양극화 불렀나

최정표 건국대(경제학) 교수는 “지금은 성장보다 체질 개선이 중요한 시기다”면서 기업의 성장 위주의 정책을 꼬집었다. 그는 “사실 학자들은 현실을 잘 모른다”면서 “해외처럼 시장전문가나 경영자 출신 인사들이 자리를 맡는 게 나을 수 있다”고 말했다.
유능한 학자라는 평을 들었던 강 수석의 정책은 아직까지 뚜렷한 족적을 남기지 못하고 있다. 물론 근혜노믹스의 신통치 않은 결과가 강 수석의 실패라고 단정하긴 어렵다. 하지만 근혜노믹스의 밑그림을 강 수석이 그렸다는 점에서 책임을 완전히 면할 수도 없다. 근혜노믹스가 막을 내리는 2018년, 그는 어떤 성적표를 들고 있을까.
고준영 더스쿠프 기자 shamandn2@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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