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최대 실적 올린 권오준 포스코 회장

권오준(66) 포스코 회장이 4년 만에 ‘분기 영업이익 1조원 클럽’ 복귀에 성공했다. 3분기 영업이익이 1조342억원으로 임기 중 최대 실적을 올린 것. 지난해 포스코 사상 처음으로 적자를 내 체면을 구겼던 그가 이젠 웃게 됐다. 뚝심 있게 밀어붙인 구조조정과 고부가가치강鋼 판매 확대 전략 등이 효과를 봤다. 이런 호재를 업고 과연 그가 내년 3월 연임에 성공할지 주목된다.

▲ 권오준 회장이 3분기 최대 실적을 올린 가운데 연임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사진=뉴시스]
지난 1월 29일 오후 4시. 권오준 회장은 47년 포스코 역사에서 처음 겪는 굴욕의 순간을 감내해야만 했다. 당시 그는 “지난해(2015년) 적자(961억원)를 냈다. 책임을 통감한다”며 머리를 조아렸다.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가진 기업설명회(IR) 자리에서였다. 취임 후 2년 동안 ‘백 투 더 철강 본업’을 외치며 경영개선과 구조조정에 전력을 기울였지만 사상 초유의 적자로 곤욕을 치러야만 했다.

그랬던 그의 상황이 이젠 달라졌다. 1ㆍ2분기에 그런대로 안타를 치더니 3분기 들어선 홈런을 친 것이다. 포스코는 지난 10월 26일 기업설명회를 통해 3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1조342억원으로 1조원대를 돌파했다고 발표했다. 2012년 3분기 이후 4년 만에 ‘분기 영업이익 1조 클럽 복귀’라는 기분 좋은 소식을 전한 것이다. 매출 12조7475억원에 영업이익 1조342억원, 순이익 4755억원이란 기록은 시장의 예상을 훌쩍 뛰어넘은 어닝 스프라이즈였다. 권 회장 취임 이래 최대 분기 실적이기도 했다.

2014년 3월 취임한 권 회장은 그해 매출 65조984억원, 영업이익 3조2135억원, 순이익 5566억원의 실적을 올렸다. 하지만 임기 2년차인 지난해엔 매출 58조1923억원, 영업이익 2조4100억원, 순손실 961억원이란 오점을 남겼다. 전년보다 매출(-11%)과 영업이익(-25%)이 크게 후퇴하고 적자(당기순손실)까지 났다. 글로벌 철강시황 부진, 중국의 저가 공세, 미흡한 구조조정, 해외사업 부진 등에 발목이 잡힌 결과였다. 정통 엔지니어 출신인 권 회장의 경영 능력을 의심하는 분위기까지 생겨났다.

하지만 올 들어 실적 개선 및 구조조정의 고삐를 바짝 죈 끝에 연결기준 1~3분기 누계 매출 38조661억원, 영업이익 2조3725억원, 당기순익 1조344억원이란 호 실적을 거둔 것이다. 지난해 1~3분기 대비 매출은 14% 줄었지만 영업이익이 15% 상당 증가했고, 무엇보다 흑자 전환을 이뤄냈다.

시장에서는 ‘미스터(Mr) 구조조정 권오준’의 선제적 구조조정과 월드프리미엄(WP) 제품 판매 및 솔루션 마케팅 확대 노력이 먹혀든 결과라는 반응이 나왔다. 권 회장의 트레이드마크는 뭐니 뭐니 해도 ‘구조조정’이다. 공룡처럼 커져 비틀거리는 국민기업 포스코를 되살리기 위해 ‘철강 본업인 포스코 빼고는 다 정리한다’는 각오로 구조조정에 매달렸다. 재무건전성 회복이 발등에 떨어진 불이었기 때문.
그는 취임 이래 54개 계열사와 44건의 자산을 정리 또는 매각해 총 98건의 구조조정을 완료했다. 올 4분기에 24건, 내년 27건의 계열사 및 자산 구조조정도 계속 추진할 계획이다. 최근 그는 “구조조정과 관련해 아직 할 일이 많다”고 말했다. 지난 8월엔 “구조조정 목표를 60% 정도 달성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권오준식 구조조정 통하고 있나

월드프리미엄(WP) 제품 판매 및 솔루션마케팅 확대 전략은 권 회장이 엔지니어 출신이었기에 가능한 차별화 전략이었다. 평소 그는 글로벌 통상 마찰과 높은 관세부과 등 돌발 위기에 대응하려면 “포스코만 만들 수 있는 제품 판매를 늘려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WP 제품이란 세계에서 포스코가 단독 생산할 수 있는 월드퍼스트(WF), 기술력과 경제성을 갖춘 월드베스트(WB), 고객 선호도와 영업이익률이 높은 월드모스트(WM) 제품을 뜻한다. 시황에 민감해 수익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일반 철강재와는 달리 영업이익률 15~20%를 꾸준히 내주는 수익성 높은 강종鋼種이다.

그중 하나가 ‘기가 스틸(Giga steel)’이다. 무게는 가볍지만 강도는 높은 초고강도 강재인데 자동차 업계의 차체 경량화 트렌드에 맞춰 이를 선제적으로 개발하고 시장 선점에 나선 것. 수익성이 좋은 월드프리미엄(WP) 제품 판매 비중이 48%로 높아지면서 포스코 전체의 실적도 개선됐다. 그 결과 연결기준 부채비율이 9월 말 기준 70.4%로 낮아졌다. 최근 국제 신용평가사인 무디스(Moody's)가 포스코의 등급(Baa2) 전망을 ‘부정적’에서 ‘안정적’으로 상향조정한 것도 3분기 ‘어닝서프라이즈’의 영향이 컸다. 포스코의 발목을 잡았던 해외 법인들의 실적 개선도 실적 호전에 일정 부분 기여했다.

솔루션 마케팅 노력도 성과에 기여했다. 권 회장은 지난 1일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포스코 글로벌 EVI포럼 2016’에서 “포스코는 고객에게 철강 공급사를 넘어 솔루션 파트너가 되고자 노력한다”고 말했다. 슈퍼 갑의 철강 공급사가 아니라 고객 눈높이에 맞춘 솔루션 파트너로 재탄생하겠다는 뜻이다. 안 그래도 그는 임기 내내 윤리경영을 내세우며 갑의 문화 근절을 강조해 왔다. 이 부분에 대한 성과는 좀 더 지켜봐야 알 것 같다.

1ㆍ2분기에 이은 3분기 호실적이 주목을 받는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그것은 권 회장이 3년 임기를 불과 5개월 앞두고 있다는 점이다. 내년 3월이 임기 만료인데 연임될지 말지가  큰 관심사로 떠오른 것. 포스코 역사를 보면 임기 3년차 4분기쯤 되면 어김없이 회장 연임 문제가 부각된다. 이번 3분기 어닝스프라이즈는 그런 면에서 권 회장에게 큰 호재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글로벌 철강 시황이 무척 나쁜데 이 정도면 선방했다’는 평가와 ‘경영 능력이 기대에는 못 미친다’는 평가가 혼재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권 회장 전임이었던 정준양, 이구택 회장의 경우 이런저런 이유로 공격을 받긴 했지만 둘 다 연임은 했다. 국내 8위의 기업집단(2016년 공기업 포함)이자 국민기업인 포스코의 경영 안정을 위해 두 번씩 기회를 준 셈. 이런 가운데 포스코 회장직은 유독 정치의 영향을 많이 받는 자리로 인식돼 왔다.

2006년 포스코 정관에 CEO 후보추천위원회를 두고 투명하고 독립적으로 회장을 선임한다고 규정했지만 이를 믿는 사람은 별로 없다. 매번 정치권이나 정부 입김이 작용해 새로운 회장이 점지되고 전임들은 새 정부에 의해 공격을 받는 일이 반복됐다. 포스코가 민영화됐다지만 CEO 선임에 관한 한 역사가 별로 진전되지 못했다.

실적 호조, 연임 가능성 ‘솔솔’

요즘 정국이 요동치고 있어 모처럼 좋은 실적을 낸 권 회장의 연임 가도에 새로운 안개가 낀 느낌이다. 연임과 관련된 최근 질문에 그는 “이사회에서 결정할 일이라 나는 알 수 없다”며 즉답을 피했다. 하지만 포스코 주변에서는 권 회장 연임설이 솔솔 흘러나오고 있다.

그가 단임에 그칠 경우 사내이사인 김진일 사장, 오인환 부사장, 최정우 부사장, 이영훈 포스코컴텍 사장 등이 후보가 될 수 있다는 얘기도 돌고 있다. 황은연 사장과 한덕수 전 총리도 입에 오르고 있다. 구조조정 완결과 계속적인 실적 개선, 새로운 포스코 문화 정착 등을 이유로 한 번 더 권 회장에게 기회가 주어질지 주목된다.
성태원 더스쿠프 대기자 lexlover@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