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필수의 Clean Car Talk

▲ 전기차 보급을 늘리려면 그에 맞는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사진=뉴시스]
탄소배출권, 온실가스를 배출할 수 있는 권리다. 자동차 산업에도 있다. 친환경차를 판매하면 그만큼 내연기관차를 팔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식이다. 최근 환경부가 수소차 1대에 주는 가점을 3대에서 5대로 늘렸다. 친환경차 보급을 장려한다는 측면에선 반길 일이다. 다만 정책적 지원이 수소차에서 그친 점은 아쉽다. 자동차 산업의 중심축으로 떠오르는 건 전기차인데, 수소차만 지원하는 건 현실적이지 않다.

수소차는 궁극의 친환경차다. 기본 원소인 수소와 산소가 결합해 생성된 에너지를 동력으로 하는 데다, 오직 물만 배출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소차를 상용화하기에는 풀어야 할 과제가 아직 많다. 수소 에너지를 만들고 운반하고, 저장하고, 보관하는 단계 곳곳에 빈틈이 많다는 거다.

게다가 수소차는 화학제품에서 발생하는 부생수소(부산물로 발생하는 수소)를 이용하고 있어 환경적인 측면에서 완벽하다고 보기에도 무리가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자동차 자체의 완성도도 중요하지만 관련 인프라와 제도적 기반이 열악하다는 점은 수소차의 약점 중 하나다.

자동차 산업의 흐름을 바꿀 주역으로 전기차가 1순위로 꼽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전세계적으로 환경 규제가 강화되면서 친환경차의 개발과 보급은 필수요소가 됐다. 현재 개발ㆍ보급 중인 친환경차는 전기차, 하이브리드, 수소차 등이 있는데, 무공해성과 보급 가능성을 따졌을 때 전기차가 자동차 산업의 주류로 떠오를 것이라는 데엔 이견이 거의 없다.

지난 10월 열린 파리모터쇼에서는 전기차가 대세였고, 최근엔 1~2인승 초소형 전기차인 ‘마이크로 모빌리티’가 등장하면서 이동수단을 폭을 넓히고 있다. 이런 흐름은 2~3년 이내에 전기차가 자동차 산업의 중심축으로 자리를 잡을 것이라는 전망에 힘을 보태고 있다. 기업들의 움직임도 마찬가지다.

미국 IT기업인 구글 등은 자동차 산업 진출에 힘을 쏟고 있다. 삼성전자는 전기차 판매량 세계 1위 기업인 비야디(BYD중국)에 5000억원 규모의 지분을 투자하고, 지난해 말엔 전장사업부를 신설했다. LG그룹은 수년전에 이미 자동차 부품 사업에 진출했다. 전기차 산업의 파급력과 성장 가능성이 그만큼 높다는 방증이다.

실제로 노르웨이는 2025년부터 내연기관차 판매를 중지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다른 몇몇 유럽국가도 내연기관차 판매중지를 고려하고 있을 정도로 친환경차를 향한 관심은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행보도 다르지 않다. 전기차 산업을 미래의 중점 육성 산업으로 선정하고 전기차 개발과 보급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분명히 반길 일이다. 하지만 능동적이고 선제적인 정책이 부족하다는 점은 꼬집어야 한다. 국가적 차원에서의 전기차 보급 촉진책이 없어 주변국들에 비해 뒤처지고 있다는 거다.

일례로 온실가스 배출량 산정 시 친환경차에 부여하는 인정대수를 수소차만 상향조정한 건 아쉬움이 크다. 미국과 유럽, 중국 등은 전기차와 수소차에 동일한 가점을 부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은 전기차 1대에 온실가스 배출 산정 시 가점으로 5대를 인정하고 있다.

전기차도 가점 높여야

이런 정책적 배려는 완성차 업체에 전기차 개발에 대한 동기를 고취할 수 있다. 정부의 재정 소요 없이 대對전기차 투자와 전기차 보급률을 확대할 수 있는 강력한 유인책인 셈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전기차 소유자에 대한 인센티브가 부족해 전기차 구매 욕구가 약하다. 이 때문에 완성차 업체에도 전기차 판매를 이끌어내는 동기부여가 필요하다는 거다.

전기차로 인해 새롭게 재편된 자동차 산업은 고용을 창출하고 경제 성장을 주도할 가능성이 높다. 전기차가 미세먼지 문제를 푸는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도 있다. 정부의 선제적인 정책수립으로 한국형 전기차 보급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는 이유다. 지금이 그 시점이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 autoculture@hanmail.net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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