닮은꼴 조선과 한국, 썩은 기득권의 나라
닮은꼴 조선과 한국, 썩은 기득권의 나라
  • 노미정 기자
  • 호수 215
  • 승인 2016.11.14 09: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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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주의 책 이야기「조선은 왜 무너졌는가」

대한민국으로 이어진 조선의 고질병

1388년, 고려 우왕과 최영 장군의 명령을 받아 5만 군사를 이끌고 요동정벌에 나선 이성계. 그는 압록강 하류에 있는 위화도에서 회군을 결심했다. 며칠째 쏟아지는 장대비에 군사들은 지쳐있었고, 이런 상황에서 전쟁을 치르는 건 불가능하다는 판단에서였다. 왕과 상관의 명령에 불복한 거다. 고려판 쿠데타를 주도한 이성계는 우왕에서 공양왕으로 왕을 교체하고, 최영 장군을 없앴다. 새로운 사회를 갈망하던 신진사대부와 손잡고 고려 개혁에 나섰다.

이들이 가장 먼저 시행한 개혁은 과전법이다. 수탈을 일삼던 지배세력인 권문세족의 토지를 빼앗아 신진 관료들에게 고르게 분배한 것이다. 또한 문란했던 조세 제도를 개혁해 농민생활도 안정시켰다. 그리고 1392년 마침내 고려를 무너뜨리고 새 나라 조선을 건국해 성리학을 통치이념으로 삼고, 새로운 토지·조세제도를 시행했다. 하지만 이론적으로 탄탄한 기반 위에 세워진 조선의 역사도 500년을 끝으로 막을 내리고 말았다.

조선은 왜 무너졌을까? 노동부 차관을 지낸 정병석 한양대 교수는 오랜 연구 끝에 ‘제도’에서 원인을 찾았다. 그는 저서 「조선은 왜 무너졌는가」를 통해 “신분·조세·관료·정치제도 등 사회를 옭아맨 각종 공식적 제도에 성리학이라는 비공식적 제도가 덧붙여지면서 조선이 위기에 빠졌다”고 주장한다.

조선은 중기를 지나 후기로 갈수록, 대부분의 제도가 폐쇄적·착취적으로 변질됐다. 예를 들어 조선 초기엔 과거시험에 양인(천민을 제외한 모든 계층)이라면 누구든 응시할 수 있었지만 점차 상인·장인·서얼에게는 기회가 돌아가지 않았다. 게다가 시험의 내용이 유교 경전 위주였음에도 평민들에게는 서적을 유통시키지 않아 공부를 할 수 없는 환경을 만들었다. 그 결과, 정부는 양반 사대부 출신의 관료로 구성됐고, 백성의 목소리는 반영될 수 없었다.

문제는 이런 선택이 조선을 ‘부패의 왕조’로 전락시켰다는 점이다. 고위 관료들은 하급 관료들에게 금품을 요구했고, 하급 관료들은 백성의 물품을 수탈했다. 부정·부패는 임진왜란 이후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전쟁의 책임을 인정한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저자는 “임진왜란~병자호란 30년 이상의 기간에 위기를 초래한 원인을 찾아내고 혁신을 꾀했더라면 조선이 존망의 위기를 겪지 않았을지 모른다”고 성토했다.

저자가 조선의 흥망성쇠를 ‘제도’에서 찾은 이유는 오늘날 대한민국의 현실 때문이다. 그는 조선의 역사가 현재의 대한민국을 비추는 거울이라고 말한다. 정 교수에 따르면 법을 존중하지 않는 문화, 불합리한 기득권, 배타적인 태도, 불공정한 노동 시장과 임금 격차 등 우리사회가 안고 있는 고질적 병폐는 대부분 조선시대 때 존재했던 것들이다. 이 때문에 저자는 조선의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대한민국의 제도를 대대적으로 점검하고 재정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조선은 부패한 기득권층이 만든 불공정한 제도와 폐쇄적인 정치 때문에 망했다. 고려 망국의 역사를 반복한 셈이다. 경제·사회제도가 특정인의 이익을 보장하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해 버린 지금. “진짜 국민을 위한 제도가 무엇인지 꼼꼼하게 되짚어봐야 한다”는 저자의 말이 공감을 받는 이유다. 

세가지 스토리

「편의점 인간」
무라타 사야카 지음 | 살림 펴냄

18년째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작가 무라타 사야카의 자전적 소설이다. 저자는 모태솔로에 대학 졸업 후 취직 한번 못 해보고 18년째 같은 편의점에서 알바를 하고 있는 주인공 후루쿠라 게이코를 통해 정상과 비성장의 경계를 무엇으로 구분하고 정의할 것인지를 묻는다. 일본에서 가장 권위 있는 순수문학상 ‘아쿠타가와상’의 올해 수상작이다.

「문화적 냉전」
프랜시스 스토너 손더스 지음 | 그린비 펴냄

심리학적 관점에서 냉전시대를 다룬 역사서다. 이 시기, 문화적 헤게모니를 둘러싼 싸움에 지식인들이 어떻게 동원되고 활용됐는지, 지식인 당사자들은 그런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였는지를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면밀하게 살폈다. 영국 출신의 저널리스트 프랜시스 스토너 손더스가 풍부한 사료와 인터뷰를 통해 냉전의 암막 뒤를 흥미진진하게 풀어낸다.

「시국선언」
민주공화국 주권자 지음 | 스리체어스 펴냄

최근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 실세로 지목된 최순실씨가 국정 전반에 깊숙이 개입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온 나라에서 시국선언과 집회가 쏟아지고 있다.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은 물론, 대통령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점점 커지고 있다. 2016년 초겨울, 들불처럼 번진 민주공화국 주권자들의 시국선언을 한데 모았다. 대한민국 헌법 제1조의 의미가 강렬하게 다가온다.
노미정 더스쿠프 기자 noet85@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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