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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걸의 有口有言] “그게 뭐든 최악의 시나리오 짜라”블랙스완 트럼프
[215호] 2016년 11월 15일 (화) 06:37:30
윤영걸 부회장 yunyeong0909@thescoop.co.kr

   
▲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에 취임하면 그의 공약이 후퇴할 것으로 기대하는 관측이 많다. 대책 없는 낙관주의다.[사진=뉴시스]
사람들은 으레 백조하면 흰색을 생각한다.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어떤 것이라는 은유적인 표현으로 블랙스완(검은 백조)이라는 말을 쓰기도 한다. 그러나 17세기 한 생태학자가 호주에 살고 있는 검은 백조를 발견하자 ‘불가능하다고 인식된 상황이 실제 발생하는 것’이란 의미로 바뀌었다. 월가 투자전문가인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는 「블랙스완」이라는 책에서 예측하지 못한 사태가 발생하면 극심한 충격을 동반한다며 서브프라임 모기지, 구글의 성공, 9·11 테러 등을 예로 들었다.

미국 45대 대통령에 당선된 트럼프는 대부분의 여론조사 예측을 빗나가게 했다는 점에서 검은 백조에 가깝다. 트럼프가 외치는 개혁과 변화가 미국은 물론 국제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몰라 전 세계가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밖에 나가있는 미군을 철수시켜 동맹국들이 더이상 미국 안보 우산에 무임승차하지 못하게 하고, 각종 비관세 장벽과 통상편법에 극단적 보호무역주의로 대응하자는 트럼프의 주장은 세계 안보와 무역질서의 대변혁을 예고한다.

트럼프는 타고난 사업가다. 뛰어난 장사치 감각으로 백인 저학력층을 집중 공략하는 전략으로 대통령 자리를 거머쥐었다. 그는 백인 중산층 이하에 중국 등에 빼앗긴 일자리를 찾아준다고 점수를 땄으니 그걸 실행에 옮겨야 한다. 트럼프는 미국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 A)에서 완전히 속은 것처럼 지적하며 재협상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FTA를 수정하는 것은 의회의 동의가 필요 없다. 일본 노무라증권은 아시아수출국 중에서 한국이 트럼프 공약이행에 따른 충격을 가장 크게 받아 내년 한국성장률이 1.5%로 낮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경제보다 안보가 더 걱정이다. 트럼프의 등장은 각자도생의 시대를 예고한다. 남의 나라에 안보를 의존하는 한국의 국방구조를 뜯어고쳐야 한다. 방산비리가 끊임없이 터져 나오는 것은 미국이 한국을 지켜준다는 의타심 때문이다. 미국 일변도 안보정책에서 벗어나야 하고, 중국·일본과의 관계도 변화시켜야 한다. 트럼프의 공약이 실행에 옮겨진다면 ‘한미동맹 뼈대’가 흔들리는 와중에 전시작전권의 완전한 전환이 서둘러 마무리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트럼프가 일단 북한과 대화에 나설 것으로 보이지만, 북한이 갑자기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등을 발사한다면 ‘지구에서 없애버리겠다’고 나설 수도 있다. 끔찍한 상상이지만, 어쩌면 머지않은 시간에 우리 의지완 관계없이 미국과 북한의 전쟁을 목도하고, 불가피하게 참여해야 할지 모른다.

트럼프는 단순명료하다. 비즈니스 세계에서 일방적인 시혜는 없다. “남에게 대접받고자 하는 대로 너희도 남을 대접하라”는 황금률처럼 “내가 당신에게 해주는 만큼 나에게 해달라”고 요구할 것이다. 트럼프 시대의 한미관계 금과옥조金科玉條는 호혜평등의 원칙이다. ‘미국인 일자리를 뺏는다’는 한미 FTA, ‘적절한 비용을 분담하지 않으면 스스로 방어해야 한다’는 주한미군 문제, ‘오바마가 8년간 무기력하게 바라보기만 했다’는 북핵 등 모든 게 손익계산의 대상이다.

대통령에 취임하면 그의 공약이 후퇴할 것으로 보는 기대 섞인 관측이 적지 않다. 격동기에 제일 위험한 사람은 ‘대책 없는’ 낙관주의자들이다. ‘검은 백조’가 나타났다고 생각하고 비관적인 관점에서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해야 한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Brexit) 국민투표와 유럽민족주의 부상에 뒤이은 트럼프 승리는 기득권자에 대한 적대감의 표출이다. 자칫 서방해체의 신호탄이 돼 혼돈의 길로 이끌 수 있다. ‘분노의 시대’를 맞아 세계각국이 치열한 살아남기 경쟁을 벌이고, 변신을 모색하는데 한국의 지도자들은 안타깝게도 시대변화의 코드를 읽지 못하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국가 위기 속에서 대통령은 식물상태이고, 여당은 무능과 지리멸렬, 야당은 무책임한 정략에만 빠져있다. 대통령과 연루된 ‘최순실 게이트’로 국민들은 들끓고 있는데, 삼각파도를 헤쳐나가야 할 선장은 보이질 않는다. 트럼프 시대 한미 관계는 암초가 도사린 바다와 같다. 잘만 헤쳐 나가면 새로운 도약의 계기가 될 수 있다.

미래는 시작됐고, 미래를 캐내려는 노력은 계속됐지만, 누구도 미래를 알 수 없다. “자기가 보는 것이 무엇인지 모른 채 막연히 바라보는 사람, 자기가 어디에 서있는지 모른 채 우두커니 서있는 사람, 그들은 불행하다.” 탈무드에 나오는 말이다.
윤영걸 더스쿠프 부회장
yunyeong0909@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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