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수사팀의 현주소

2009년 5월 23일, 박연차 게이트 관련 비리 의혹에 휩싸였던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했다. 그로부터 7년 후 당시 수사를 담당했던 세명의 검사는 각종 비리 의혹을 받고 있다. 그 중 한명은 구속됐고, 한명은 비선실세 파문의 중심에 서있다. 한사람을 죽음으로 몰고 간 그들은 현재 자신을 둘러싼 의혹을 두고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 2009년 노무현 대통령을 수사했던 세명의 검사는 현재 각종 비리 의혹을 받고 있다.[사진=뉴시스]

“결국은 다 내 책임이다 … 나는 오래 정치를 하면서 단련이 됐지만, 가족들은 단련시키지 못했다.”(문재인 저서 「운명」에서 인용) 2009년 자신의 가족과 측근이 박연차 게이트에 연루되자 고故 노무현 대통령은 이같이 말했다고 한다.

참여정부의 청와대 비서실장이자 노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던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노 대통령을 “결벽증이라고 할 만큼 자신에게 가혹했던 사람”이라고 평했다. 자신과 가장 가까운 사람들이 비리에 연루됐을 때, 그의 심경이 얼마나 참혹했을지 짐작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2009년 4월 30일 첫 소환조사를 시작으로 약 33일간 이어진 노 대통령의 수사는 여론몰이를 통한 모욕과 압박으로 점철된 정치재판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당시에도 검찰은 이미 피의사실을 과잉 공표했다는 질타를 받았다.

또한, 수사 이후 혐의를 입증할만한 증거가 없음에도 후속 신병처리를 하지 않은 채 시간을 끌면서 ‘논두렁 명품시계 사건’ 등 언론플레이를 지속했다. 노 대통령의 강직한 성향과 검찰의 지독한 수사는 노 대통령으로 하여금 모멸감을 견디지 못하고 비극적인 결말을 선택할 수밖에 없게 만든 결정적인 이유였다.[※참고: 권양숙 여사가 뇌물로 받은 명품시계를 봉하마을 논두렁에 버렸다는 의혹은 국정원에서 만들어낸 거짓 정보로 밝혀졌다.]

7년여의 시간이 지난 지금 노무현 대통령 수사가 재조명을 받고 있다. 당시 수사를 맡았던 주요 검사들이 현재 여론을 뜨겁게 달구고 있어서다. 수사팀의 핵심인물은 이인규 당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 홍만표 당시 대검찰청 수사기획관, 우병우 당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1과장이다.

이인규 중수부장이 진두지휘하고 홍만표 수사기획관이 언론브리핑, 우병우 중수1과장이 신문을 맡았다. 노 대통령의 비리 의혹을 수사했던 이들은 현재 각종 비리 의혹에 휩싸여 있다. 일부에서는 법조비리의 온상이라는 극단적인 표현도 나온다.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건 당시 중수1과장이었던 우병우 전 민정수석이다. 우 전 수석은 검사장 승진에 실패한 이후 청와대에 입성했는데, 비리 의혹은 이때를 기점으로 본격적으로 불거져 나온다. 정윤회 게이트 수사개입, 도나도나 사건 몰래 변론, 진경준-김정준 커넥션, 가족회사 자산 유용, 아들 의경 특혜 등 각종 의혹이 쏟아지고 있다.

가장 최근엔 차은택 관련 정보를 보고 받고도 수수방관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특히 우 전 수석은 2004년에도 과도한 수사로 인해 안상영 당시 부산시장을 죽음으로 몰고 갔다는 질타를 받은 바 있어, 노 대통령의 죽음에도 큰 영향을 미쳤을 거라는 지적이 나온다.

홍만표 당시 수사기획관도 여론을 뜨겁게 달궜다. 진경준 전 검사장과 함께 올해 구속된 검사장 출신 두명 중 한명이다. 홍만표 변호사의 덜미를 잡은 건 정운호 게이트지만 이밖에도 솔로몬 저축은행 사태, 동양사태, 도나도나 사건, 일광공영 방산 비리 등 굵직한 사건을 거액의 수임료를 받고 ‘몰래 변론’ 했다는 의혹과 탈세 문제 등이 쏟아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전관예우 논란도 불거졌다. 이인규 전 중수부장도 다르지 않다. 노 대통령 서거 이후 검사직에서 물러난 이 변호사는 부산저축은행 사건을 거액의 수임료를 받고 변호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노 대통령 비리 의혹 수사의 선두에 섰던 세 검사 가운데 현재 한명은 구속됐고, 한명은 수사를 받고 있으며, 나머지 한명은 의혹에 시달렸다. 이렇다할 증거도 없이 노 대통령을 비리 대통령으로 몰아붙인 당시 수사팀은 현재 자신들을 둘러싼 의혹을 두고 과연 얼마나 떳떳할까.
고준영 더스쿠프 기자 shamandn2@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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