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장거는 세계 각국 경제 ‘옴짝달싹’
빗장거는 세계 각국 경제 ‘옴짝달싹’
  • 강서구 기자
  • 호수 215
  • 승인 2016.11.16 08: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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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산되는 보호무역
▲ 글로벌 경기침체가 장기화 되면서 전세계적으로 보호무역주의가 확산되고 있다.[사진=뉴시스]

글로벌 자유무역주의가 흔들리고 있다.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세계 각국이 자국 산업 보호에 나서고 있어서다. 게다가 미국의 45대 대통령으로 당선된 도널드 트럼프가 공개적으로 보호무역주의를 표방하면서 이런 흐름이 더욱 강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등장했다. 무역의존도가 90%에 달하는 한국 경제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자칫 세계 각국의 빗장에 한국경제가 옴짝달싹도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지도 모른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ㆍBrexit)로 표면화된 보호무역ㆍ국수주의의 바람이 더욱 거세질 수 있다는 우려가 등장하고 있다. 미국의 45대 대통령에 당선된 도널드 트럼프가 공약으로 내건 게 자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보호무역정책이기 때문이다. 물론 힐러리 클린턴도 보호무역을 강화하려 한 건 사실이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TP)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트럼프의 공약이 클린턴보다 더 극단적인 보호무역주의와 자국중심정책이라는 점이다.

트럼프는 선거 기간 내내 강력한 보호무역을 펼칠 것을 시사했다.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을 향해선 “일자리 10만개가 사라진 재앙”이라고 비판했고,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은 “역사상 최악의 협정”으로 규정하면서 탈퇴하거나 재협상하겠다는 주장을 펼쳤다. 더 나가 중국과 멕시코에는 각각 45.0%, 35.0%의 징벌적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공약도 내놨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본부장은 “트럼프의 공약은 기존의 FTA를 전면 재검토하는 등 수준이 과하다”면서 “이 공약이 실현되면 글로벌 무역장벽 확대, 교역량 감소, 성장률 둔화라는 부작용이 크게 나타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경기부양에 필요한 정교한 정책적 대안이 없다는 점이 미국 경제의 불확실성을 극대화할 수도 있다”면서 “게다가 국익을 최우선시하는 고립주의를 표방하는 트럼프의 외교 정책은 대외 마찰로 이어져 경제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더 큰 문제는 트럼프의 행보가 가뜩이나 강해지는 보호무역주의에 기름을 부을 수 있다는 점이다. 세계무역기구(WTO)에 따르면 지난해 전세계 수입규제조치 조사 건수는 총 277건으로 전년(304건) 대비 27건 감소했다. 표면적으론 보호무역 조치가 줄었지만 실제론 그렇지 않다. 규제가 실제로 부과된 건수가 총 210건으로 전년(182건) 대비 28건 증가했기 때문이다.

규제부과 건수도 2011년 119건을 기록한 이후 2012년 135건, 2013년 182건 등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보호무역의 대표적인 수단인 반덤핑 규제도 2014년 1439건에서 지난해 1545건으로 106건이나 증가했다. 세계 각국의 자국 산업 보호주의적 경향도 강화되고 있다. 2013년 7월 개시된 유럽연합(EU)과 미국의 범대서양무역투자동반자협정(TTIP) 협상은 3년 넘게 난항을 겪고 있다. 자국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국수주의가 강화되면서 보호무역주의에 찬성하는 국가가 증가하고 있어서다. 특히 2017년 4월과 9월 총선을 앞둔 프랑스와 독일은 TTIP에 반대하는 여론의 눈치까지 살펴야 하는 상황이다.

트럼프, 보호무역에 기름 부어 

이런 분위기는 주요국의 발언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 5월 “우리의 농업과 문화의 기본 원칙을 무너뜨리거나 상호 시장 접근을 약화시키는 자유무역협정은 절대 받아들이지 않겠다”면서 “프랑스는 EU와 미국이 추진 중인 FTA에 대해 안 된다고 말할 것”이라고 불만을 나타냈다. 지그마어 가브리엘 독일 부총리 겸 경제장관도 지난 8월 언론 인터뷰에서 “14차까지의 TTIP 협상에서 전체 27조 중 한가지 일반조항조차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미국과의 협상은 사실상 실패했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TTIP에 반대하는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된 만큼 시장은 협상이 엎어질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EU와 캐나다의 포괄적 경제무역협정(CETA)도 삐걱거리긴 마찬가지다. CETA는 협상이 시작된 지 7년 만인 2014년 8월 합의에 도달했다. 하지만 비준에만 2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EU 28개 회원국이 만장일치로 찬성해야 하는데 벨기에 지방정부의 반대가 거셌기 때문이다.


우여곡절 끝에 지난 10월 30일(현지시간) 최종서명에 성공했다. 하지만 네덜란드 정부가 CETA 비준에 대한 국민투표를 실시해야 할 상황에 처하면서 협정 발효에 먹구름이 끼고 있다. 이는 글로벌 경기침체가 지속되면서 선진국을 중심으로 자유무역주의가 자국의 이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어서다.

천원창 신영증권 애널리스트는 “성장세가 약해진 선진국은 국가 내 소득불평등이 심해지면서 세계화에 대한 반감이 심해지고 있다”며 “선진국 내에서 자신의 일자리를 빼앗아가는 저소득 국가의 이민을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것도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신흥국은 개도국으로 누렸던 혜택을 포기하지 않으려 하면서 선진국과 마찰을 빚고 있다”며 “다가간 협상에서는 어느 한쪽도 양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런 상황은 한국경제에 득得이 될 리 없다. 무역 의존도가 90%에 달하기 때문이다. 천원창 애널리스트는 “우리나라는 보호무역에 관해서는 피해 국가”라며 “우리가 행한 보호무역 조치보다 당한 조치의 수가 더 많다”고 밝혔다. 그는 “무역제재 조치는 수출에 직격탄을 줄 수 있고 조사단계만 들어가도 투자 심리에 악영향을 미친다”며 “보호무역 확산에 따른 산업별 피해 가능성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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