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시대 투자전략

트럼프 충격은 길지 않았다. 글로벌 증시가 일제히 상승세를 탔다. 그런데 이런 상승세가 오래갈 가능성은 높지 않다. ‘불가측不可測한 인물’로 손꼽히는 트럼프가 앞으로 어떤 정책을 펼칠지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그가 꺼내는 말 한마디에 글로벌 금융시장이 흔들릴 수 있다. 결국 말에 흔들리지 말고 펀더멘털을 볼 수밖에 없다는 거다.

▲ 도널드 트럼프는 '보호무역주의 강화'를 강하게 주장해왔다. 수출에 주력하는 우리 기업은 영향을 받을 공산이 크다.[사진=뉴시스]

글로벌 금융시장에 불어닥친 ‘트럼패닉(트럼프+패닉)’이 진정되는 모습이다. 트럼프가 대통령 당선을 확정 지은 후 열린 유럽과 미국 증시는 상승세를 탔다. 미국 뉴욕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개장 후 0.2%대까지 하락했지만 이후 반등해 1.4% 상승 마감했다. 주요 유럽 증시도 장 막판 반등, 1%대 상승 마감했다. 9일 새벽 트럼프 당선이 확실시되면서 지수 선물이 급락했던 점을 감안하면 놀라운 반전이다.

주요 아시아 증시도 일제히 올랐다. 일본 닛케이평균주가는 10일 6.7% 급등했다. 국내 증시도 마찬가지다. 9일 급락했던 코스피는 다음날인 10일 2000선을 회복했다. 막말을 일삼던 후보 시절 모습과 달리 화합을 강조한 그의 연설이 시장에 안정감을 줬다는 분석이다.

 
그렇다고 아직 안심하기는 이르다. 시장의 불안을 잠재운 게 트럼프의 ‘말’이라서다. 이는 트럼프 정책이 방향만 제시되고 구체적이지 않아서 발생한 문제다. 결국 관건은 트럼프 공약이 실제로 이행되는 강도다. 이를 두고 트럼프가 어떤 발언을 하느냐에 따라 국내 증시는 등락을 반복할 공산이 크다.

무엇보다 트럼프의 핵심 정책인 ‘보호무역주의 강화’의 실현 여부를 살펴야 한다. 전문가들은 보호무역주의를 빠르게 강화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조병현 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는 “미국 제조업체 역시 해외 매출 비중이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극단적 보호무역주의가 빠르게 이뤄지긴 어렵다”며 “G20 등 글로벌 사회가 보호무역주의를 타파하려는 것도 트럼프에게 부담을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종별로는 희비가 교차한다. 증권가는 트럼프 리스크가 가장 큰 업종으로 국내 자동차 산업을 꼽는다. 트럼프는 미국 포드차의 멕시코 공장 설립을 비판하는 등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일자리가 해외로 빠져나가는 상황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FTA가 재협상 테이블에 오를 경우 외국산 자동차와 부품에 높은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이 높다.

IT 산업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트럼프는 IT산업의 정책 방향을 제시한 적은 없다. 다만 미국이 고용확대를 위해 현지 생산을 늘릴 경우, 전세계 IT기업에 타격을 줄 수 있다. 또한 트럼프는 중국에서 생산돼 미국으로 수입되는 제품에 45%에 이르는 높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공약이 현실이 될 경우 애플의 아이폰을 포함한 중국에서 생산되는 제품 원가가 대폭 상승해 국내 IT 부품 업체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철강업계도 깊은 시름에 빠졌다. 그동안 미국 철강업계는 “중국 등에서 만든 저가 철강이 미국 철강산업을 망쳤다”면서 외국산에 대한 강한 규제를 주장해왔다. 트럼프는 미국산 제품 이용을 의무화하는 ‘바이 아메리칸’ 규정을 강화할 가능성이 높다. 외국산 철강에 대한 반덤핑ㆍ상계관세 제소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국내 방산업계는 호재를 맞았다는 분석이다. 트럼프가 주요 공약으로 전 세계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의 역할을 축소하겠다는 방침을 내세웠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맹국에 주둔 미군을 줄이고 방위비 분담금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트럼프의 공약대로 아시아 동맹국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이 축소된다면 전력 공백과 안보 위협이 발생한다. 이 공백을 국내 방산업계가 치고 들어갈 수 있다는 분석이다.

훈풍을 타던 국내 부동산 시장은 트럼프 당선을 반기지 않았다. 주택시장을 강하게 규제한 11ㆍ3 대책에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을 고려하면 투자 템포를 늦추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금리 정상화를 노리는 연방준비제도(연준ㆍFed) 이사회 입장에서 공화당 대통령과 공화당의 상ㆍ하원 집권은 악재가 아니다. 전통적으로 공화당은 저금리에 우호적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12월 금리 인상 가능성은 여전히 높다는 얘기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