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필수의 Clean Car Talk

▲ 우리나라 전기차 시장이 발전하기 위해 합리적인 중고 전기차 평가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사진=뉴시스]
“전기차를 타다가 중고차 시장에 팔면 얼마를 받을 수 있나요” 우리나라 전기차 산업은 이 질문에 대답할 수 없다. 명확한 산정 기준이 없어서다. 코앞으로 다가왔다는 전기차 시대에도 우리나라 국민들이 전기차 구입을 망설이는 이유다.

우리나라 전기차 시장은 수년째 제자리걸음이다. 매년 전기차 산업 발전 정책이 발표되지만 제대로 실현되는 경우는 드물다. 올해 정부가 전기차 보급 대수를 야심차게 8000대에서 1만대로 늘렸지만 이 목표를 달성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이유는 간단하다. 전기차의 기본적인 인프라로 꼽히는 충전소가 제대로 보급조차 되지 않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이 올해 전기차를 선뜻 구매할 것 같지도 않다. 하루 충전거리 300㎞ 이상의 고성능 모델이 내년이면 시장에 나올 계획이다.

그렇다고 강력한 인센티브 정책이 있는 것도 아니다. 필자가 강조했던 도심지 버스 전용차로의 한시적 진입 등 각종 정책은 현실화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전기차 전용보험도 여전히 출시되지 않았다. 리스크는 이뿐만이 아니다. 자동차는 고가高價의 재산인 만큼, 나중에 팔 때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전기차도 마찬가지다. 시장에서 합리적인 가격으로 재판매가 가능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전기차 가격 산정이 쉽지 않다. 산정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합리적으로 가격을 산정하기 위해선 연식ㆍ주행거리ㆍ옵션ㆍ인기모델ㆍ사고유무는 물론 운영 행태나 지역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요소를 반영해야 하는데, 자동차의 기계적 성능과 시장에서 조성된 가격을 기준으로 1차원적인 평가를 내릴 뿐이다.

 
특히 배터리를 고려한 가격 산정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배터리는 전기차의 전체 가격 중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비싼 부품이다. 문제는 이 배터리가 시간이 지날수록 성능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특히 최대 충전용량이 줄어들면서 주행거리가 짧아질 수밖에 없다. 배터리에 따른 가격산정 시스템이 필요한 이유다.

현재 국내 중고차 시장에서 전기차가 동급 내연기관 자동차보다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긴 하지만 거래 물량이 10대 안팎이어서 일반 시세라고 판단하기 어렵다. 2014년에 출시한 기아차 ‘쏘울EV’와 BMW ‘i3’가 곧 내년부터 중고차 시장에 나온다는 점을 감안하면 산정 기준 마련이 시급하다. 정부가 한국형 선진 진단평가사를 적용하면서 내연기관 중고차 시장에 활력이 깃든 걸 벤치마킹해야 한다.

산정 기준 마련 시급

전기차는 자동차 산업의 ‘주류’로 자리 잡을 게 분명하다.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은 이미 치열하게 점유율 다툼을 하고 있다. 유럽과 일본이 주도하던 이 시장에 미국과 중국이 치고 올라오면서 새로운 경쟁 양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인프라 보급이 뒤처진데다 중고 전기차 시장도 형성되지 않은 우리나라가 지금 이 경쟁에 뛰어드는 것은 언감생심이다. 우리나라 국민들에게 아직 전기차는 매력있는 상품이 아니라서다.

부족한 전기차 육성책, 이젠 가다듬어야 할 때다. 특히 전기차 가격이 문제다. 가격 기준이 없으면 시장이 성장할 수 없다. 소비자의 신뢰를 얻을 수 없어서다. 우리나라 내연기관 중고차 시장이 발전하지 못한 가장 큰 걸림돌 역시 ‘불신’이라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 autoculture@hanmail.net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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