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희의 비만 Exit | 살과 사랑 이야기

▲ 지방 다이어트 열풍으로 버터 품괴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사진=뉴시스]
모 방송에서 ‘지방의 누명’이란 방송이 나간 후 마트의 버터가 동이 났다고 한다. 지방은 풍미가 뛰어나지만 열량이 높아 다이어트에 좋지 않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그래서 ‘지방 다이어트’는 어딘가 찜찜하다. 우선 지방 다이어트의 정의를 보자. “지방은 인슐린을 자극하지 않으므로 지방 세포를 만들지 않는다. 이 때문에 몸 안에 지방이 쌓일 일이 없다.

더불어 저장되지 않은 지방은 열량으로 소모되므로 지방은 아무리 먹어도 살이 찌지 않는다.” 기존의 논리와 달라도 너무 달라 당혹스럽기까지 하다. 한술 더 떠 고지방 식이를 통해 우리 몸이 지방을 에너지로 사용하는 체질로 전환될 수 있다는 설명까지 곁들였다. 사실이라면 살찔까 기름진 음식을 경계한 우리에게 이만한 낭보가 또 어디 있겠나.

필자는 이렇게 반문하고 싶다. “그렇다면 간밤에 먹은 삼겹살의 지방은 체내 어디로 가있는지 설명해 달라.” 물론 섭취한 지방의 일부가 몸을 움직이는 에너지로 쓰이는 것은 맞다. 하지만 체내에 저장된 잉여 열량인 지방은 일반적으로 에너지 대사의 마지막 단계에 등장한다. 지방은 생각처럼 쉽고 빠르게 에너지로 쓰이지 못한다는 거다.

예를 들어보자. 과도한 무게를 들어 올리거나 격렬한 동작이 필요할 때 우리 몸은 산소를 사용하지 않고 에너지를 만든다. 갑자기 날아드는 야구공을 피한다든지, 멧돼지의 공격으로부터 도망칠 때는 무산소성 에너지 대사를 한다는 얘기다. 이론적으로 설명해보자. 일상에서 필요한 동작의 에너지는 산소 개입의 비중이 떨어지는 탄수화물에서 나오는데, 이를 ‘ATP-PC 시스템’이라 부른다. 다소 어려운 이 이론을 언급하는 이유는 지방을 태워 체중을 줄이려는 모든 사람에게 상당히 중요한 이론이라서다.

쉽게 비유하면 우리가 멧돼지에게 쫓길 때는 탄수화물이 주로 쓰여 지방을 태우기 어렵다는 것이다. 반대로 멧돼지를 잡기 위해 산과 들을 기약 없이 헤맬 땐 지방이 산화될 공산이 크다. 그렇게 지방을 태우더라도 소모되는 에너지의 양은 미미하다. 예를 들어 35분간 2.8㎞ 걷기, 30분간 8㎞ 자전거 타기, 15분간 줄넘기 하기, 15분간 2.4㎞ 달리기 중 한가지를 선택해 시행하더라도 소모되는 에너지는 고작 150㎉에 불과하다. 지방 1g이 대략 7㎉의 열량을 발산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150㎉의 열량은 지방 20g에 채 지나지 않는다. 하루를 거르지 않고 운동을 한들 월 600g을 뺄 수 있을 뿐이다.

이런 이유에서인지 최근 ‘지방은 축적되지 않고 에너지로 쓰인다’는 이론 뒤에 다음과 같은 말이 슬그머니 따라붙는다. “고지방 식이는 우리 몸이 필요로 하는 그 이상의 지방을 섭취하라는 의미는 아니다.” 정치도, 건강도 혹세무민의 시절이다. 특히 새로운 건강법의 조기 수용은 심사숙고해야 한다. 망친 몸은 되돌리기 힘들기 때문이다. 
박창희 다이어트 프로그래머 hankookjoa@hanmail.net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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