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필재의 人sight | 서호정 ㈜파머스페이스 대표

서호정(35) 파머스페이스 대표는 못난이 과일 시장은 개척하기에 따라 블루오션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못난이 과일은 못생겼거나 기형인 과일이다. 이들은 파머스페이스와 만나 소농가 소득 증대에 기여하고 소비자들에게 착한 가격에 맛과 영양을 제공하는 효자로 거듭난다. 더욱이 환경 파괴를 막아 1석3조의 효과를 거둔다. 서 대표는 ‘못난이’가 파머스페이스를 만나 ‘이쁜이’로 변신한다는 스토리텔링을 구상 중이다.

▲ 서호정 ㈜파머스페이스 대표는 “못난이 과일 시장은 개척하기에 따라서는 블루오션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사진=베티카 제공]
“대기업ㆍ중소기업 간 양극화 못지않게 부농과 소농가 간 격차가 큽니다. 농촌에서 벌어지는 부익부빈익빈 현상이죠. 중소기업 공동 브랜드처럼 파머스페이스의 ‘네이처박스 임팩트’를, 과일을 재배하는 전국의 소농가를 묶는 브랜드로 한번 키워 보려고요. 못난이 과일 택배 판매 사업이죠.” 서호정 ㈜파머스페이스(FARMERSPACE) 대표는 “못난이 과일 시장은 개척하기에 따라서는 블루오션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사회적 가치도 창출하고 블루오션 시장으로서의 가능성도 있으니 금상첨화죠.”  

못난이 과일은 못생겼거나 기형적으로 생긴 것이다. 땅에 떨어졌거나 벌레 먹은 것, 또는 멍든 것이 아니다. 맛하고도 관계가 없다. 못난이는 못났을뿐더러 대체로 크기가 작다. 그래서 가격이 싸다. 농산물 가격이 비싼 일본의 경우 일반적인 과일보다 못난이가 30~40% 저렴하다.

반면 한국은 과일값이 비싸지 않은 편이다. 그렇다 보니 사람들이 못난이를 잘 찾지 않는다. 잘생기고 크기도 웬만한 걸 선호한다. 이래저래 못난이 과일은 가격이 저렴할 수밖에 없다. 서 대표는 “젊은 세대는 못난이 과일에 대한 인식이 점차 바뀌어가고 있는데 정작 주소비층인 주부들의 인식은 거의 달라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파머스페이스는 생과일 주스 카페 ‘열매가맛있다’를 운영하고 농산물 직거래 유통 서비스도 하는 부산의 사회적기업이다. 열매가맛있다는 부산의 1호 못난이 과일 주스 카페이다. 주문한 손님이 보는 앞에서 과일을 껍질째 갈아 주스로 만들어 준다. 100% 생과일이다. 서울에도 강남역점이 있다. 창원점까지 전국적으로 세 곳에 ‘열매가맛있다’ 매장이 있다.

못난이 과일이 잘 팔리면 농가로서는 소득이 증대돼서 좋고 소비자로서는 착한 가격에 맛과 영양 면에서 손색없는 과일을 섭취할 수 있어서 좋다. 파머스페이스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못난이 과일 판매에 주력하는 까닭이다. 못난이 과일은 택배로도 판매한다. 한 박스에 2만원대. 네이처 박스 임팩트라는 파머스페이스 소농가 직거래 패키지에도 못난이 과일이 들어간다. 

농산물 직거래는 소농가와 소비자를 직통으로 연결하는 유통 서비스다. 시작한 지 4년가량 됐다. 파머스페이스는 농산물을 생산하는 소농가 약 60세대로 네트워크를 구축해 농산물 유통과정을 농가→소비자 두 단계로 단축했다. 보통은 농가→작목반→경매장→도매→소매→소비자의 여섯 단계를 거친다. 유통과정 단축으로 소비자는 약 30% 저렴한 값에 농산물을 먹을 수 있고 소농가는 소비자가의 40%선인 출하가를 60%선으로 올리게 됐다. 서 대표는 그 덕에 “농산물을 출하하는 소농가를 찾으면 상다리가 휘어질 만큼 대접을 받는다”고 귀띔했다. “우리와 거래한 덕에 단기간에 소득이 늘었거든요. 하지만 처음 이들 소농가를 찾았을 땐 잡상인 취급을 당했었어요.”

파머스페이스가 거래하는 소농가는 두 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우선 경작 면적이 2㏊(약 6000평) 미만이어야 한다. 다음으로 경작자가 만 55세 이상이거나 다문화 가정 출신, 장애인, 새터민, 성매매 여성 등 취약계층이라야 한다. 소농가 분포는 전국적이다. 딸기는 강원도, 사과는 예산, 청송, 장수, 강원도, 배는 아산, 나주, 하동, 배추는 해남, 귤과 한라봉은 제주에서 실어온다. 

농산물 직거래 유통 매출은 증가세이기는 하지만 지난해부터 증가율은 꺾였다. 서 대표는 “경기가 이렇게 안 좋은데 이 정도면 괜찮은 것”이라고 털어놓았다. 매출 구성비는 카페 대 직거래 유통이 7대3인데 올해는 거의 정반대이다. 서 대표는 경기의 영향을 받은 탓인 듯싶다고 말했다. 서 대표는 사회적기업가이지만 명색이 대표인데 구성원 중 자신의 급여가 가장 적다고 귀띔했다.

✚ 월급으로 얼마 받나요? 다른 직원들 월급 수준은 어떻게 되는데요?
“세금 제하면 130만원 정도 됩니다. 직원들은 평균 월 160만원 정도 받고 190만원 받는 사람도 있습니다.”

✚ 적어도 직원과 같은 수준은 돼야 하지 않나요?
“투자라고 생각합니다. 회사가 잘되면 그때 제 월급을 올려도 늦지 않아요.”

파머스페이스 구성원은 서 대표를 포함해 총 11명이다. 고령자와 다문화가정 여성도 있다. 명절 때면 50~70개의 시니어 일자리를 만들어 낸다. 배송하는 일로 1주일~3주일간 근무한다. 서 대표는 “못난이 과일 유통은 성공한 비즈니스 모델은 아니다”고 말했다. “주목은 받았지만 비즈니스 면의 성과는 크지 않았어요. 못난이 과일 시장은 국내에선 아직 불모지예요. 그래서 못난이 과일을 택배로 판매하는 사업을 새로 시작하는 겁니다. 미국, 프랑스ㆍ영국 등 유럽에선 각광을 받고 있거든요. 한국에서도 못난이 과일을 파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

전체 구성원 중 월급 가장 적어

✚ 못난이 과일 판매에 스토리텔링을 도입할 수 있지 않을까요? 일본의 합격사과처럼.
“못난이가 파머스페이스를 만나 이쁜이로 변신한다는 스토리를 구상 중입니다. 못난이 과일은 비단 농가만의 문제가 아니에요. 안 팔려 썩혀서 거름으로 쓰면 메탄가스가 발생해 오존층을 파괴하는 문제가 생깁니다. 버려져 썩으면 씻어내는 데 용수가 필요하고, 식수에도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죠. 못난이 과일엔 이렇게 환경 문제도 얽혀 있어요. 못난이 과일 문제를 사회적 가치를 살리는 방향으로 풀어 보려고요.”

‘못난이’가 파머스페이스와 만나 소농가 소득 증대에 기여하고 소비자들에게는 착한 가격에 맛과 영양을 제공하는 ‘이쁜이’로 거듭나는 셈이다. 더욱이 환경 파괴를 막아 1석3조의 효과를 거둔다.

▲ 파머스페이스의 모토는 ‘건강해지는 느낌’이다.[사진=베티카 제공]
✚ 소농가 농산물 직거래와 못난이 과일 유통 중 어느 쪽에 주력하고 싶나요?
“못난이 쪽으로 나가고 싶습니다. 자금력이 필요해 농산물 직거래도 하는 거죠. 직거래 하는 곳은 많지만 못난이에 스토리를 입혀 파는 건 우리밖에 할 수 없는 일이에요. 실패 경험을 딛고 재도전해야죠.”

✚ 소농가 농산물 직거래는 자금력을 확보하는 의미가 더 크다는 거군요.
“소농가와 좋은 관계를 형성한다는 의미도 있습니다. 출하되는 과일 중 못난이는 20~30%입니다. 소농가로서는 나머지 70~80%의 보통 과일도 팔아야 하거든요. 보통 과일을 계속 소화해 주면 못난이 과일도 우리에게 넘기게 되죠. 소농가들은 자기들이 생산한 모든 농산물을 팔아주기를 바랍니다.”

✚ 잘되면 다른 지역에 파머스페이스 지점을 계속 낼 수 있겠어요?
“거기까지 내다보고 있습니다. 과일 배송을 맡는 시니어 클럽은 서울ㆍ대구 등 다른 도시에도 있습니다. 부산에서 못난이 과일 사업이 성공하면 이 모델을 다른 지역에도 이식할 수 있겠죠.”

파머스페이스의 모토는 ‘건강해지는 느낌’이다. 서 대표는 파머스페이스 통해 소비자와 직거래하는 소농가 사람들이 더 건강해졌다고 말했다. “농민들이 판로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합니다. 우리 덕에 판로도 개척하고 수확기 인건비, 전기료 등 비용을 절감했기 때문이죠. 부산권 소비자들도 착한 가격에 건강한 농산물을 섭취하니 건강 관리에 도움이 될 테고요. 건강해질뿐더러 행복해지는 거죠.”
이필재 더스쿠프 인터뷰 대기자 stolee@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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