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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박은 짧은 봄처럼… ‘증설의 저주’꼬꼬면 흥망성쇠에 숨은 경제학
[215호] 2016년 11월 18일 (금) 07:54:16
김미란 기자 lamer@thescoop.co.kr

▲ 꼬꼬면은 화려한 등장과 달리 초라한 성적으로 ‘단종설’까지 나돌았다.[사진=뉴시스]
시장에 내놓은 제품이 공전의 히트를 쳤다. 쉴 새 없이 공장을 돌려 물건을 내놔도 금방 동이 났다. 공급량이 턱없이 부족했다. 새롭게 공장을 지어 생산라인을 늘렸다. 그런데 이게 웬걸, 갑자기 미투상품이 쏟아졌고 판매량도 뚝 떨어졌다. 세상은 이를 두고 ‘증설의 저주’라 부른다.


2011년 삼성경제연구소가 발표한 그해 ‘10대 상품’은 눈길을 사로잡을 만했다. 스티브 잡스, 카카오톡, 평창올림픽 등이 선정됐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보다 더 높은 순위에 이름을 올린 히트상품이 있었다. 바로 ‘꼬꼬면’이다.

꼬꼬면(팔도)은 하얀 국물 라면으로 파란을 일으키며 2011년 한해를 화려하게 장식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5년이 흐른 지금, 그 영광은 온데간데없다. 시장에서 잘 찾아볼 수 없어 “단종됐다”는 얘기까지 떠돈다.

2011년 8월 출시된 꼬꼬면은 그해 4분기 349억원의 매출(식품산업통계정보 소매점 기준)을 올렸다. 출시 넉달 만에 라면업계 전통의 강자 신라면(1012억원), 짜파게티(385억원)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3위를 기록했다. 기존의 상식을 뒤집은 ‘하얀 국물 라면’이라는 콘셉트가 소비자를 제대로 흔든 것이다.

그러자 꼬꼬면을 출시한 한국야쿠르트(팔도와 법인 분리 전)는 약 500억원을 투자해 경기도 이천의 제1공장 라인을 증설했다. 전남 나주에는 새로운 공장을 세웠다. 다른 제품 생산을 줄이고 그 라인에서 대신 꼬꼬면을 만들었다. 라면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2012년 1월부터 라면사업부인 팔도를 별도법인으로 분리하기도 했다. 꼬꼬면을 앞세워 라면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공격경영이었다.


섣부른 판단, 뼈아픈 결과

하지만 판단이 너무 섣불렀던 것일까. 한국야쿠르트가 공격경영을 펼친 직후 시장이 급변했다. ‘나가사키 짬뽕(삼양)’ ‘기스면(오뚜기)’ 등 하얀 국물 라면이 줄줄이 출시되면서 꼬꼬면의 경쟁력이 수그러들었다. 당연히 실적도 악화일로를 걸었다. 2011년 1222억원이던 매출이 2012년 3362억원으로 증가했지만 99억원이던 영업이익은 -252억원까지 곤두박질쳤다. 제품제조원가와 판관비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영향이 컸다. 무리하게 생산라인을 증설한 게 부메랑으로 날아온 셈이다. 이를테면 ‘증설의 저주’에 빠졌다는 얘기다.

최근에는 ‘허니버티칩’이 꼬꼬면의 전철을 밟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허니버터칩 역시 공급량을 늘리기 위해 공장을 짓자마자 거짓말처럼 인기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2014년 8월 해태제과식품이 출시한 허니버터칩은 꼬꼬면이 그랬던 것처럼 제과시장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기존에는 없었던 ‘달콤한 감자칩’을 선보이며 상상 이상의 인기를 끌었다. 품귀 현상까지 빚어지며 SNS 상에선 허니버터칩 인증샷을 올리는 게 유행일 정도였다. 편의점이나 마트에선 예약 판매를 하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허니버터칩의 높은 인기는 해태제과식품의 실적으로도 나타났다. 2014년에 약 6900억원이던 이 회사의 매출은 2015년 7983억원으로 늘었다.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246억원에서 469억원으로 뛰었다.

하지만 성장세는 오래가지 않았다. 상반기 성적만 놓고 봤을 때 2015년엔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3963억원, 278억원을 기록했지만 올 상반기엔 3965억원으로 매출이 거의 늘지 않았다. 영업이익은 되레 196억원으로 감소했다.

공교롭게도 해태제과식품은 240억원을 투자해 신설한 강원도 문막의 제2공장을 지난 5월부터 가동 중이다. 수요에 공급을 맞추기 위해 지은 공장이다. 해태제과식품은 지난해 공장 증설 계획을 발표하며 “공장 증설을 계기로 공급물량은 2배, 매출액은 월 최대 150억원까지 올릴 수 있을 것”이라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하지만 10월 말 기준 허니버터칩의 월 매출은 80억원 대 수준이다. 기대했던 실적의 절반 수준이다.

해태제과식품 측은 “당초 예상했던 것만큼 매출이 2배로 늘진 않았지만 소폭이나마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지는 격으로 공장을 증설하자마자 인기가 사그라지는 것을 보고 또다시 ‘증설의 저주’를 떠올릴 수밖에 없다.

증설의 저주를 예고하는 제품은 또 있다. 롯데주류의 야심작 ‘클라우드’다. 롯데주류는 클라우드의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올해 말 신규 공장을 완공하고 내년 상반기께 상품을 출고할 예정이다. 하지만 현재 국산맥주는 수입맥주의 물량과 가격공세에 밀려 힘을 제대로 못 쓰고 있는 상황이다.


시장 읽는 ‘혜안’ 필요

한국희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국내 맥주시장이 크게 위축된 상황이라 매출 역성장이 우려된다”면서 “맥주 공장을 증설한 이후에는 생산 능력이 늘어나는 만큼 롯데주류가 신규 브랜드 출시에 대한 부담까지 갖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롯데주류 관계자는 “제1공장의 생산량 자체가 워낙 적었던 탓에 수요를 담당하는 데 한계가 많았다”면서 “어차피 증설은 필요했던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예상보다 빠른 간조干潮를 쉽게 벗어나는 방법은 간단하다. 물이 들어오기 전 발을 빼면 된다. ‘물이 들어오면 노를 젓겠다’는 계산으로 한걸음 더 깊숙이 들어갔다간 낭패를 보게 마련이다. 제품 역시 마찬가지다. 인기가 치솟는다고 ‘증설’을 꾀하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빠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 ‘증설의 저주’를 극복하는 첫걸음은 ‘혜안慧眼’이라는 얘기다.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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