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유착 고리 끊어내야

▲ 권력과 기업의 검은 거래인 정경유착은 부정부패를 초래하고 기업의 건전성을 해친다. '최순실 게이트'를 계기로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어야 하는 이유다.[사진=뉴시스]
박근혜ㆍ최순실 게이트는 정경유착의 전형이다.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이 금전을 매개로 서로 사익私益을 탐했다. 기업들은 정권의 뒷돈을 대주고, 정권은 그 대가로 기업의 민원을 해결해줬다. 사회정의는 물론 경제정의까지 해치면서.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 7월 창조경제혁신센터 지원 기업 대표 17명을 청와대로 초청해 간담회를 마친 뒤 서열 상위 재벌 총수 7명과는 독대했다. 그 직전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은 각 그룹에 ‘당면 현안을 정리한 자료’를 내달라고 요청해 받았다. 기업의 현안은 숙원사업이거나 애로사항, 오너의 안위와 관련된 민원일 게다. 대통령과 독대하기 전 현안 자료를 요구한 것은 민원을 들어줄테니 성의를 표시하라는 암시였을 테고.

안 전 수석이 기업들로부터 받아 정리했다는 메모를 보자. ‘오너 총수의 부재로 인해 큰 투자와 장기적 전략 수립이 어렵다(SKㆍCJ)’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헤지펀드 엘리엇의 반대가 심하다(삼성)’ 등. 대통령과 독대한 이들 7개 그룹을 포함한 53개 대기업은 미르ㆍK스포츠 재단에 774억원의 출연금을 냈다. 이 과정에서 대기업 단체인 전국경제인연합회가 기업규모에 따라 할당 배정하고 독촉하는 역할을 맡았다.

시차를 두고 SKㆍCJ그룹 총수가 사면됐다. 국민연금이 의결권자문위원회를 열지도 않고, 수천억원의 투자손실을 감수하면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기업결합에 찬성해 성사됐다. 삼성은 전경련으로부터 배정받은 출연금 외에 승마선수인 최순실의 딸 정유라를 위해 별도로 35억원을 지원했다. 형제간 경영권 다툼에 이어 비자금 조성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던 롯데는 K스포츠재단 추가 출연금으로 70억원을 냈다가 돌려받았다. 이런 정황이라면 박 대통령과 해당 기업들에 공무원이 부정한 청탁을 받고 뇌물을 요구할 때 성립하는 제3자 뇌물죄를 적용할 수 있다.

대기업들이 정권의 압박에 군소리 않고 따른 것은 약점이 있거나 대가를 기대했기 때문이리라. 이는 출연금을 추가로 더 냈거나 K스포츠재단으로부터 별도 접촉을 받은 기업들이 총수 사면(SK)이나 검찰 수사(롯데), 국세청 세무조사(부영) 등 약점을 안고 있었던 것으로 입증된다.

이밖에도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출연금이 적다는 이유로 평창 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에서 강제 퇴진당했다. 또 CJ그룹을 이끌던 이미경 부회장은 조원동 전 경제수석으로부터 박 대통령의 뜻이라며 퇴진을 압박당했다. CJ그룹 계열사의 영화와 TV 프로그램이 지난 대선 때 박근혜 후보(당시)를 풍자하고, 다보스포럼에서 박 대통령을 들러리로 만든 탓으로 전해진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민간기업 오너를 경영에서 손 떼게 하거나 자리에서 물러나게 한 것은 직권남용에 해당하는 범죄다. 재산권을 보장한 헌법 위반이자 사적 소유를 인정하는 자본주의 기본질서에 대한 부정이다. 박 대통령은 대국민담화에서 “국가경제와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바람에서 추진했고, 기업인들이 선의에서 도움을 주었다”고 해명했다. 그 말대로 정녕 문화융성ㆍ체육진흥을 위한 기금이 필요했다면 법인세나 다른 세금을 정상적인 방법으로 더 거둬 써야 했다.

법인세를 인상하면 기업투자를 저해할 거라고 반대하면서 기업의 팔을 비틀어 모금했으니 이율배반이다. ‘경제민주화’를 내걸고 대통령에 당선되더니만 실제 행위는 ‘경제독재’였던 셈이다. 스스로 약속한 검찰 조사에도 응하지 않고 버티지만, 드러난 행위만으로도 이미 퇴진감이다.

대기업들도 이번 사태의 진실을 밝힘과 동시에 반성하고 스스로 개혁해야 한다. 권력의 부당한 요구를 거절하지 못한 것은 그만큼 떳떳하고 투명한 경영을 하지 못한다는 반증 아닌가. 공정거래와 투명ㆍ윤리 경영으로 중소기업과 상생하는 기업 생태계를 일구고, 주주 및 자본가와 종업원, 소비자가 고루 이익을 나누는 분배구조 개선에 힘써야 한다.

정경유착은 권력과 기업의 검은 거래로 부정부패를 초래하고 기업의 건전성을 해친다. 우리 사회의 오랜 병폐인 ‘부익부 빈익빈富益富 貧益貧’은 물론 권력과 부富를 움켜쥔 자들이 더욱 큰 권세와 부를 누리게 만드는 ‘권익권 귀익귀權益權 貴益貴’ 현상까지 획책하는 악의 고리를 이번에 확실하게 끊어야 한다.
양재찬 더스쿠프 대기자 jaya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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