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책 이야기「개소리에 대하여」

개소리는 왜 거짓말보다 위험한가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토머스 사전트 교수는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의 콘셉트를 듣고 이렇게 말했다. “불쉿(Bullshit)!” 불쉿을 우리말로 풀면 ‘개소리’다. 비속어의 일종이다. 노벨상 수상자가 어찌하여 이다지도 저속한 표현을 사용했을까. 분석철학자 해리 프랭크퍼트 교수(프린스턴대)가 이 의문에 대한 답을 가지고 국내 독자를 찾아왔다.

그는 저서 「개소리에 대하여」를 통해 개소리에는 복잡한 의미가 숨어 있다는 사실과 그것의 사회적 파급력을 설명한다. 개소리의 본질이 무엇인지, 개소리와 거짓말이 어떻게 다른지, 우리가 왜 개소리를 경계해야 하는지도 설득력 있게 풀어낸다. 이 책이 도널드 트럼프(미국 제45대 대통령 당선자)의 막말을 둘러싼 현상을 해석하는 데 널리 활용된 이유다.

개소리란 무엇인가. 저자에 따르면 개소리는 단순한 헛소리와 다르다. 화자가 특정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교묘하게 의도를 숨겨 내뱉는 말이다. 예를 들어 트럼프는 대선 기간 중 “수천명의 무슬림 미국인들이 9·11 테러 장면을 보며 환호했다” “살해된 백인들 중 81%가 흑인에게 당했다”는 등의 개소리로 미국 사회의 반反이민 정서와 인종차별을 부추겼다. 저자는 트럼프에게 ‘수천명’ ‘81%’라는 수치가 정확한가는 중요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한다. 사람들이 불법이민자와 흑인에게 분노할 수만 있다면 그 말이 참이든 거짓이든 무슨 상관이겠냐는 거다.

개소리는 거짓말과도 다르다. 거짓말은 참인 것을 일부러 틀리게 한 말이다. 그래서 거짓말쟁이는 진실이 무엇인지에 관심을 갖는다. 세심한 면도 필요하다. 거짓말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인과관계, 논리 등에 상당한 공을 들여야 하기 때문이다. 거짓이 들통났을 땐 책임도 져야 한다. 꽤나 심사숙고해야 하는 게 바로 거짓말이라는 거다.

저자는 개소리가 거짓말보다 훨씬 더 위험하다고 말한다. 개소리는 본질적으로 진리에 무관심해서다. 개소리쟁이들은 그저 말 속에 숨은 의도만 달성하면 그만이라는 태도로 일관한다. 내뱉은 말이 허위로 밝혀져도 개소리는 개소리일 뿐, 거짓말처럼 책임을 질 필요도 없다. 이 때문에 개소리는 진리의 권위를 실추시키고, 무책임한 언행을 조장한다. 프랭크퍼트 교수는 “개소리가 참과 거짓의 논리 자체를 부정하고 진실을 호도하는 교활하고 파괴적인 언어행위”라고 비판한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개소리에 관대하다. 단순히 ‘웃자고 한 말’이라는 생각하기 일쑤다. 개소리에 시시비비를 가리자는 얘기가 나오면 ‘웃자고 한 말에 죽자고 달려드는 것’이냐며 핀잔을 주기도 한다. 혹자들은 카타르시스를 느끼기도 한다. 대선 기간 내내 막말 논란을 몰고 다니던 트럼프가 결국 45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게 대표 사례다.

문제는 이런 개소리가 사회적 영향력이 큰 담론으로 이어질 때 발생한다. 트럼프는 ‘백인 기독교인’으로 대변되는 기득권자들에게 지속적인 기득권을 약속하고, 유색인종·이민자·여성 등 사회적 약자를 폄하함으로써 미국의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세계야 어찌 되든 우리라도 잘 살자”는 더이상 위악 어린 개소리가 아니라 수많은 이들이 공감하는 시대정신이 된 셈이다. 우리가 미디어에서 나오는 수많은 얘기 중 어떤 말이 개소리인지 구분하려고 노력해야 하는 이유다. 

세가지 스토리

「당신은 유일한 존재입니까?」
이동철 지음 | 프롬북스 펴냄

모노폴리언은 자신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을 함으로써 사회를 풍요롭게 만드는 주체를 말한다. 매점매석 등 독식 구조를 만들어 노동자와 소비자의 숨통을 조이는 모노폴리스트(독점 자본가)와는 전혀 다르다. 이 책은 모노폴리언 기업사례를 통해 저성장 시대에 맞는 경영방향을 제시한다. 스타트업 기업과 소상공인에게 특별한 통찰과 관점을 제공할 것이다.

「지금, 호메로스를 읽어야 하는 이유」
애덤 니컬슨 지음 | 세종서적 펴냄

호메로스가 쓴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는 서양에서 문자로 기록된 최초의 문학 작품이자 서양 정신의 출발점으로 알려진 작품이다. 하지만 왜 왜 호메로스가 중요한가라는 질문에 누구도 쉽게 답하지 못한다. 저자는 호메로스를 둘러싼 오해와 진실을 추적하면서 그의 정신이 어떻게 서양 문학과 정신의 토대가 됐는지 설명한다. 추리소설 같은 재미를 선사한다.

「사이코패스는 일상의 그늘에 숨어 지낸다」
이수정·김경옥 지음 | 중앙M&B 펴냄


형사들조차 고개를 흔들 수밖에 없는 강력 범죄를 접할 때마다 우리는 의문을 던진다. ‘도대체 왜?’ 범죄심리학자 이수정 교수와 프로파일러 김경옥 박사가 이 물음에 답한다. 직접 대면했던 범죄자들의 심리를 세밀하게 분석해 범행 동기와 원인의 실마리를 찾아낸다. 범죄자들과의 직접 면담 기록은 마치 그들을 마주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을 정도로 생생하다.
노미정 더스쿠프 기자 noet85@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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