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밸리 주주기업 방사완브라더스는 페이퍼컴퍼니일까

차은택씨가 입김을 넣은 게 아니냐는 의혹에 휩싸인 고양 K-컬처밸리. 이 의혹을 풀기 위해선 K-컬처밸리의 사업을 진행하는 시행사 ‘K밸리’의 민낯을 살펴봐야 한다. K밸리의 주주기업 중 하나인 방사완브라더스가 사실상 유령회사가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어서다. 더스쿠프(The SCOOP)가 방사완 대표를 단독 인터뷰했다.

▲ CJ가 K-컬처밸리 특혜 의혹에 휘말렸다.[사진=뉴시스]

CJ가 특혜 논란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고양 K-컬처밸리 사업자로 선정되는 과정에서 특혜를 받은 게 아니냐는 의혹이 커지고 있어서다. 그 중심에는 싱가포르 소재 외국계 투자기업 방사완브라더스(Bangsawan Brotheers Private Limited·이하 방사완)가 있다. CJ E&M과 합작해 K-컬처밸리 사업을 거머쥔 이 회사가 실은 유령회사라는 게 의혹의 골자다. 과연 그럴까.

K-컬처밸리 사업의 시행사는 K밸리다. 지분율은 CJ E&M 90.0%(450억원), 방사완 10.0%(50억원)다. 국정 농단의 장본인 차은택씨와 직간접적으로 얽혀 있는 곳이라는 뒷말도 나온다. 경기도의회 측은 “다른 외국 투자사들은 대규모 사업에 투자하고 나면 직접 해당 지역을 찾아오는데 방사완 측에선 단 한명도 찾아오지 않았다”며 “K-컬처밸리 사업에 끌어들이기 위해 설립한 페이퍼컴퍼니란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과연 이 회사는 유령회사일까.

방사완의 싱가포르 사무실 주소는 60 PAYA LEBAR ROAD #08-16 PAYA LEBAR SQUARE SINGAPORE 409051. 더스쿠프 통신원이 현지를 방문한 결과, 방사완은 상가가 밀집한 이 지역의 고층건물 8층에 있고, mrsmint라는 회사와 사무실을 함께 사용하고 있었다. 표면적으론 유령회사가 아니라는 얘기다. 사실 확인을 위해 더스쿠프는 방사완 대표인 ‘로니 시아 씨앙 히’에게 인터뷰를 요청했고, 15일 전화 통화에 성공했다. 그는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논란을 전혀 몰랐다”면서 “우리는 실체가 있는 회사”라고 말했다. 독자 편의를 위해 1문1답으로 정리했다.

 

✚ 방사완이 한국에서 페이퍼컴퍼니 논란에 휩싸였다. 알고 있나.
“황당하다. 방사완은 2015년 싱가포르에서 적법하게 설립한 회사다. 나는 방사완의 공동 소유자이자 관리자다. 한국에서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인가.”

✚ 경기도의회는 싱가포르를 직접 방문해 방사완이 정말 존재하는 회사인지 확인하겠다는 입장이다. 그 전에 한국 언론에 먼저 해명할 생각이 있나.
“직접 해명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아까 얘기했다시피 방사완은 적법하게 설립된 회사다. 궁금하면 직접 싱가포르에 와서 공개된 등기부등본을 확인하라.”

✚ CJ E&M과 경기도 K-컬처밸리 프로젝트는 어떻게 알았나.
“2015년 홍콩스탠다드차타드 은행 투자전문센터의 추천을 통해 알게 됐다. 방사완은 투자전문회사이기 때문에 그 은행 센터에 투자처를 의뢰해 놓은 상태였다.” 

✚ CJ측 누구와 협상했나.
“‘Mr.정’ 이라고만 알고 있다. 정확한 건 CJ측에 물어봐라.”

✚ 왜 K-컬처밸리 프로젝트에 투자했나?
“투자할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다.”

✚ 방사완은 왜 홈페이지가 없나. 이는 페이퍼컴퍼니 의혹에 힘이 실린 이유다.
“방사완은 투자전문회사다. 투자 업무만 하기 때문에 웹사이트는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 사무실에 가보니 mrsmint라는 크라우드펀딩 회사가 있더라. 무슨 관계인가.
“mrsmint는 방사완이 투자한 회사 중 하나다. 우리 계열사이기 때문에 사무실을 함께 쓰고 있다.”

✚ 방사완은 규모가 큰 회사인가?
“아니다. 우리는 적은 액수를 투자하는 소규모 투자기업이다.”

✚ 혹시 차은택을 알고 있나?
“모른다.”

이런 해명에도 방사완을 둘러싼 의심스러운 정황은 남아 있다. K-컬처밸리 사업을 진행하던 CJ E&M은 지난 6월 10일 자회사 K밸리를 통해 330억원의 전환사채를 발행했다. 방사완은 이를 만기 10년, 연 12.45%의 고금리로 전량 인수했다.

전문가들은 연 12.45%의 금리는 통상적인 수준을 넘어 높아도 너무 높은 편이라고 지적한다. 매년 방사완이 받게 될 이자가 41억원 수준이라서다. 특히 K밸리의 채권이 조세피난처인 케이만아일랜드에서 발행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혹은 더 짙어졌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대다수의 전환사채는 10%의 금리를 넘지 않는다”면서 “방사완이 K밸리에 50억원을 투자했는데, 이 원금을 CJ측이 보장해준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 싱가포르 투자사 방사완브라더스의 대표 '로니 시아 씨앙 히'는 페이퍼컴퍼니 논란에 황당하다는 입장을 밝혔다.[사진=더스쿠프 포토]
이런 의혹이 나오는 이유는 간단하다. 박수영 전 경기도 행정1부지사는 다음과 같은 내용을 폭로했다. “청와대 행정관이 전화해서 CJ 측에 K-컬처밸리 부지를 공짜로 주라고 요청했다. 명백한 특혜라서 거절했는데, 계속 요구해 ‘1% 대부율’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 때문인지 CJ E&M의 자회사 K밸리는 K-컬처밸리 전체 부지 30만2265㎡ 중 23만7401㎡를 공시지가(830억원)의 1%(연간 8억3000만원)로 최대 50년간 빌릴 수 있게 됐다. 문제는 ‘1% 대부율’은 외국인투자기업만 받는 혜택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CJ 측이 부랴부랴 방사완을 섭외했고, 원금을 보장해주기 위해 전환사채를 고금리로 발행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CJ 측은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CJ 관계자는 “K밸리가 신생 회사라 금리가 높을 수밖에 없다”며 “만기를 1년 단위로 계속 연장할 수 있어 괜찮은 조건”이라고 말했다. 방사완브라더스를 둘러싼 각종 의혹도 강하게 반박했다. “방사완은 글로벌 IB업계 전문가가 설립한 자산 571억원 규모의 건실한 회사다. 우리와 함께 K-컬처밸리 사업을 진행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다.”

CJ 특혜의혹·방사완의 페이퍼 컴퍼니 의혹을 가장 처음 제기한 경기도의회 측은 오는 23일 싱가포르 현지에 방문한다. 두 눈으로 방사완의 민낯을 보겠다는 것이다. 방사완의 진실은 과연 밝혀질까.   
노미정 더스쿠프 기자 note85@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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