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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리석은 2세가 나라를 망친다‘한국의 미래’ 왜 어두운가
[216호] 2016년 11월 22일 (화) 06:00:54
윤영걸 부회장 yunyeong0909@thescoop.co.kr

▲ 박근혜 대통령이 최씨 일가에 농단을 당한 이유는 자신감 부족에 있다.[사진=뉴시스]
재벌 오너들을 30년 가까이 지켜본 어느 기업인에게 들은 이야기다. 한국 재벌 오너 2세의 특징으로 3심心을 얘기했다. 의심疑心, 변심變心, 욕심慾心이다. 끊임없이 주위 사람을 의심하고, 한입으로 태연하게 두가지 말을 하며, 탐욕이 하늘을 찌른다는 설명이다.

물론 나쁘게 볼 것만은 아니다. 재벌 선단을 꾸려가다 보면 인간적인 면모보다는 비인간적인 뒷모습이 강하게 드러나게 마련이다. 삼국시대 위나라 조조처럼 때로는 비정한 리더십이 필요하다. 끊임없이 의심해야 측근들에게 배신 당하지 않고, 글로벌 경쟁시대에 상황이 녹록지 않으면 과감히 항로를 바꾸는 변심이 필요하다. 목표를 향한 강한 승부욕은 오너가 가져야 할 덕목이다.

대부분의 재벌 2세는 ‘3심’ 외에도 2가지 ‘결핍증’을 겪고 있는 것 같다. 자신감 결핍과 공公과 사私 구별에 대한 의식결핍이다. 맨주먹으로 출발한 창업자는 미래를 내다보는 혜안과 열정으로 그룹을 일궈냈지만, 이를 공짜로 넘겨받은 2·3세는 할아버지나 아버지를 극복하고 싶어 한다. 그런데 내공이 부족하니 콤플렉스를 극복하기 위해 무리수를 둔다. 창업자보다 더 큰 업적을 내세우기 위해 쫓기듯 서두른다.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2세 경영인들은 대부분 외국교육까지 받았는데도 웬일인지 권위주의적인 사고를 갖고 있으며 공과 사를 제대로 구별하지 못한다. 회사 공금을 쌈짓돈처럼 마구 쓴다. ‘땅콩’ 때문에 비행기를 회항시키기도 하고, 심지어 자동차 보닛을 빨리 열지 못한다고 즉석에서 임원을 쫓아내기도 한다. 자식이 밖에서 맞고 들어왔다고 각목을 들고 나서기도 한다. 이들은 좀처럼 다른 이에게 곁을 주지 않는다. 믿을 만한 친구도 별로 없다. 아버지 시대에는 직원들과 모래밭에서 씨름을 하고 어깨동무하며 어울렸지만, 2세들은 별나라·달나라에 사는 사람들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아버지 박정희 대통령의 2세이고, 여기에 돈을 갖다 바친 재벌회장들은 2세들이다. 최순실은 아버지 최태민에 이어 2대째 못된 짓을 벌여 국정을 농단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비선측근들에게 농단당한 것은 자신감 부족과 공사에 대한 분별력 부족 때문이다. 어느 심리학자는 박근혜 대통령은 부모가 피살된 이후 극도의 두려움을 극복하지 못하는 공황장애 환자인데, 이 틈을 최태민 최순실 부녀가 파고들어 40여년 가까이 심리적 의존관계를 맺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여기에 유신시대의 잔당인 수구 세력들까지 합세해 나라를 이 지경으로 만들어 놓았다.

1960년대 이후 박정희 대통령과 정주영 이병철로 대표하는 기업인들이 합심해 조국 근대화를 이루어냈다. 세계 최빈국에서 10위권의 놀라운 성공신화를 만들어냈다. 이제 한국은 새로운 실험대에 섰다. 1세대를 이어받은 2세대와 3세대가 이 나라를 이끌어야 한다. 그런데 선장이 보이지 않는다. 이게 대한민국호號가 처한 진짜 위기다.

삼성그룹의 최순실 모녀 지원을 놓고 이재용 부회장이 검찰의 조사를 받았다. 뇌물이냐 아니냐, 강압이냐 아니냐보다 더 큰 문제가 있다. 이병철-이건희-이재용으로 이어지는 3세 경영이 새로운 장을 열었는데, 이재용 부회장이 보이지 않는다. 갤럭시노트7 불량사건으로 삼성이 큰 타격을 입었다. 한국 수출의 20%를 차지하는 삼성전자의 위기는 국가명운이 걸린 문제다. 이건희 회장은 ‘신경영선언’ 등을 통해 자신만의 경영철학과 비전을 제시해 지금의 삼성을 만드는 리더십을 보여줬다.

그러나 지난해 메르스 사태에도 그랬지만 지금도 이재용 부회장이 보이질 않는다. 제품단종이라는 초유의 치욕을 맛보았는데도 침묵을 지키고 있다. 이건희 회장이었으면 “아직도 대충대충이냐”며 호통치며 뒤집어 놓았을 것이다.

한국의 미래가 어두운 것은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2세들에게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도 미국의 GE처럼 훌륭한 재목을 CEO로 영입하는 프로세스를 만들어야 한다. 1995년 GE의 잭 웰치는 심장수술을 받은 후 각 사업부문에서 탁월한 성과를 거둔 젊은 내부인사를 대상으로 무려 6년 5개월의 후계자 선정 과정을 거쳐 현 CEO인 재프리 이멜트를 뽑았다.

뛰어난 리더는 “나를 따르라”며 앞장서고, 못난 오너는 뒤에서 “돌격 앞으로”만 외친다. 능력이 부족하고 검증되지 않은 2세들이 지배하는 국가 속에 사는 것은 국민들의 불행이다. 변화를 염원하는 촛불의 작은 외침이 거대한 함성으로 바뀌어 국가대개조의 계기가 되길 기원해본다.
윤영걸 더스쿠프 부회장
yunyeong0909@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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