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의 원인은 바로 ‘후각’

▲ 향기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광범위한 분야에서 활용된다.[일러스트=아이클릭아트]
냄새 또는 향기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많이 판단에 영향을 미친다. 아울러 좋은 향기는 기분까지 좋게 해 구매력을 향상시킨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유통업체들이 매장 섹션별로 다른 향기를 뿌리고 중고차에 가죽냄새를 뿌려놓는 것도 같은 이치다. 그 영역은 점점 더 확장되고 있는 추세다.

아무 생각 없이 골목길을 지나다가 갓 구운 빵 냄새를 맡고 빵집에 들어간 적이 있는가. 혹은 커피향에 취해 커피를 사 마셔본 경험이 있는가. 반대로 멋진 레스토랑에 들어가려다가 입구에서 고약한 냄새를 맡고 발길을 돌린 경험이 누군가에게는 있을 것이다.

우리가 인식하든 못하든 냄새는 먹을거리 이외의 영역에서도 일상생활의 많은 부분을 지배한다. 여러 브랜드 중에 왜 하필이면 그 제품이 마음에 들었는지, 엘리베이터 안에서 왜 하필 그 사람과 인연이 이어졌는지…. 그 행동의 원인을 후각이 설명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사람을 움직이는데 냄새가 얼마나 영향을 미칠까. 답은 ‘매우 많이’다. 후각은 사람들의 기억, 감정과 깊게 관련돼 있는 감각이다. 시각적 자극은 이성적으로 생각하고 해석하게 만드는 측면이 강하다. 반면 후각적 자극은 이성적 판단을 하기 이전에 특정 기억을 떠올리게 만들거나 사람들의 감정에 먼저 영향을 준다. 다시 말해 좋은 냄새는 사람들에게 먼저 좋은 기분을 갖게 만들고, 그 다음에 기분이 좋은 상태에서 어떤 판단을 하거나 행동을 하게 만든다.

이런 원리를 이용해 향기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광범위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향수나 화장품, 방향제는 물론식품, 샴푸, 세제, 가전제품에도 활용된다. 유통매장 관리나 질병치료 분야에서도 향기는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미국의 한 주방용 세제 회사를 예로 들어보자. 그 회사는 제품에 머리 아픈 화학약품 냄새 대신 향수에나 쓰일 법한 좋은 향을 첨가했다. 그 결과 주부들은 이 세제로 청소를 하거나 설거지를 하면서 예전보다 훨씬 더 좋은 기분을 유지할 수 있었다. 일 자체를 덜 지루하게 평가하게 된 거다.

중고자동차 판매원은 자동차 시트에 가죽냄새를 뿌려놓는다. 소비자가 새차에서나 날법한 가죽냄새를 중고차에서 맡게 되면 중고차에 대한 거부감이 줄어들어 차량 판매가 증가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대형마트는 상품 섹션별로 다른 향기를 적당히 뿌려 놓는다. 가령 가구매장에는 소나무향을 뿌리고 유제품 매장에는 우유향을 뿌린다. 관련 연구에 따르면 좋은 향기는 소비자가 매장에 머무는 시간을 늘리고 매출을 증가시킨다고 한다. 또한 좋은 기분상태에서 쇼핑을 한 소비자는 제품을 더 많이 사고, 구매한 제품에 대해 더 긍정적 평가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요즘엔 향기를 스스로 만들거나 조합해 쓰는 사람도 증가하고 있다. 사람마다 좋은 기억, 좋은 감정상태와 연관된 향의 종류가 다르기 때문이다. 이런 ‘개인 맞춤형 향기’는 향수나 향초 등 전형적으로 향기가 중요했던 분야는 물론 스마트 의류나 장난감, 자동차, 주택, 스마트 가전 분야에도 응용되고 있다.

주변의 모든 제품과 서비스에 향기를 덧입힐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보라. 아침마다 알람소리 대신 편백나무 향이 나를 깨워주고, 퇴근 후 현관문을 열었을 때 향긋한 복숭아향이 날 맞이한다면 하루의 피곤함은 말끔히 사라질지도 모를 일이다.
김경자 가톨릭대 소비자학과 교수 kimkj@catholic.ac.kr | 더스쿠프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