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윤展

▲ ❶사랑할수록 더 멀어져간다, print on mirror, 32.8×36.3㎝, 2016 ❷아름다운 엔딩 위하여, pigment print, 90×90㎝, 2016 ❸hanabi, acrylic, size variable, 2016
나와 너, 나와 우리의 소통이 어려운 세상. 이소윤 작가가 고집스럽게 소통을 말한다. 작가에게 소통이란 “마치 야생화의 군락지와 같이 오만가지 꽃들이 어떤 우열과 갈등 없이 각각의 고유성을 간직한 채 드넓은 공간에서 상생하며 조화롭게 이뤄지는 것”이다. 이번에는 삼라만상森羅萬象이 최상의 조화로 이뤄져 있는 세계, 즉 ‘화엄華嚴’을 모티브로 한다.

주로 드로잉이나 일상적인 오브제를 수입해 재조합하던 ‘공간적’ 콜라주 작업에서 최근에는 페인팅, 프린트, 설치 작업 등으로 그 영역을 넓혔다. 하지만 ‘소통’이라는 주제의식은 일관되게 끌고 간다.

‘사랑할수록 더 멀어져간다’는 과거와 현재의 소통을 다룬 작품이다. 작가는 가족이 함께 했던 특정한 시절에 대한 기억을 끄집어냈다. 동일한 과거였지만 기억은 각기 달랐다. 각자의 기억 속에서 달라진 과거처럼 거울 표면에 쌓인 이야기는 중첩돼 읽을 수 없는 텍스트가 됐다.

작품 ‘아름다운 엔딩 위하여’는 마치 만화경 같다. 작가가 직접 촬영한 사진, 인터넷이나 잡지에서 수집한 수백 가지의 꽃이 상하좌우로 얽혔다. 고유의 형상이 보잘 것 없는 얼룩처럼 불특정한 형태로 왜곡되는 이런 작업을 통해 작가는 변형이 거듭될수록 본래의 아름다움보다 더 매혹적인 황홀경에 빠져드는 아이러니를 보여준다.

이런 작업은 ‘When It Rings’ ‘We Won’t Talk Any More’에서도 계속된다. ‘When It Rings’은 화엄 그 자체를 구현한 듯 화사하게 만개한 꽃들이 작품 전체를 채우고 있다. ‘We Won’t Talk Any More’는 반대로 다채로운 색상들이 탈색한 듯 무채색으로 가득하다. 화사하고 연약한 꽃 대신 투박한 질감의 꽃들이 거칠고 어지럽게 겹쳐 있다. 혼돈에 가까운 광경이지만 우리가 감지하지 못할 뿐 그 속에서는 나름의 정돈된 질서와 조화가 있다.

‘Hanabi’는 아크릴 템플릿을 이용해 모양대로 잘라낸 꽃 형상과 잘린 빈 틀을 나란히 매달아 놓은 설치 작품이다. 언뜻 복제된 꽃들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수공 방식으로 800여 가지의 도안을 드로잉하고 그 모양을 잘라 각각 다른 꽃들을 만든 작품이다. 몽환적이고 신비로운 이미지로 채워진 공간은 마치 깨달음의 세계를 마주하는 듯하다. 이소윤 작가의 ‘화화 花火 火花’ 전시는 12월 10일까지 대안공간 ‘루프’에서 열린다.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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