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회의 영화로 읽는 한국사회 | 블러드 다이아몬드❺

▲ 솔로몬 밴디는 킴벌리 프로세스 국제회의에서 블러드 다이아몬드의 실상을 고발했다.[사진=더스쿠프 포토]
영화 ‘블러드 다이아몬드’는 시에라리온 광산에서 살아남은 솔로몬 밴디(디몬 하운수)가 ‘블러드 다이아몬드’에 얽힌 참상과 비리를 밝히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그가 UN 주도로 설립된 ‘킴벌리 프로세스(Kimberley Process)’ 국제회의에서 블러드 다이아몬드의 실상을 고발할 수 있었던 데는 결정적인 변수가 있다. 그것은 바로 코트지(아놀드 보슬로) 대령이 운영하는 사설군사기업(private military firm)이다.

대니 아처(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베테랑 용병 출신이지만 혼자서는 살벌한 반군들이 장악한 다이아몬드 광산으로 뛰어들 엄두를 내지 못한다. 아처는 결국 코트지 대령에게 광산지역을 폭격해달라고 요청한다. 그는 과거 아처가 근무했던 로디지아 용병부대의 대장이었으며, 현재는 사설군사기업을 운영하고 있다. 폭격의 대가로 ‘핑크 다이아몬드’ 지분을 약속받은 그는 Mi-24 무장헬리콥터를 동원해 반군들을 쓸어버린다. 그 아수라장 속에서 아처와 밴디는 비로소 숨겨놓은 핑크 다이아몬드를 찾게 된다.

내전이 전염병처럼 휩쓸던 1990년대 검은 대륙. 그곳은 일확천금을 노리고 몰려든 전세계 사설군사기업들의 노다지판이었다. 정규군과 상비군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아프리카 정부들은 앞다퉈 사설군사기업들을 불러들였고, 군사기업들은 이념에 구애받지도, 옳고 그름을 따지지도 않았다. 돈만 준다면 정부군은 물론 반군과도 계약을 맺었다. 영화 전반부를 장식했던 수도 프리타운(Freetown) 함락 시가전의 운명도 사실상 정부군과 반군 모두 동원한 사설군사기업 용병들이 결정한 셈이다.

코트지 대령이 이끄는 사설군사기업의 목적은 오로지 핑크 다이아몬드다. 그것을 차지하기 위해 ‘하늘의 탱크’라 불리던 소련제 최신형 Mi-24까지 동원해 무지막지한 폭격을 퍼붓는다. 용병이란 무릇 그런 존재들이다. 내부의 부정부패와 무능으로 조직화된 상비군이 무너졌을 때 특히 용병들이 날뛴다.

▲ 용병은 로마제국의 멸망처럼 항상 비극적이었다.[사진=뉴시스]
용병의 역사는 길다. 그리고 로마제국의 멸망처럼 항상 비극적이었다. 14세기 초 비잔틴 제국이 투르크와 싸우기 위해 고용한 스페인 용병조직 ‘알모가바레스(Almogavares)’의 만행은 유독 끔찍했다. 그들은 적군을 물리치는데 일조했지만 고용주인 비잔틴 제국을 마음껏 약탈했다. 금나라가 고용했던 용병들 역시 금나라를 유린하고 멸망을 재촉했다. 고용주가 지급하는 월급이 성에 안 차면 노동을 거부하는데 그치지 않고 공장 설비를 들고 나가는 꼴이다. 그런 용병들의 만행에 비잔틴 제국이나 금나라 모두 속수무책이었다.

‘비선조직’의 국정농단사태가 나라의 뿌리를 흔든다. 청와대나 관료조직이 못 미덥거나 붕괴돼 ‘용병’을 불러들인 꼴이랄까. 문제는 비선조직뿐만 아니라 정규군이라 할 수 있는 관료조직의 공직자들까지 모두 용병조직처럼 움직였다는 거다. 게다가 용병대장이 정규군까지 지휘한 모양새다.

용병들에게는 정의도 없고, 이념도 없고, 윤리도 없다. 용병들은 상황이 변하면 언제든 자신의 고용주에게도 총부리를 돌린다. 코트지 대령처럼 무시무시한 Mi-24 폭격헬리콥터를 띄워 온 나라를 쑥대밭으로 만들어도 그만이다. 정부군이 승리하든 반군이 승리하든 상관없다. 그게 바로 용병이다. 그것은 항상 비극이었다.   
김상회 육영교육문화 연구원장 sahngwhekim5353@gmail.com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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