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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에서 멈추면 들러리로 전락”김상봉 전남대 교수의 ‘촛불, 그다음’
[216호] 2016년 11월 24일 (목) 15:29:16
김정덕 기자 juckys@thescoop.co.kr

4·19혁명, 1987년 6월 민주항쟁…. 우리 민중은 집권세력이 독재를 펼칠 때마다 봉기했고, 또 승리했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두 민중 봉기 이후에도 기득권은 무너지지 않았다. 물밑 기득권이 또다른 기득권으로 등장했다. 우리가 촛불 이후를 대비해야 하는 이유다.
▲ 김상봉 교수는 “지금은 야당 통합하라고 회초리를 들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사진=더스쿠프 포토]
1960년 3·15 부정선거로 촉발한 4·19혁명은 이승만 독재를 무너뜨렸지만 이후 박정희 군부가 들어섰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은 전두환 군부를 무너뜨렸지만 그해 12월 대선에선 노태우 전 대통령이 승리했다. 민중의 함성이 역사의 수레바퀴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끈 건 아니라는 얘기다.

‘최순실 게이트’로 멘탈이 붕괴된 국민은 전국에서 ‘박근혜 하야’를 외친다. 촛불이 날로 늘어나고 있지만 과거와 같은 실수를 되풀이되지 않는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당장 촛불을 드는 것만큼이나 ‘그다음’을 준비해야 하는 이유다. 더스쿠프(The SCOOP)가 김상봉 전남대(철학) 교수에게 ‘그다음’을 물었다. 그는 “촛불에서 멈추지 말라”고 주문했다.

✚ 올해 10월 초, 한 언론사 인터뷰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정상적으로 대통령직을 수행할 수 없는 상황’이 일어날 수 있다고 예측했는데.
“그런 예측은 지난해부터 해왔다. 민중을 착취할 대로 착취하고 괴롭힐 대로 괴롭혀 아무리 정치에 무관심한 사람도 더는 참을 수 없게 만드는 게 한국 지배계급의 유일한 재능이다. 그래서 늘 30년이 가기 전에 체제가 흔들리는 봉기가 일어나는 것이 한국 역사였다. 내년이 1987년 이후 30년 되는 해 아닌가.”

✚ 촛불시위를 통해 박근혜 대통령 하야 혹은 탄핵 주장이 계속 나온다. 지금의 상황을 어떻게 보나.
“한편으론 감격스럽고 다른 한편으론 걱정스럽다. 1987년 민주화 이후 한국은 재벌과 족벌 언론, 그리고 그들의 하수인인 정치인들의 삼각동맹 체제였다. 그런데 박근혜는 혼자 권력을 독점하려고 고작 5년짜리 권력을 너무 믿다가 조선일보는 물론 재벌들과도 치명적인 불화를 초래했다. 소수의 극우집단이 박근혜를 위해 뭉친다 해도 조선일보와 적대적 관계에 들어갔으니, 박근혜가 살길은 없다. 이런 상황에서는 야당이 잘해야 하는데, 저렇게 뿔뿔이 흩어져 제 잇속만 계산하고 있으니 걱정이다. 이대로 가면 십중팔구 1987년 때처럼 야당이 분열해 집권하지 못할 것이다.”

✚ 전 국민이 촛불시위로 끌어내린 정치권력의 빈자리를 국민의 뜻과는 다른,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새 인물로 채울 수 있다는 건가. 4·19혁명이나 6월 민주항쟁 이후처럼. 그래서 ‘걱정스럽다’는 건가.
“물론이다. 조선일보가 잘나서가 아니고, 야당이 지리멸렬하니까 더 그렇다.”

김 교수는 14일 한겨레신문에 ‘젊은 벗이여! 촛불에서 멈추지 마십시오’라는 글을 게재했다. ‘촛불시위, 그다음을 준비하라’는 거다. 그는 글에서 이렇게 주문했다. “여러분의 세상을 스스로 설계하고 형성해야 합니다. 여러분처럼 젊은 생명이 반도체 만들다 암으로 죽고, 스크린도어 고치다가 전동차에 치여 죽고, 정화조 청소하다가 질식해 죽고, 배 타고 수학여행 가다가 물에 빠져 죽지 않는 나라를 이제 여러분 스스로 만들어야 합니다.”

기업 내에 민주주의 심어야 


✚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은 공허한 구호처럼 들린다.
“사회를 바꾸겠다는 의지가 식어서는 안 된다는 걸 당부한 것이다. 또한 정치인들에게 모든 것을 맡기면 안 된다는 뜻으로 한 말이다. 개구리 임금님 같은 메시아를 찾지 말고 스스로 할 일을 해야 한다는 의미다. 정치는 시민이 스스로 참여해야 건강해진다. 당장 새로운 학생조직, 청년조직, 시민조직, 노동조합, 멀리 보면 새로운 정당이 필요하다. 그런 것 모두가 스스로 만들어야 할 과제 아닌가. 그래야 이후 봇물처럼 터져 나올 의제들을 큰 그릇에 담고 함께 토론하고 방향성을 잡아 나갈 수 있다.”

✚ 그 의제의 구체적인 방향성을 제시한다면.
“정치의 민주화만이 아니라 경제·교육에서도 민주화를 이뤄야 한다고 생각한다.”

✚ 정치 민주화의 방향성은 어떤 건가.
“앞으로 1인에 집중될 수 있는 국가권력을 어떻게 뜯어고칠 것인가 하는 의제가 나올 거다. 그 과정에서 대통령제의 대안으로 의원내각제 얘기도 나올 텐데, 논의를 피해서는 안 된다. 순수 내각제, 비례대표제와 함께 급진적인 지방 분권을 통해 중앙 권력을 분산할 필요가 있다.”

✚ 경제의 방향성은 어떤 건가.
“가장 중요한 건 ‘노사결정공동제도’의 도입이다. 주식회사의 사외이사를 종업원 몫으로 주는 거다. 경영자들은 ‘종업원이 경영에 대해 뭘 아느냐’고 되묻는데, 지금 사외이사는 뭘 알아서 하는가. 그냥 거수기 노릇이나 하지 않는가. 정치에서 참정권을 주니까 어떻게 됐나. 무식하다고 소외받던 시민이 성숙해졌다. 마찬가지로 종업원도 성숙해질 거다.”

✚ 노사결정공동제도로 귀족노조가 더 강성해질 수 있지 않나.
“그 반대다. 우선 노동조합이라는 조직이 아니라 종업원이 공동결정의 궁극적 주체라는 것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이는 정당이 아니라 국민이 주권의 주체라는 말과 같다. 그런데 사외이사로 참여하는 것은 기업의 투명성과 합리성, 노사 안정을 위한 것이지 종업원이 모든 경영에 직접 관여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국민이 대통령 뽑는다고, 누가 맨날 청와대 가서 간섭하나. 기업도 마찬가지다. 노조를 통해 공동결정에 참여한다고 가정하더라도, 노조가 경영에 참여하면 회사 운영에 공동 책임을 져야 하니까 기업도 변하지만 노조도 변할 수밖에 없다. 지금처럼 ‘우린 경영에 관여 안 했으니 회사의 어려움에 대해 아무 책임도 지지 않겠다’고 말할 수 없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실은 한국의 노조에서도 지금으로서는 공동결정제도를 별로 반기지 않는다. 그러나 이 제도가 도입되면 책임 없이 이익만 챙기려는 모습이 사라질 거다.”

▲ 큰 민주화운동 뒤에는 국민의 염원과는 상관없는 권력자들이 나타났다.[사진=뉴시스]
✚ 특검은 어떻게 생각하나.

“크게 기대하지 않는다. 야당은 제대로 된 특검을 추천하기 어려울 거다. 이거 저거 파헤치기 시작하면 자기들도 피곤할 수 있으니까. 그렇다고 다른 대안이 있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특검 수사가 부실하면 부실한 대로 국민들을 각성시킬 것이다.”

검찰 수사권부터 국민의 손으로

✚ 무슨 뜻인가.
“근본적인 과거 청산에 대한 열망이 광범위하게 생겨날 것이다. 단순히 박근혜 정부의 부패만이 아니라 박정희 때부터 이어져 내려온 한국 사회의 부패 사슬을 어떻게 끊어낼지를 고민하게 될 것이다. 나는 그것이 새로운 시대의 시작이 되리라 믿는다.”

✚ 지금 시기에 국민이 혹은 야당이 제대로 출구전략을 찾지 못한다면.
“최악의 상황은 박 대통령이 내려간 후 기존 권력(국가·재벌·언론)이 그들 입맛에 맞는 방식으로 상황을 수습·정비하는 거다. 그러면 촛불을 들었던 국민은 들러리가 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지금은 야당 통합하라고 회초리를 들어야 한다. 진정으로 국민을 위한 대선 주자라면 혼자 튀려고 하지 말고 먼저 야당 통합을 사심 없이 추진해야 한다. 지금 우리 국민은 1987년과는 또 다르다. 더 성숙했고 더 지혜롭다. 정치인들도 그에 맞게 성숙하게 제 몫을 하길 바란다. 국민이 다 보고 있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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